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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가 지속적으로 대기공해 관리에 나서고 있지만 공단지역 주변은 늘 매캐한 냄새가 진동한다. 대기환경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남구 매암동과 여천동, 용연동은 물론 온산공단 주변도 대기공해는 여전하다. 

문제는 울산과 온산공단의 대기 중에 발암물질이 상당량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다. 울산의 대기공해 수준이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우려할 수준이라는 이야기다. 특히 흐린 날의 경우 공단지역 하늘은 온통 매연으로 가득한 것이 울산의 현실이다. 

최근 석유화학·조선·비철 단지와 자동차단지 등 울산지역 대규모 산업단지가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발암성 신종오염물질을 다량 뿜어내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섬뜩한 이야기다. 무엇보다 이번에 밝혀진 오염물질은 환경부 리스트에 등록돼 있는 1군 발암물질들보다 독성이 강한 것이라고 하니 당황스럽다. 게다가 이 물질들은 실태조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니 시민들의 불안감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그동안 존재조차 알려지지 않은 슈퍼발암물질에 시민들이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셈이다. 

이같은 사실은 최성득 울산과학기술원(UNIST) 도시환경공학부 교수팀이 울산지역의 '대기 중 신종 유해물질 분포'를 조사해 오염지도를 작성한 것을 발표해 드러났다. 이번에 측정한 신종 유해물질은 '할로겐화 다환방향족탄화수소'(Halo-PAHs)다.  이 물질에 대한 대기 측정은 이번에 국내에서 처음으로 진행됐다. 할로겐화 다환방향족탄화수소(Halo-PAHs)는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에 염소(Cl)나 브롬(Br) 등이 결합하면서 독성이 증가하며 발암성과 돌연변이성을 갖게 된 물질이다. 연료 사용이나 산업 활동 중에 생성된다고 알려졌으며 발암성이 확인됐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이 물질에 관한 대기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다. 환경부가 특정 대기 유해물질 35종을 지정해 관리하지만, 최근 등장한 신종유해물질에 관해서는 실태조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최 교수는 "관리영역 밖의 유해물질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은 현행 대기환경기준을 만족하더라도 신종유해물질의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이번 연구는 '울산 지역의 미세먼지는 농도가 낮아도 독성이 높을 수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도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울산지역 20개 지점에서 수동 대기 채취기를 이용해 시료를 채취·분석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대표적인 대기오염물질로 관리되는 PAHs 13종을 비롯해 신종 유해물질인 Halo-PAHs 35종의 현황을 파악한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신종 유해물질은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배출됐다.  이 결과를 적용하면 산업단지 지역의 대기 위해성은 그동안 알려진 유해물질만 측정했을 때보다 26%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35종의 Halo-PAHs는 염소화 PAHs 24종과 브롬화 PAHs 11종으로 다시 나뉘는데, 연구진은 유해물질 종류에 따라 지역적 분포가 다르다는 점도 함께 밝혔다. 염소화 PAHs는 석유화학·조선·비철 단지를 중심으로, 브롬화 PAHs는 석유화학·자동차 단지 부근에서 각각 농도가 높았다. 두 물질 모두 산업단지에서 고농도를 보인 만큼, 도심과 주거지역에서는 농도가 급격하게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러한 지리적 분포는 산업단지가 할로겐화 다환방향족탄화수소(Halo-PAHs)의 주요 배출원이라는 직접적인 증거로 분석되고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할로겐화 다환방향족탄화수소의 경우 이미 알려져 있는 1군 발암물질보다 독성이 강하다는 사실이다. 더구나 이 부분은 규명되지 않은 신종 물질이다. 당연히 시민들의 불안감이 높을 수밖에 없다. 벤조피렌, 석면 등과 같이 명확하게 발암유발이 확인된 물질은 1군으로 분류한다. 이같은 무방비 상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그 핵심은 실질적인 환경관련 권한을 지방정부가 가져야 한다는 점이다. 

몇 년 전부터 울산시는 대기, 수질, 폐기물 등 오염물질 다량 배출업체들의 환경업무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단속 권한이 국가 사무로 이양된 것이 이유다. 자칫 대형 오염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신속한 대응에 문제가 생길 소지가 큰 상황이다. 권한은 주지 않으면서 책임과 비난을 떠안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1~2종 사업장의 관리 권한이 환경부로 이양되면서 지자체마다 지역 특성을 고려한 환경정책 시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허가의 환경부 집중으로 공장이 들어서는 지역의 지자체 의견은 '쑥' 빠진 데다 사업장에 대한 출입·점검 권한도 해당 지자체에게는 없다는 점에서 오염물질 사고가 터지거나 환경 민원, 하수처리구역 내 불법행위가 발생하더라도 신속한 대처에 나설 수 없기 때문이다. 울산의 경우 통합법 대상 사업장(1~2종)은 대기 48개 업체, 대기·수질 47개 업체, 수질 3개 업체 등 14개 업종에 98개 업체에 이른다. 무엇보다 이 부분의 해결이 시급하다. 정부는 하루빨리 환경관련 관리권 이양 등 실질적인 조치를 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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