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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울산지역 어린이집에 때 아닌 정수기 구입 소동이 빚어지고 있다.

울산시와 각 구·군이 건강 취약계층 영유아가 이용하는 어린이집에 먹는물 안전관리를 위한 정수기 지원을 하기로 했다며, 정수기설치를 희망하는 시설에 대해 수요조사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울산시 등 각 지자체에 따르면 지난 5월 인천지역 수돗물에서 붉은색의 수돗물이 나와 논란이 일었던 일명 '인천 붉은 수돗물 사건' 발생하자 정부가 어린이집에 먹는물 안전관리를 위한 정수기 등 비품을 보급하겠다며 2019년 추가경정예산을 확보하고 전국 각 어린이집에 정수기 등 물 관련 제품을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가 확보한 어린이집 정수기 지원 관련 예산은 전체 394억 원으로 7월 현재 전국 3만7,508개에 달하는 어린이집에 정수기를 보급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현재 울산에 책정된 정수기 관련 국비 지원 규모는 3억9,000만 원. 사업 추진에 따른 보조비율이 정부가 50%를 나머지는 울산시와 구·군이 각 25%를 확보해 사업을 추진하는 방식이어서 정수기 지원 관련 예산은 지자체 예산을 포함해 총 7억8,000만 원에 달한다. 이에 따라 울산시와 각 지역 지차체도 각 25%에 달하는 추경예산을 울며겨자먹기식으로 확보해야 했다.

이 같은 예산 지원 방침에 따라 울산시와 각 구·군은 최근 847개 달하는 울산지역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정수기 구입 수요조사를 실시했다. 정부가 정한 정수기 지원액 한도는 어린이집 한 곳마다 100만 원이다. 단, 정수기는 대여가 아닌 반드시 구입을 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현재 약정을 맺고 정수기를 대여해 쓰고 있는 어린이집의 경우는 정수기를 교체할 경우 지원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 같은 소식을 접한 어린이집 관계자들 다소 황당해 하는 분위기다.

울산 중구의 어린이집 A원장은 "정수기를 갖추지 않고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곳이 과연 전국에 몇 개소나 되겠느냐. 난데 없는 정수기 지원을 한다니 도대체 이해가 가질 않는다"고 말했다.

남구의 또 다른 어린이집 B원장은 "기존에 쓰고 있는 정수기 약정 기간이 아직도 1년이 훨씬 넘게 남았는데, 정수기를 새롭게 구입하게 되면 기존 정수기 해지에 따른 위약금을 물어야 할 판"이라면서 "무상으로 100만 원어치의 정수기를 준다고 하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웃기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쓴 웃음을 지었다.

울주군의 어린이집 C원장은 "당초 보건복지부에서 시달된 정수기 지원과 관련한 공문에는 정수기 외에도 물과 관련된 비품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했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구청에서 내려온 공문에는 '정수기'만을 한정해서 수요조사를 실시했었다"면서 "더욱이 구청에서 관련 공문이 도착하기도 전에 정수기 관련 업체들이 정수기 지원 사업이 있을 테니 자사의 제품을 구매해 줄 것을 요청해오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어 정수기 업체와의 결탁 의혹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지원 사업과 관련해 오는 11월까지 지자체 집행상황 점검 및 부진지역 현장 점검을 갖도록 하는 등 반 강제식 정수기 지원사업이라는 지적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우수기자 usj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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