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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터졌다. 이번에는 선박에서 폭발사고가 났다. 부두에 정박한 선박이 폭발과 함께 불이 나 옆에 있던 선박에까지 옮겨붙는 사고다. 이 사고로 하역사 근로자와 승선원 등 모두 18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큰 폭발 사고임에도 불구하고 해경과 소방 등이 신속한 진화와 구조에 나서면서 다행히 사망자는 없었다. 

사고가 난 선박은 염포부두에 정박해 있던 2만5,881t급 케이맨 제도 선적 석유제품운반선인 '스톨트 그로이란드'호로 불이 났을 당시 배에는 러시아와 필리핀 국적 외국인 선원 등 총 25명이 있었다고 한다. 

폭발사고의 규모가 엄청나 화염이 옆에 정박해 있던 석유제품운반선 '바우달리안'호에도 영향을 미쳤으나, 해경은 이 배에 있던 승선원 21명도 모두 구조했다. 이번 사고 현장에서 귀와 등에 화상을 입은 한 하역자 근로자는 "바우달리안호가 스톨트 그로이란드호로부터 석유화학제품을 받기 위한 사전 작업인 퍼지(질소로 배관 찌꺼기를 청소하는 것)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스톨트 그로이란드호에서 불이 났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은 폭발이 스톨트 그로이란드호 탱크 중 1기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당시 이 선박 내 탱크 34기 중 28기에 제품 30종(2만3,000t가량)이 적재돼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자세한 것은 조사가 필요하지만 화학제품 취급 과정의 문제로 폭발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이다. 

문제는 울산의 경우 이번과 같은 선박 폭발사고 등 사고 유형이 다양하다는 사실이다. 화학공장 사고를 우려하던 울산시민들은 이번의 경우처럼 난데없는 선박 폭발로 혼란에 빠졌다. 화학물질 취급공장이나 선박은 사고가 터졌다 하면 대형인 경우가 많다. 상당한 인명과 재산피해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울산산업단지의 경우 최근 5년간 188건의 화재·폭발사고가 났다. 평균 9.7일에 한 번꼴로 사고가 이어진 셈이다. 폭탄이 터지는 듯한 화학공장 사고는 해마다 우리나라를 할퀴고 가는 태풍보다도 피해가 더 심한 것으로 추산된다. 또 화학공장들 중 상당수가 민간 주택가와 인접해 있다는 것은 더욱 큰 문제다. 이번 선박 폭발 사고로 부두 주변 주민들에 대한 대피명령이 내려진 것도 좋은 예이다. 

문제는 최근 화학공장 사고가 불특정, 불시에 발생한다는 사실이다. 당연히 주민들의 불안감은 커질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시민들의 불안감을 가라앉히기 위해서라도 더는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사고가 끊이지 않는 화학제품 취급 선박이나 공장에 대한 철저한 점검은 필수다. 여기에다 울산에서 자주 폭발사고가 발생하는 화학공장들의 경우 대부분 오래됐다는 사실이다. 

무엇보다 무려 80여 개가 넘는 개별법에 따라 3원화돼 있는 재난안전관리체계를 일원화해야 한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다 효율적으로 지킬 수 있도록 재난안전관리 통합시스템의 구축을 차제에 더욱 서둘러주길 바란다. 여기에다 한 가지 더 추가해야 하는 문제는 바로 공장들이 가진 안전의식이다. 행정의 안전도시 시스템도 중요하지만 사업주들의 안전의식에 초점을 맞추는 일이 우선 과제다. 노후 국가산단 안전관리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핵심 과제인 '산업안전' 공약과 궤를 같이한다는 점에서 해마다 국비 지원으로 안전망이 구축되고 있다. 울산시도 울산 국가산단 안전관리 마스터플랜 수립에 나서 안전한 도시 만들기에 앞장서고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경주 지진과 포항지진이 이어지면서 노후화된 국가산단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다. 이로인한  불안감에다 최근 몇 년간 이어진 국가산단 화재·폭발 등 치명적 사고는 시민 불안감을 가중시켰다. 울산 국가산단은 조성된 지 대부분 50년이 경과돼 기반시설은 노후화하고, 산업시설 집적화로 위험물 및 고압가스는 고밀화돼 있다. 또 원전 방사선 비상계획구역 내 주요 산업시설들이 입지해 있다. 특히 노후 국가산단에 대한 내진설계에 대한 불안감은 높다. 석유화학장치시설의 경우 지진 피해 시 치명적 영향을 노출될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이다. 

실제로  산자부 자료에 따르면 울산 국가산단 건축물 309동을 대상으로 한 부분조사에서 43%인 134동이 내진설계가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개 업체 시설물 1,683개를 대상으로 한 내진설계 조사에서도 21%인 357개 시설물이 비내진설계였다. 특히 내진설계 규제대상 가스탱크의 경우 494개 중 43%인 212개가 내진설계가 반영이 안 된 시설물로 조사됐다. 게다가 국가산단 화재폭발 등 치명적 사고는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불안감 때문에 국민안전처 등에서도 울산공단에 대한 안전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어지는 대형사고는 산업현장에서 안전불감증이 만연해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무엇보다 상시점검 시스템을 구축하고 안전문제를 공단에 국한할 것이 아니라 울산항과 위험물 취급 지역, 선박 등 모든 곳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철저한 대비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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