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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타임지'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 중 한 사람인 스웨덴의 한스 로울링(Hans Rosling)은 보건의학과 통계학을 바탕으로 그의 아들과 며느리와 함께 '팩트풀니스 factfulness, 사실충실성'이란 책을 발표했다. 2019년 올해 우리나라에 소개됐고, 전 세계 지성인들의 필독서가 되고 있다.

전 세계의 인구, 수명, 보건, 교육, 전기, 재해, 기후 등 실생활과 관련한 내용으로 3지선다형 객관식 문항 13개를 만들어 125개국 지식인들에게 응답하게 하였다. 그런데 그 정답률은 의외로 참담했다. 아무거나 점찍어 정답 맞힐 수 있는 침팬지 수준인 33.33%보다 오히려 낮았으며 80% 이상의 응답자가 13개 문항 가운데 겨우 2문제를 맞혔다. 

한국인들은 교육 수준이 비교적 높아 다른 나라 지식인보다 더 높은 정답률을 나타내고 있는 문항이 있지만, 예외가 아니었으며, 만족할만한 수준이 아니었다. 특히 가치관 갈등이 심한 한국 사회에서 번영과 발전을 지속하려면 현실을 직시하여야 하며, 사실에 충실한 세계관을 가져야 한다. 이 나라의 모든 지도자는 보고 싶은 것만 바라보는 편향성을 극복하고 오로지 진실에 바탕을 관점을 가져야 한다. 사회문제를 바르게 진단해야만 그 해결책도 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인구를 소득수준에 따라 저소득, 중간소득, 고소득으로 구분할 때, 전 세계의 인구 중 저소득 국가에 사는 사람은 몇 %일까?' 세계 지식인들의 평균 대답은 50% 정도였다. 명백히 잘 못 알고 있었다. 정답은 10%이다. 정확히 말하면 9%이다. 

'현재 세계의 모든 저소득 국가에서 초등학교를 나온 여성의 비율은 얼마일까?' 정답은 60%이다. 125개국 중 한국인들의 정답률이 가장 높았지만 겨우 10%만이 정답을 맞혔다. 침팬지의 정답률 33.33%보다 훨씬 낮았다. 

'저소득국가, 중간소득국가, 고소득국가 중 전 세계 인구의 다수는 어디에 살까?' 전 세계 인구의 75%인 50억은 중간소득국가에 산다. 한국인들의 정답률이 1위였지만, 정답률은 39%로 거의 침팬지 수준이었다.

'오늘날 세계인들의 기대 수명은 몇 세일까?' 정답은 70세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72세이다. 한국인들의 정답률이 가장 높았지만, 39%였다. 그러나 장수 국가인 일본은 28%, 스웨덴은 29%만이 정답을 맞혔다. 다른 나라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전 세계 30세 남성은 평균 10년간 학교에 다닌다. 같은 나이의 여성은 평균 몇 년간 학교에 다닐까?' 정답은 9년이며, 한국인들의 정답률이 가장 높았지만 거의 침팬지 수준인 32% 정도였다. 

'오늘날 세계 인구 중 0~15세 아동은 20억이다. 유엔이 예상하는 2100년 이 수치가 얼마나 될까?' 줄어들까? 늘어날까? 그대로일까? 정답은 20억 그대로다. 한국인의 정답자 비율이 가장 높았으며 45%이었으며, 드디어 침팬지 수준 33.33%를 넘었다. 

세계인들의 소득 수준, 세계의 극빈층, 세계인의 수명, 인구, 여성의 교육 수준 등 교양 상식으로 판단할 수 있는 기본적인 내용에 대해 지식인들이 얼마나 편향된 생각과 거짓된 정보를 가졌는지가 드러나고 있다. 어쩌면 인간은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편견의 노예일지 모른다. 그러나 객관적 사실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려는 노력 과정이 없으면 그 편견 또는 오류의 상태가 지속된다. 

현상과 문제의 원인을 사실 그대로 진단하지 못하고 있다면 그와 관련된 문제 해결 처방책이 나올 수 없다. 질병 원인을 잘 못 진단한 상태에서는 제대로 된 좋은 처방책이 나올 수 없는 이치는 국가의 정치 경제 사회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사실충실성(factfulness), 사실에 기반한 세계관은 객관적 진실 또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려고 노력한다는 것이며, 지금까지 알고 있던 자신의 생각 속에 숨어있는 본능적 오류를 찾아내는 일에서부터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나라는 지금 정치, 경제, 외교, 안보, 교육의 근간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정부가 앞장서서 국가의 정체성과 방향성에 큰 혼돈을 야기하고 있다.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 경제 체제로 번영한 한국이 정반대편에 입지하고 있는 사회주의 이념과 공산주의 체제와 뒤섞여 운영하려 하고 있다. 현상을 사실 그대로 정확히 진단하여 해결책을 찾는 것이 정부와 이 시대의 모든 지식인의 기본 책무이지만 그런 노력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의사가 몸속에 배양되고 있는 암세포를 조기에 발견하지 못한다면 그 사람의 수명은 단축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사실 그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이념, 일방적 관점, 제한된 전문성, 닫힌 사고, 편향성 오류 등으로 사실에 충실한 세상 이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다면 국가의 수명이 단축된다. 자기 생각의 틀에 갇혀 다른 세상을 알려고 하지 않는다면 진실을 포기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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