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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를 강타한 제18호 태풍 '미탁(MITAG)'의 영향으로 울산 태화강에 태풍 '차바' 이후 3년만에 홍수주의보가 발령된 가운데 3일 오전 태화강국가정원 인근 태화강 수위가 높아져 있다. 울산시 제공
한반도를 강타한 제18호 태풍 '미탁(MITAG)'의 영향으로 울산 태화강에 태풍 '차바' 이후 3년만에 홍수주의보가 발령된 가운데 3일 오전 태화강국가정원 인근 태화강 수위가 높아져 있다. 울산시 제공

 

태화강 국가정원이 태풍 '미탁'으로 국가정원 지정 이후 처음으로 물에 잠기면서 근본적인 치수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2일 오후 10시 발효된 태풍 경보 이후 태화강에 홍수주의보가 발령된 것은 오후 11시부터였고, 태풍 경보 발효 이후 불과 한 시간여 만에 태화강 둔치 일원은 속수무책으로 대부분 물에 잠겼다.

# 차바 이후 3년만에 둔치 물에 잠겨
태화강이 물에 잠긴 것은 2016년 태풍 차바 이후 3년 만이다.
 제18회 태풍 미탁으로 인해 이틀간 내린 울산 도심의 강우량은 171㎜, 태화강 상류인 삼동지역은 242㎜, 상북지역은 163.5㎜, 두서지역은 233.5㎜의 강우량을 기록했다.


 지난달 21일부터 23일까지 울산을 거쳐간 태풍 '타파' 때 내린 강우량에 비해 이번 태풍 '미탁' 때 내린 강우량은 울산도심은 55㎜ 적고, 상북은 179.5㎜, 두서지역은 17.5㎜가 적었지만 태풍 '타파'때와는 달리 '미탁'은 태화강 둔치 곳곳을 물에 잠기게 했다.
 두 번에 걸친 태풍의 엄습으로 대곡댐, 사연댐, 대암댐 등 태화강 상류에 있던 3개의 용수댐들이 만수위 넘기면서 태화강으로 한꺼번에 물을 쏟아낸 것이 한 몫을 했다.


 2일 오후 11시를 전후해 태화강 둔치에 물이 차면서 홍수주의보가 발효됐고, 홍수주의보가 해제된 시각은 불과 3시간 후인 3일 새벽 2시. 이후부터 차츰 물이 빠지면서 태화강의 수위는 빠르게 정상을 되찾았지만 제2호 태화강 국가정원의 주요 시설물은 흙탕물을 뒤집어쓰거나 훼손됐고, 정원을 오가는 도로는 여기 저기 파이는 등 큰 상처를 드러냈다.


 태풍이 활퀴고 간 3일 오전 8시 현재, 아침 운동에 나섰던 시민들은 진흙탕을 까치발을 하면서 대숲길을 걸어야 했다. 작약원과 만남의 광장, 느티마당 일부를 제외하곤 대부분이 뻘흙을 뒤집어 쓴 채여서 사람들의 접근 조차 어려웠다. 국가정원을 가로 지른 실개천은 누런 황토물이 가득 찬 채 양쪽을 왕래하는 다리 들이 잠겨 오고갈 수 없을 정도였다. 실개천변에 설치된 그늘막 위로 잡풀이 올라 앉은 모습에서 태화강 수위가 어디까지 상승했는지를 쉽게 짐작케 한다.


 국가정원 전체의 절반가량이 물에 잠기면서 여러 시설과 초화류들이 흙탕물로 오염이 됐지만, 다행히 빠른 물빠짐으로 초화류의 생육에는 무리가 없어 보였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태화강국가정원에 설치된 인공 정원들이 별다른 훼손이 없었다는 것이다. 작가들이 미니 정원을 조성하면서 부지 일부를 성토하는 등의 작업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태화강 국가정원이 밤 사이에 물에 잠기면서 심한 상채기를 남기자 울산시청과 유관기관 직원, 군장병 등 1,000여 명이 현장복구에 나서며 비지땀을 흘려야 했다.
 이처럼 태화강국가정원이 태풍 '미탁'으로 물에 잠기는 수난을 겪으면서 근본적인 치수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국가정원 지정 과정서도 문제 제기
태화강이 물에 잠긴 기록을 보면, 1991년 8월23일 태풍 '그라디스'(강우량 417.8㎜), 2005년 9월 6일 태풍 '나비'(327㎜), 2016년 10월 5일 태풍 '차바'(266미리)를 비롯해 태풍이 아닌 집중 호우 때도 서너 차례에 걸쳐 범람 위기를 맞으며 태화강 둔치는 물에 잠겨야 했다.


 태화강 치수문제는 태화강국가정원의 지정과정에서도 약점으로 작용했다. 홍수 시 정원시설물에 대한 침수 대응책, 국지성 호우나 태풍으로 인한 정원침수 등의 문제는 국가정원 지정과정에서도 수 없이 제기돼 왔던 지적들이다.
 그러나 이를 극복하고 국가정원 2호가 됐지만 태화강 국가정원은 이번 태풍 '미탁' 앞에 물에 잠겨야 했다.


 한삼건 교수(국가균형발전위원회위원·울산대 건축과)는 "태화강국가정원의 치수문제는 국가정원 지정과 함께 숙명적으로 안고 가야할 숙제다. 국가정원 부지를 일부 성토하는 등 정원의 지면을 높이는 방안이나 정원 주변에 제방을 쌓는 방안이 제시될 수 있겠지만 하천변이 국가정원으로 지정되면서 대책을 마련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면서 "보다 깊은 고민과 대책 마련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지혜를 모아야 할 일이다"고 말했다.  전우수기자 usjws@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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