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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교육청은 지난 8월 20일 부탄 국민총행복위원회·부탄 교육부와 '교육정보화 지원 사업'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교육정보화 지원 사업은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으로 개발도상국에 대한 교육정보화 인프라를 지원하고 선도 교원 연수를 통해 정보화 활용능력 향상 및 글로벌 지식정보 격차 해소를 목적으로 한다. 협약 체결을 위해 부탄을 방문, 양첸푸그 고등학교에서 수업 참관을 할 때 목격했던 일이다.


학생들과 교사가 함께 기도를 한다. 그들의 민속언어인 종카어로 말하여 의미를 알지 못했다. 수업이 끝났을 때 내 옆 자리에 앉은 학생에게 눈감고 기도한 의미를 물어보았다. 어린 학생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자연과 주변 사람들을 위한 생각을 했으며 돈을 많이 벌게 해 달라 혹은 출세하게 해 달라는 기도했다는 대답을 기대했던 나는 정신적 혼돈에 빠졌다. 이렇듯 부탄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소유에 대한 탐욕과 집착에서 자유를 배운다. 그러니 고위 관리들은 부정부패가 거의 없다. 공정한 사회이고 상급학교에 진학에는 소위 빽이라는 것이 전혀 통하지 않는다. 자녀의 스팩을 위해 부모들의 지위를 활용하지 않는다. 그저 인과를 믿고 공짜를 바라지 않는다. 베풀고 나누고 복을 지으면서 기쁨을 느낀다. 또한 부자를 꿈꾸지 않는다. 부탄은 정부나 개인이 돈벌이에 힘쓰지 않는다. 돈으로 욕구를 충족하는 현세의 삶은 순간적으로 끝나지만 내세의 삶이 계속된다고 믿는다. 착한 일을 하고 수행을 하는 것이 내세로 가져갈 수 있는 재산이라고 생각한다. 부탄의 교육은 서구식 자본주의 교육이 아니라 자연으로부터 삶과 지혜를 배우는 국민총행복 교육과정을 학습하고 있었다. 


부탄 사람들은 가진 것은 없어도 정신적 기부 인자를 타고난 사람들이다. 인간은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타인을 생각하며 살아가는 사람이 더 행복하다. 팀푸에서 푸나카로 가는 길목에는 높은 고개 마루인 도출라 패스가 있다. 우리 일행이 시간을 쪼개어 유일하게 투어한 곳이다.  그곳에 있는 크고 작은 108개 석상에는 사연이 있다. 부탄이 비교적 최근에 벌인 전쟁과 관련된 얘기다.


부탄의 남쪽 국경과 접한 인도 아쌈 지역에는 1990년대에 아쌈을 독립시키려는 분리 독립주의자들이 있었다. 그들은 부탄 서남쪽의 밀림에 잠입해 들어와 비밀리에 군사 캠프를 만들었다. 1996년 부탄 정부는 이 사실을 알게 됐고, 인도 측은 자신들과의 공동 군사작전을 벌여 그들을 섬멸할 것을 부탄에 요구했다. 하지만 부탄 국왕은 이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고 싶었다. 그래서 일단 인도 정부의 요구를 거부한 뒤 반군들과 협상을 시작했다. 하지만 수년간의 노력에도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2003년 반군들과의 협상이 최종 결렬됐고, 그렇게 아쌈 독립주의자들과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부탄의 4대 왕이 직접 가서 지휘한 전투는 이듬해 초까지 이어졌고 결국 반군의 캠프는 섬멸됐다.

 

이후 팀푸로 복귀한 왕은 당시 죽은 부탄 군인들을 기리는 의미로 108개의 석상을 만들었다. 그 석상들이 모인 곳이 도출라다. 그런데 희생된 아군뿐만 아니라 적군의 유해도 안장하여 명복을 빌어준다고 했다. 그들의 생명존중 사상과 관용의 정신이 아닐까. 그러니 야생동물 마저 죽이지 않고 자연 생태계를 보호한다. 우리가 방문한 쿠주첸 중학교의 미션 중에는'사랑하는 마음으로 모든 생명을 보살펴라'는 것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식민지배의 아픔이 아직도 남아있으나 가해자인 일본은 사과도 제대로 하지 않고 강제징용이나 성노예를 자행한 행위를 부정하고 있다. 일본의 우익 단체들이 부탄에서 공부 좀 하고 가기를 염원한다. 부탄은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작고 사소한 것에도 만족하고 즐거워한다. 큰 행복을 찾지 않는다.  


심리학자 칙센트 미하이는 인간은 무엇에 몰입할 때 행복감을 느낀다고 했다. 몰입할 때 인생이 즐거워진다. 부탄 사람들은 왕을 존경하고 불심에 몰입한다. 부탄은 학교마다 불교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기도하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그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아침에 눈뜨면 향을 피우고  예배하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우리가 부탄에 체류하는 동안 학교, 관공서, 호텔, 식당 등 가는 곳마다 부탄 왕의 사진이 걸려 있었다. 사람들의 가슴에 왕의 사진을 달고 다니며 왕을 존경하는 국가다. 국왕이 먼저 가진 것을 나누고 검소한 삶을 살아간다. 왕가의 토지를 농민들에게 무상으로 나누어 주고 화려한 왕궁은 국가에 헌납하고 자신들은 시골별장에서 산다. 경호원도 없이 손수 운전한다. 권력도 국민들에게 돌려주기 위해 왕정체제를 입헌 군주제 국가로 전환했다. 지도자가 국민들에게 믿음 주는 정치를 하고 있다. 존경할 정치인이 많지 않은 우리는 부러운 일이다.


이번 공식 방문은 부탄 학교에 첨단 컴퓨터실을 구축해 주고 부탄 교사들을 울산으로 초청해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한 수업 방법을 연수하기로 약속하는 행사였다. 약속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실행이다. 앞으로 3년간 부탄 교육부와 교류하면서 효과적으로 접근해야 할 부분이다. 방문단을 대표해 울산시교육감은 부탄의 장관과 면담하면서 다른 분야도 교류를 확대하기로 했고 수행원들에게 부탄의 행복한 교육을 울산 교육에 적용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교육감은 평소'한 아이도 포기하지 않고 모든 학생이 행복한 학교'를 만들려는 철학의 소유자다. 하지만 대학입시와 성적경쟁에 불랙홀처럼 빨려드는 한국의 교육 시스템을 생각하면 귀로의 발걸음이 가볍지 않았다. 우리 울산교육이 행복한 학교를 만드는 일은 결코 쉽진 않지만 포기할 수도 없는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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