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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농수산물 도매시장이 이전하기로 확정된 이후 각 기초단체들이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맨 먼저 깃발을 흔든 것은 울주군이다. 울주군의회는 울산농산물도매시장 유치를 위한 여론 수렴을 벌이고 유치위원회를 서둘러 꾸렸다. 의회를 주축으로 유치의사를 밝히며 울주군보다 먼저 의사표시를 했던 북구도 지역발전위원회를 발족하는 등 적극적인 맞대응 행보를 보이는 상황이다. 여기에다 남구에서도 기존 시장을 절대 다른 지역에 뺏길 수 없다며 유치의사를 내보이고 있다. 이들 3개 지역에서만 무려 20곳에 달하는 예비후보지가 거론되는 상황이다. 울산시는 다음 달까지 구·군별 유치신정 접수를 마무리하고 오는 11월에 최종 부지를 확정할 예정이다.

먼저 유치의사를 공식화한 울주군의 의지는 확고하다. 울주군의회는 지난 17일 군청 1층 문수홀에서 '울산농수산물도매시장 유치를 위한 주민의견수렴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주민 200여 명이 참석해 농산물 시장 유치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김태남 농산물도매시장울주군유치 위원장은 "농수산물도매시장은 지역 내 소비자 물가를 조절하는 막중한 기능을 갖추고 있다. 그만큼 경제성을 따져 지어야 적자 등에 허덕이는 낭패를 보지 않고 물가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며 "무엇보다 물류 이동이 원활하고 접근성이 높은 데다 확장력까지 갖춘 울주군에 들어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울주군은 부산과 양산을 연결하는 요충지"라며 "울주군에 시장이 들어서면 부산의 엄궁시장이나 반여시장보다 큰 파급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참석 주민들은 성공적 유치를 위해 부지선정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지역 간 갈등을 없애고, 군민 뜻을 하나로 모아 대응하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주민들은 "타 지자체와 경쟁해야 하기에 가장 경쟁력 있는 부지를 마련해야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수집과 분산이라는 농수산물도매시장의 기능을 충족시킬 수 있는 최적지를 마련해 신청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어 "선정 절차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등 소통행정으로 농수산물 도매시장 유치라는 군민 염원을 하나로 모아야 할 것"이라며 "분열하지 않는다면 울주군에 반드시 유치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시설에서 소외를 받아왔다는 북구는 명분이 확실한 만큼 이번에는 절대 밀리지 않겠다는 기세다. 북구는 지난 18일 지역발전위원회를 발족하고 농산물시장 유치 전략을 구체화하기로 했다. 위원회는 구청장과 위원 40명으로 구성됐다. 북구도 앞서 지난 10일 시·구의원들을 중심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울산농수산물도매시장이 북구에 유치돼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들은 "북구는 개발제한구역 해제와 농업진행구역 해제 등으로 농수산물도매시장 이전에 필요한 토지의 지가가 낮고 인·허가에 있어서도 장점이 있다"며 "현재 오토밸리로, 이예로, 산업로, 동천서로 등 기존 도로 여건이 완비돼 있고, 도매시장이 준공되는 오는 2025년께에는 울산외곽순환고속도로도 건립돼 물류와 시민의 접근성이 탁월해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북구는 유치대상지를 검토하면서 행정지원계획 수립을 위한 TF팀을 운영하고 있다. 같은 지역 내에서도 다수의 희망후보지가 접수되면서 과열 양상 조짐도 보이고 있다. 

다소 늦게 유치전에 뛰어든 남구는 기존 시장이 남구에 위치했던 만큼 이전을 해도 남구 안에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남구는 추진단을 본격 운영하는 등 행정력을 모으고 있다. 남구는 지난 20일 이상찬 부구청장을 단장으로 하는 농수산물도매시장 유치 추진단을 구성하고 시장 기능에 최적화된 입지 후보지 확보와 남구지역 유치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4개 팀 16명으로 구성된 추진단은 남구지역 후보지 발굴에 집중하는 한편 남구의회, 주민단체 등과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해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유치 전략과 홍보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남구는 별도로 구성된 농수산물도매시장 시설현대화 주민소통위원회를 통해 시장 유치를 위한 다양한 주민 의견 수렴에도 나서고 있다. 이상찬 부구청장은 "농수산물도매시장 본연의 기능과 농수산물의 물류 흐름, 울산 전역에서의 접근성, 부지 확보비용 최소화 등에 최적화된 이전 후보지를 발굴해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남구에 유치하는 데 최선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과열양상이다. 유치의사를 밝힌 3개 구·군에서도 20곳이 넘는 지역이 세부적인 유치전에 나선 상황이다. 울주군이 16곳, 북구가 송정·신천·가대·시례 등 4곳이나 된다. 남구도 복수의 후보지를 놓고 고민 중이라는 이야기가 들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 지역 내에서도 최종 후보지로 채택되기 위한 주민들간 눈치 경쟁이 치열하다. 

울산시는 이달 말까지 소위원회를 수시로 열어 후보지 선정기준을 마련한 뒤 오는 10월 말까지 각 구·군으로부터 접수된 후보지들을 평가할 예정이다. 최종 후보지는 전체위원회 심의를 통해 오는 11월 중 확정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공정한 선정 기준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울산시는 선정 과정에 잡음이 없도록 철저한 공개와 검증 작업에 나서야 한다. 시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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