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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호 태풍 타파의 영향으로 울산에서는 도로·주택 침수와 입간판 탈락 등 모두 400여건의 피해가 발생했다.
다행히도 태풍이 지나간 23일 오전 가본 중구 태화시장에는 큰 피해가 보이지 않았다. 지난 밤 내내 마음을 졸이던 상인들은 태풍에 쓸려온 쓰레기들을 치우며 한시름 놓는 모습이다.

2016년 태화시장에 큰 피해를 안긴 태풍 차바의 악몽을 아직 잊지 못한 상인들은 비소식이 있을 때마다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채소를 파는 조모(58) 씨는 "지난밤도 밤새 창밖을 내다보며 강물이 넘치지 않을지 확인하느라 잠을 못잤다"고 말했다.
조씨는 "태풍에 대비해 가게 앞에 모래주머니를 쌓아봤지만 마음이 안 놓였다. 비가 크게 오면 다 소용없다. 모래주머니는 임시방편일 뿐…"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 "혁신도시 들어선 이후 침수 걱정"
건어물 상점을 운영하는 장모(70) 씨는 태풍 차바로 피해를 입었던 일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당시 장씨는 물이 차는 건물 안에 있었다. 그는 뒷문으로 도망치듯 대피했던 지난날을 회상하면서 "이번에도 물이 찰까봐 많이 걱정했다. 어젯밤 이 일대 상인들은 전부 그랬을 거다"라고 말하며 한숨을 몰아 쉬었다. 장씨는 "옛날에는 비가 아무리 많이 와도 침수 걱정이 없었는데, 혁신 도시가 들어선 이후론 이렇게 됐다"고 답답해 했다.

반찬가게에서 일하는 김모(65) 씨도 "비만 오면 우울증에 걸릴 것 같다"며 푸념을 늘어놨다.
김씨는 "여기서 장사하는 사람들은 죽을 고비를 한번씩 넘긴 사람들이기 때문에 배수 문제가 생명과 직결돼 있는 걸 안다"며 "빗물이 조금 고이기만 해도 마음이 싱숭생숭하다"고 말했다.
떡집을 운영하는 엄모(62) 씨는 "배수 터널이든 배수 펌프든 빨리 대책을 좀 세워줬으면 좋겠다"며 말을 거들었다.
엄씨는 "터널은 지하에 시설이 지나가는 아파트 주민들이 안전 문제로 반대하는 것으로 알고, 펌프는 저류조 인근에 가게를 가진 기업이 반대한다고 들었다"며 "혐오시설도 아닌데 여기저기서 반대하니 속상하다"고 전했다.

# 인근 주민들도 물난리 걱정 여전
상인들만큼이나 인근 주민들의 걱정도 여전하다.
꽃집을 찾은 한 주민은 "태풍 잘 보냈냐. 우리(주민들)도 재작년에 난리 난 것 다 알고 있다. 또 그럴까 싶어 걱정 많이 했다"며 평소 자주 찾던 가게의 안부를 물었다.
꽃집 주인은 "온 동네가 다 잠겼던 사건이니까 주민들도 다 기억한다. 그때 통장 하나 못 건진 걸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한편, 2016년 10월 태풍 '차바' 당시 시간당 최대 139㎜ 비가 내리면서 태화·우정시장 일대 300여 개 점포와 노점이 대부분 물에 잠겼고, 이로 인해 사망자도 발생했다.  이희정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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