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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름은 유난히 울산시민들에게 불안한 시간이 많았다. 잇단 태풍 내습이 그 원인이다. 가장 최근에는 태풍 타파의 북상으로 3년 전의 악몽을 떠올리는 시민들이 많았다. 여기에다 또 하나의 걱정은 바로 얼마 전 국가정원 지정을 받은 태화강대공원에 대한 것이었다. 시시각각 수위가 차오르자 강을 바라보며 발을 동동 구르는 시민들도 있었다. 

다행히 이번 태풍에 태화강 국가정원은 무사했다. 치수대책 전반의 보완이 제대로 이뤄진 것과 만조시간이 겹치지 않은 천운이 있었다. 국가정원이라는 관광콘텐츠가 태화강을 새롭게 부각시키는 마당에 태풍은 악재였다. 이 때문에 이번 태풍으로 국가정원과 함께 태화강의 관광콘텐츠의 다양화도 분명히 짚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바로 여기서 태화강 국가정원과 연결된 태화강 자체의 관광 콘텐츠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바로 그 하나의 새로운 모델이 이번 주말 태화강에 첫선을 보인다. 

태화강에 또 하나의 관광 콘텐츠가 만들어진다. 울산교의 리모델링이다. 태화강을 가로지르는 울산교는 이미 오래전부터 차량 통행이 없는 걷기 친화형 다리로 탈바꿈했다. 바로 이 다리를 배달형 야외 카페로 바꾸고 다리 이름도 '배달의 다리'로 지었다. 울산시는 지난 18∼22일 5일간 시민 선호도 조사를 벌인 결과, 전체 응답자(1,566명)의 52.6%(823명)가 배달의 다리를 선호했다고 발표했다. 다리 이름에 대한 의견은 만남의 다리(19.2%), 인연의 다리(13.0%), 청춘의 다리(7.7%) 등 순으로 나타났다.

시민이 제안한 명칭으로 낭만의 거리, 행복의 다리, 노을 다리, 정원 다리, 별빛 다리 등이 있었다. 먹을랑교, 뭐가먹고싶은교, 배달시켰는교, 맛있는교, 왔다리갔다리 등 경상도 사투리와 다리의 의미를 조합해 만든 명칭도 많았다. 기발한 아이디어였지만 보편성과 확장성 등을 고려해 배달의 다리로 명명한 듯하다. 앞으로 배달의 다리는 중구와 남구를 연결하는 보행자 전용 교량인 울산교에 노천카페 형식의 공간을 조성, 간단한 배달 음식을 주문해 먹을 수 있도록 만들어 간다. 태화강과 노을을 감상하고, 거리공연 등 각종 문화 프로그램도 즐길 수 있다. 울산시는 이 다리를 이번 주말 개장해 10월 말까지 매주 금·토요일 오후 5시부터 10시까지 시범 운영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사업내용을 평가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운영해 나간다고 한다. 

배달의 다리는 새로운 관광 콘텐츠다. 국가정원으로 거듭난 태화강에 이색적인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동시에 가져다주는 킬러 콘텐츠가 될 가능성도 보인다. 태화강 국가정원의 핵심 과제는 치수대책과 킬러 콘텐츠에 있다. 태화강이 이 두 가지 약점에도 불구하고 국가정원이 된 것은 바로 대한민국 근대화의 살아 있는 현장이라는 사실이다. 50년 개발의 현장이 공해의 강에서 생태의 강으로 변한 사실은 국가정원 2호로는 어림없는 상징적 보상이다. 태화강은 이제 대한민국 생태복원의 대명사가 됐다. 십리대숲과 대공원에는 올해도 전국의 수많은 관광객이 찾았다. 태화강의 정취를 만끽한 관광객들은 울산이 공해도시가 아니라 생태도시라는 사실을 실감했다.

바로 그 태화강이 국가정원 지정이라는 보상을 받았다. 태화강이 국가정원으로 지정된 만큼 울산은 이제 생태도시라는 이미지 제고와 관광산업 활성화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문제는 킬러 콘텐츠를 제대로 만들어 가는 일이다. 배달의 다리는 그런한 과정에서 탄생한 아이디어다. 강을 그저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강과 함께 호흡하고 즐기겠다는 새로운 시도다. 제대로 운영되면 둔치문화가 아니라 강 위에서 강을 즐기는 교량문화로 새로운 자리매김을 할 수 있는 콘텐츠다. 

물론 배달의 다리 하나로는 부족하다. 국가정원의 정체성에 걸맞은 생태복원의 현장과 즐길 거리와 볼거리를 가져다줄 또 다른 콘텐츠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태화강 발원지 스토리텔링과 돋질산, 매립장, 삼산배수장, 요트계류장, 대도섬을 연결하는 역사 문화 축의 개발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지역성을 가진 보행로를 조성해 태화강과 주변 지역을 연결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와 있다. 

치수와 킬러콘텐츠가 갖춰져야 태화강 국가정원이 국민적 관광지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이미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문제는 킬러 콘텐츠다. 지금 울산 태화강은 십리대숲으로 연결되는 이미지가 확고하다. 이를 백리대숲으로 확장하면서 킬러 콘텐츠는 더욱 시급해졌다. 울산시가 태화강 국가정원과 연계해 백리대숲을 만들겠다는 구상은 반가운 일이다. 

여기서 생각해야 할 부분이 바로 태화강에 어떤 콘텐츠를 복원해 놓을 것인가에 있다. 태화강과 생태복원, 그리고 울산의 역사성을 아우를 수 있는 콘텐츠가 필요하다. 이번에 선보이는 배달의 다리가 과거의 유물을 오늘의 감각에 새로운 옷을 입힌 결과물로 자리 잡는다면 훌륭한 콘텐츠가 될 수 있다. 여기에 울산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담은 또 다른 콘텐츠까지 갖춘다면 국가정원의 미래는 밝다. 울산시의 적극적인 관심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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