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기현 전 울산시장이 '정권 퇴진과 조국 장관 파면 및 구속'을 촉구하며 삭발했다. '반 조국 삭발 행렬'에 울산지역 자유한국당 인사로서는 처음으로 동참한 것이다.
김 전 시장의 삭발식을 두고, 제1야당 인사로서 현 조국 사태에 대한 적극적인 항의 표출이라는 겉으로 드러난 명분과 함께 '삭발의 정치학'으로 진단하는 기류다. 내년 4·15 총선 출마 신호탄이자 비공식적 출사표라며 고도의 전략을 내포한 정치적 행위라는 해석이다.
 

김기현 전 울산시장이 19일 울산 롯데백화점 앞 광장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파면과 구속을 촉구하며 삭발하고 있다.   유은경기자 usyek@
김기현 전 울산시장이 19일 울산 롯데백화점 앞 광장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파면과 구속을 촉구하며 삭발하고 있다. 유은경기자 usyek@

# 과거 지역구 남을서 진행
김기현 전 울산광역시장은 19일 롯데백화점 울산점 광장에서 지지자와 시민 등이 참여한 가운데 정권 퇴진과 조국 장관 파면 및 구속을 촉구하며 삭발했다. 삭발식 현장을 둘러싼 수백명의 지지자들은 '조국파면'과 '김기현'을 연호하기도 했다.
김 전 시장은 삭발 후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그는 "민생 파탄, 안보 파탄, 외교 파탄으로 우리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로 만들고 있는 문재인 정권이 급기야 조국이라는 희대의 위선자, 추악한 범법자, 최악의 조작 기술자에게 국정을 맡기는 기가 막힌 작태를 자행하고 있다"며 "조국 장관은 당장 파면돼야 하고, 검찰이 즉각 구속수사를 해야 하는 대상자"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조국 사태에서 현 정권은 우리가 지켜온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헌법 가치와 공정과 정의, 법치라는 헌법 정신을 수호할 의지가 없음을 분명히 드러냈으며 그럴 자격조차 없음이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이 자리에서 김 전 시장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때 울산지방경찰청이 선거 전 압수수색을 벌인 것에 대해 비판했다. 지난 2018년 6·13 지방선거일을 3개월 앞둔 3월 16일, 울산지방경찰청은 김 전 시장 측근에 대한 아파트 건설 비리 등을 수사한다면서 시장 비서실 등 시청 사무실 5곳을 압수수색했으며, 5월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이후 재선을 노리던 김 전 시장은 낙선했다.

# 지지자 대거 참석 출정식 방불
그는 "당시 경찰 수사는 반국가적인 음모로 그 배후는 현 정권"이라며 "자신은 그 희생양이었다"고 강조했다.

김 전 시장은 "정치에 몸담아왔던 사람으로서 민생과 안보, 외교를 파탄 내고, 자유 대한민국을 사회주의국가로 만들어 가는 좌파 파쇼 정권 폭주를 더 두고 볼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삭발했다"며 "정권 퇴진에 뜻을 함께하는 모든 분과 함께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할 것"이라고 밝혔다.

울산의 자유한국당 인사로서는 처음으로 삭발 릴레이에 동참한 것에 대해 보수야권에서는 "삭발은 자신의 정당성에 대한 의지를 결연하게 보여주는 정치 행위로서 김기현 전 시장이 머리를 깎는 모습에서 대단히 진정성이 느껴진다"고 공감했다.

# 울산시당과 조율없이 독자 진행
하지만 삭발식이 내세운 명분에 대한 공감과 별개로, 지역 정치권에서는 내년 총선을 대비한 정치적 움직임이라는 해석에 무게를 실고 있다.
2020년 4월 15일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울산지역 6개 지역구 출마를 향한 비공식적인 출사표라는 것이다. 어쩌면 물밑에서 일던 예비 후보들간 경쟁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신호탄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그동안 뚜렷한 행보를 하지 않다가 총선 8개월 남짓 남겨둔 시점에 울산지역 제1야당 인사로 첫 삭발 투쟁에 가세한 점,  삭발식 장소가 과거 자신의 지역구였던 남구 을(삼산동)인 점 등이 그 근거다. 이번 삭발식이 한국당 울산시당과의 조율이나 협의 없이 김 시장 측의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진행된 것도 이 같은 해석에 힘을 보탠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조국 퇴진 구호 이면에 삭발식이 함의하는 의미를 잘 살펴야 할 때"라면서 "총선 출마 경쟁예정자들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적지 않은 정치적 퍼포먼스"라고 평가했다. 김미영기자 myidaho@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