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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가부두 폭발 화재 사건 현장에서 마지막까지 최일선에서 선원들을 모두 구조한 울산해경 구조대 소속 박철수 경장.
염가부두 폭발 화재 사건 현장에서 마지막까지 최일선에서 선원들을 모두 구조한 울산해경 구조대 소속 박철수 경장.

"위험을 무릅쓰더라도 마지막까지 선원 전원을 구하고 싶었어요"
염포부두 선박 폭발 화재 사건 현장에 투입된 울산해양경찰서 구조대 소속 박철수(32)경장과 그의 동료들은 최일선에서 선원들을 전원 구조했다.

# 연기 과다 흡입으로 병원서 호흡기 차고 치료중
30일 울산의 한 병원에서 취재진이 만나본 박 경장은 산소 호흡기를 차고, 말하는 도중에도 기침을 하며 힘들어 보였다. 현재 그는 구조작업 도중 연기 과다 흡입으로 현재 병원에서 산소치료와 약물치료를 병행하고 있다.

박 경장은 주말 오전 동구 방어동의 부두에서 화산 폭발을 연상케 하는 폭발사고 현장을 직접 겪은 장본인이다. 2만5,881톤급의 거대한 석유제품운반선에서 발화되면서 인근에 정박해 있던 바우호달리안호로 불이 번져 2차 대형 폭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급박한 상황이었다.
울산 전역에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한 이번 사건은 시민들뿐 아니라 사고 현장에서 진압 및 구조작업을 벌었던 이들에게도 두려움을 떨게 만들었다. 울산해양경찰서에서 7년간 근무한 박 경장도 마찬가지였다. 화염 속에서 지글지글 끓고 있는 배를 보면서 두려움도 들었지만 그는 불이 옮겨 붙은 바우호달리안호 내 선원들을 구조하는 작업에 나섰다.

# 화재 5분만에 아수라장…소리 외치며 대피 도와
화재가 발생한 지 5분만에 사건 현장에 도착한 그가 본 광경은 아수라장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불길은 점점 커지고 있고, 선원들은 저마다 피할 곳을 찾느라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곳곳에서 발생하는 굉음과 비명박리 틈에서 이들을 안전한 위치로까지 대피시키는 작업은 여간 쉽지 않았다.

그는 "승객들을 안전대피를 위해 소리도 외쳐보고 방송도 해가면서 승객들 대피를 위해 고군분투를 했다. 다 대피시켰다고 생각할 때 쯤 누군가 아직 배에 사람이 남아있다고 하더라"면서 "알고보니 선원들을 대피시키신다고 미쳐 탈출을 못하신 선장님이셨다"고 전했다.
박 경장은 선장님을 구출하기 위해 바우호에 다시 올랐다. 당시 선장은 혹여나 배에 다른 선원들이 남아 있는지 확인하고 있었다. 박 경장도 합류해 총 3개의 층으로 이뤄진 선박 내 호실을 일일히 수색했다. 
그는 "특히 문이 잠겨 있던 방이 있었는데, 문 앞에 신발이 놓여져 있더라. 나와 선장은 당시 사람이 있을 것으로 추측하고 급박하게 문을 두드리면서 나오라고 소리를 쳤다. 그러나 안에서 아무런 반응이 없어 긴급했다. 다행히 안에 사람은 없었지만, 있었다면 인명피해가 발생했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내 수색을 마치고 선원이 없다는 판단 하에 내려오려고 했던 둘 앞에는 자욱한 연기가 가로 막고 있었다.
박 경장은 지금 탈출을 못하면 끝이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었지만, 선장과 함께 소화포 벨브를 열고 선내 화재가 가장 심한 곳에 발사했다.

# 수색 마친 후 선장 안도감에 눈물 흘리기도
그는 "당시에는 경황이 없었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그때 소화포를 쏘지 않았으면 더 큰 화재로 이어질 수 있었다고 하더라"면서 "수색 작업을 다하고 난 후 선장님과 함께 그 배에서 내려왔는데, 선장님이 눈물 훔치셨다. 아마 선원들이 무사히 조사됐다는 안도감에 흘린 눈물이 아니였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박 경장은 세월호 사건 당시 팽목함에서 승객들을 구조하는 작업에도 투입된 적이 있는 등 베테랑이다. 

당시 많은 승객들을 구출해내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마음 한켠에 남아 있었는데, 이번 염포부도 사건에서는 동료와 선장님의 도움으로 선원을 전원 살려냈다.
그는 "세월호 사건을 생각하면 늘 가슴이 아프다"면서 "세월호 때는 신입으로 들어와서 아무것도 몰랐다. 당시에는 주도적으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위치에 없었는데, 이번에는 위험을 무릅쓰고, 무조건 뛰어들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 이번 사고로 세월호 이후 인식 많이 달라졌다 느껴
이어 "그 사건 이후 사람들의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이번 사고를 통해서 알게 됐다"면서 "세월호 당시 선장과 바우호 선장은 많이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선원들을 끝까지 챙기고 최후에 본인이 안전한 장소로 대피하는 것을 눈 앞에서 지켜봤다"고 덧붙였다.

박 경장은 앞으로도 해양 사건·사고 발생 시 울산해양경찰로서 본분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전원 구출은 나만이 아닌 현장에 있던 모두가 함께 힘을 모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면서 "동료들이 불의 시발점인 스톨트호와 바우호의 연결 고리였던 밧줄을 끊는 등 각자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해 초동 조치를 잘 해줘 자랑스럽다. 비록 나는 다쳤지만 많은 생명을 구조해 기쁘고, 안도한다. 시민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정혜원기자 usjh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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