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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토끼를 만난 적이 있다는 송찬호 시인! 늘 이상하고 신기한 세상을 기다린다는 시인은 이제 이상하고 신기한 세상 속에서 살고 있는 게 틀림없습니다. 마음껏 드나들 수 있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토끼 구멍'을 발견한 게 틀림없습니다. 송찬호 시인에게 진짜 세상은 어디일까요? 토끼 구멍 속일까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곳일까요? 송찬호 시인이 살고 있는 신기한 세상 속으로 가볼까요?

# 여우와 포도

여우와 포도 이야기
알고 있나요?

여우와 포도가 만났는데요
여우가 포도를 따 먹기 전에
포도가 먼저 달려들어
여우를 깨물었다는 거예요

포도의 씨가 단단하긴 해도
이빨처럼 튼튼하지 않는데
어떻게 여우를 깨물었을까요?

그래서 말인데요
야, 맛있는 포도다, 하고
나도 모르게 손이 먼저 갈 때
포도가 내 손가락도
와앙, 깨물면 어떡하지요?

여우를 앙, 깨무는 포도라니요. 내 손가락을 와앙, 깨무는 포도라니요. 송찬호 시인이 살고 있는 동네에는 포도가, 맛있는 포도가, 먼저 달려들어 깨물 줄도 아는 달콤한 포도가 함께 살고 있어요. 그런 포도도 있다는 것을 시인은 말하고 싶었을 겁니다. 그런 포도는 우리 옆에도 많이 있는데 우리가 보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알려주고 싶었을 겁니다. 그뿐이겠어요. 동시집 속에는 겁 많은 늑대와 나이 많은 늑대, 사냥꾼보다 빠른 곰, 물고기를 나눠주고 대장이 된 너구리, 은행에 취직한 거미, 하늘을 나는 코끼리, 자장면을 시킨 할미꽃, 재판장 노란 민들레 등 정말 많은 친구들이 함께 어울려 따뜻하게 살아가고 있어요. 그 친구들의 이야기가 궁금하지요? 그래도 포도를 따 먹으려다 손가락이 물린 여우의 집에 먼저 들러보아요.

 

아동문학가 장그래
아동문학가 장그래

# 여우가 깨졌다
여우네 집에/ 여우가 아끼는/ 접시가 있는데,/ 여우는 거기에 고깃국을 담아서/ 후루룩, 짭짭…/ 맛있게 핥아 먹곤 했다// 그러데, 아뿔사! 여우가/ 그만 접시를 떨어뜨리고 말았다/ 접시가 깨질 때/ 여우의 비명 소리가/ 어찌나 크고 슬펐던지/ 우리는 모두 여우가 깨진 줄만 알았다//

여우의 이야기를 통해 시인은 무엇을 전하고 싶었을까요? 우리 동네 여우도 그렇게 소리 내어 울고 있는지 귀기울여보세요. 어쩌면 우리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누군가를 아프게 하면서도 그렇게 하는 줄도 모르는 건 아닐까요. 숲에서 만난 동물들의 이야기가 우리의 이야기인줄도 모르는 건 아닐까요.

# 눈사람
눈사람 셋이 모였다/ 흰 눈사람/ 검은 눈사람/ 붉은 눈사람// 누가 더 깨끗한 눈사람인지/ 서로 따지지 않았다/ 모두 추운 나라에서 왔다//  아동문학가 장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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