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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의 흑역사 톰 필립스 지음·윌북·276쪽    '호모 사피엔스'는 지적인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인류 역사를 보면 인간의 전혀 지적이지 못한 행동들이 되풀이된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인류학과 사학, 과학철학을 전공한 작가이자 언론인인 저자는 인간이 저지른 대실패의 기록을 살펴본다.


 진시황, 히틀러, 마오쩌둥, 콜럼버스를 비롯한 유명 인물부터 역사책에는 나오지 않는 이들까지 인간의 '흑역사'를 거침없이 파헤친다.
 예술, 문화, 과학, 기술, 외교, 정치 등 10개 주제로 정리한 실패의 기록은 욕심은 끝이 없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위대한 성공의 역사 뒤에 가려진 실패의 역사가 한 걸음 떨어져 인간과 세계를 돌아보게 한다.
 

# 살다, 읽다, 쓰다 김연경 지음·민음사·368쪽    대표적인 세계 고전문학 작품들을 한데 모아 소개하는 세계 고전 안내서.
 서울대에서 강의하며 네이버 문학 캐스트에 관련 글을 연재한 소설가 김연경이 그간 내공을 모아 펴낸 기록물이다.


 적과 흑, 보바리 부인 등 프랑스 소설부터 시작해 인간세계의 모순을 파헤친 고전, 성장 소설, 세태 소설 등으로 분류해 고전의 향기를 전해준다.
 괴테, 발자크, 아쿠타가와, 디킨스, 도스토옙스키, 프루스트 등 당대 최고 작가들의 문학적 배경과 작품의 상관관계를 함께 설명하면서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저자는 서울대 노어노문학과를 나와 모스크바국립사범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6년 문학과 사회로 등단해 소설집 '파우스트 박사의 오류', 장편 '고양이의 이중생활' 등을 펴냈고 도스토옙스키와 파스테르나크 작품들을 번역했다.
 

# 영화는 두 번 시작된다 이동진 지음·위즈덤하우스·944쪽    이동진 영화평론가가 지난 20년간 쓴 평론을 모은 책. 1999년 개봉한 '벨벳 골드마인'부터 올해 선보인 '기생충'까지 기존에 발표한 평론과 이 책을 위해 새롭게 쓴 평론을 합해 208편이 수록됐다.
 이 평론가는 서문에서 영화평론가를 '경험을 사유하며 다시 시작하는 자' '영화의 감흥을 동력 삼아 다시 시작하며 설레는 자이면서 동시에 영화의 신비를 손에 쥐어보려고 다시 시작하다가 아득해지는 자'라고 규정했다.


 평론집은 그가 20년간 영화의 바닷 속에서 끊임없는 '투망질' 통해 길어 올린 주옥같은 영화와 글들의 집합체다.
 분절된 시간 속에 떨어져 있던 208편의 평론을 한 편의 연대기로 재구성해 그 어떤 페이지를 펼쳐도 앞뒤로 자연스레 그 시기의 영화가 따라오고, 독자는 영화 한 편에 대한 평론과 더불어 시간의 결을 함께 바라보게 된다. 같은 영화를 보았더라도 모두에게는 자신만의 영화가 남는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저자의 영화를 알아가는 동시에 문득 자신의 영화를 떠올리게 될 것이다. 그렇게 영화는 한 번 더 시작된다.
 

# 음식 경제사 권은중 지음·인물과 사상사·312쪽    음식은 단순한 먹거리가 아니다. 수요만큼 공급이 충분하지 않은 '경제재'다. 인간의 역사는 음식을 확보하려는 투쟁의 역사이자 음식을 주고받으며 이룬 교류의 역사였다. 음식은 그 지역 사람들의 운명을 결정했다.
 신문기자 출신으로 현재 이탈리아에서 요리를 배우는 저자가 역사의 흐름을 음식으로 설명한다. 음식이 인류 경제와 역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본다.
 쌀을 먹는 동양은 강력한 군주제를 확립했고, 밀을 먹는 유럽에서는 다양한 정치적 실험이 이뤄졌다. 보리는 그리스 민주주의 토양이 됐고, 옥수수와 감자를 먹던 라틴아메리카는 밀을 먹는 이들의 침략에 무너졌다. 책은 쌀과 밀 같은 곡식부터 맥주, 햄버거, 콜라, GMO(유전자 변형 생명체)까지 세계사와 경제에 중요 요소가 된 음식들을 다룬다. 강현주기자 uskhj@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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