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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체가 액체로 변화할 때 분자 배열이 바뀌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촬영하는 기술이 개발됐다. 약물의 체내흡수 등 나노물질의 융해 반응 연구에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김관표 나노의학연구단 연구위원과 김채운 울산과학기술원(UNIST) 물리학과 교수 연구팀이 고체가 액체로 상전이 할 때 분자 배열이 바뀌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관찰하는데 성공했다고 30일 밝혔다.

상전이는 물질이 온도, 압력, 외부 자기장 등 일정한 외적 조건에 따라 한 상에서 다른 상으로 바뀌는 현상이다. 예를 들어 기체가 액체로 전이하는 응축 현상과 액체가 고체로 전이하는 응고 현상이 일상에서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상전이 현상으로 꼽힌다.

상전이 현상은 기존에 모델 실험이나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간접적으로 연구해왔다. 상전이를 단일 원자 혹은 단일 분자 수준에서 정밀하게 관찰하기에는 여러 실험 제약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특히 액체 상태에서는 분자배열이 불규칙적이고 각각의 분자들이 활발하게 움직여 단일 분자들의 위치정보를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것은 어렵다.

연구팀은 그래핀 위에 풀러렌 분자 결정을 제작해 이런 어려움을 해결했다. 풀러렌은 탄소 동소체 중 하나로 탄소 원자들이 오각형 혹은 육각형 모양으로 결합해 구형 분자를 이룬다. 풀러렌은 전자빔에 대한 안정성이 높아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하기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래핀은 액체 상태의 풀러렌 분자들을 지탱하고 전자현미경 관찰 중 문제가 될 수 있는 노이즈를 최소하시키는 역할을 했다.


그 결과 연구팀은 고체에서 액체로의 상전이 현상을 분자 단위에서 실시간으로 직접 관찰하는데 성공했다. 분자들은 불규칙적인 움직임인 브라운 운동을 하지 않고 주변 분자들과 상호작용하며 움직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마치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이 빽빽하게 모여 있는 공간에서 움직일 때 주변 사람들이 서로 양보하며 움직일 공간을 만들어 주는 모습 같았다"고 설명했다. 또 고체가 액체로 변화는 과정에서 분자들이 규칙적으로 정렬된 고체 영역과 불규칙적으로 배열된 액체 영역이 공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연구위원은 "기존에는 모델 실험이나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상전이 현상들을 간접적으로 연구해왔으나 이번에 실제 분자 결정이 액체로 상전이 하는 현상을 직접 관찰했다"며 "고체에서 액체로의 상전이는 나노 물질을 여러 반응을 결정하는 중요한 과정으로, 향후 의약품의 체내흡수 과정 등 나노입자 융해 반응 연구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27일자에 발표됐다. 하주화기자 us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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