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통일의 발자취를 따라⑴ - 여행을 시작하면서
신라통일의 발자취를 따라⑴ - 여행을 시작하면서
  • 울산신문
  • 승인 2019.10.16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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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갑제 조갑제닷컴대표

이 글은 삼국통일과 관련된 유적들을 여행하면서 필자가 강연한 내용입니다.

삼국통일하면 세 사람이 떠오르는데 우선 태종무열왕이 있습니다. 외교를 맡아 해서 당나라와 목숨을 건 외교를 합니다. 통일은 그 아들인 문무왕 때 했지요. 그 두 분을 모시고 장수하면서 통일을 이룬 김유신이 있습니다. 그런데 삼국통일하면 바로 연상되는 건 태종무열왕과 문무왕보다는 김유신입니다. 

김유신은 太大角干(태대각간)이라는 최고 직책까지 올랐습니다. 말하자면 국방장관을 30~40년 한 겁니다. 이분의 생애가 특이한 게 79세까지 살았습니다. 그 당시 79세 살았다면 지금으로 치면 100세 정도하고 비슷할 겁니다. 세종대왕 같은 분들은 다들 50세 정도까지 살았고 문무왕도 50세에 죽었습니다. 김유신이 79세까지 살았다는 게 신라의 운명에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진천에 가면 김유신 사당인 吉祥祠(길상사)가 있습니다. 길상사는 절이 아니라 사당입니다. 그다음에 용화사가 있는데 여기는 김유신을 기리고 고려시대 불상을 모시는 곳입니다. 그다음에 김유신의 생가, 그다음에 마지막으로 최근에 새로 지은 우리나라 명물이 하나 생겼습니다. 寶塔寺(보탑사)라는 절입니다. 이 절은 申榮勳(신영훈) 씨라고 목수인데 아주 큰 목수죠. 이 사람이 지은 절입니다. 그게 요새 구경거리가 돼서 그 마을에 일 년에 몇십만 명이 온답니다. 

삼국통일을 테마로 잡은 이유는 우리가 이제 남북통일을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통일을 생각하자는 겁니다. 우리 역사에서 과거에 삼국통일이 있었고 그다음에 후삼국 시대로  수십년 동안 갈라졌다가 王建(왕건)에 의해 통일이 됐습니다. 다가오는 남북통일까지 포함하면 세 번의 통일입니다.   

이런 시기에 맞춰 통일을 한 번 생각해보자는 것과 두 번째는 우리 민족이 생겨난 계기를 되새겨 보기 위해서입니다. 한반도가 산동성의 일부, 중국의 일부가 되지 않고서 우리가 한국말을 쓰면서 한민족이라는 의식을 가지고 생활하게 된 것은 신라통일 때부터입니다. 신라가 통일을 했기 때문에, 신라가 통일을 하는 과정에서 결전을 통해 唐(당)나라를 한반도에서 쫓아냈기 때문에 우리가 중국의 식민지가 안 됐습니다. 지리적으로만 본다면 우리가 중국의 식민지가 되는 게 정상일 텐데 바로 이 김유신과 문무왕, 태종무열왕의 리더십 때문에 우리가 지금 한국인으로 살고 있다는 것을 되새겨보자는 뜻이 이번 여행 속에 있습니다.   

제가 삼국통일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오래된 것이 아니고 한 10여 년 전부터입니다. 그때부터 삼국통일의 뜻을 알게 되면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굉장히 자랑할 만한 나라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민족사에서 김유신 같은 영웅을 가졌다는 것은 우리의 축복입니다.   

유럽에 가면 영웅들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저는 전쟁에도 관심이 많고 이래서 나폴레옹이나 알렉산더 대왕, 시저, 비스마르크 같은 영웅들을 많이 알아보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신라의 삼국통일 이야기를 읽어보니까 김유신이나 김춘추, 문무왕이 유럽의 영웅들보다 못한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그래서 '아, 한국인으로 태어난 것이 자랑스럽다'하는 자부심이 저절로 생기는 걸 느꼈습니다. 나의 민족적 자부심의 원천이 바로 신라의 삼국통일에 있고 신라의 삼국통일에 의해 만들어진 통일신라 시대의 찬란한 문화인 것입니다.    

우리나라 민족사에서 딱 한 번 선진국이 있었다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그건 신라통일 전후로 해서 300여 년, 6~9세기까지입니다. 이 기간은 신라가 세계의 선진국이었습니다. 그 당시는 유럽이 아주 엉망이었습니다.

당시 유럽은 잘 아시겠지만 중세암흑시대였습니다. 로마가 망해가는 게 4세기. 결정적인 이유가 게르만족이었습니다. 이 사람들은 원래부터 로마와 싸우다가 4세기쯤 되면 우리의 조상쯤 되는 훈족(흉노족)이 나타나 게르만족을 치니까 그들은 살기 위해서 서쪽으로 밀려갑니다. 지금의 이탈리아, 프랑스권 즉 로마 문명권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러니까 로마가 무너져버렸습니다. 로마가 무너지니까 서구의 문명 세계가 무너졌습니다. 야만시대로 되돌아가 버렸습니다. 그 뒤 400~500년 동안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우는 중세의 암흑시대가 시작됐습니다.    

이 암흑시대라는 것은 아무것도 만든 게 없어요. 유럽 여행을 많이 가신 분은 아실 겁니다. 유럽에 가보면 4세기에서 11세기까지 지은 건물이 거의 없습니다. 이 암흑시대에 유일하게 기능했던 것은 교회죠. 그때 유럽문명을 지탱한 것은 게르만족이 세운 프랑크 왕국 등 여러 정권들과 교회였습니다. 

그럼 이 시기 세계 전체 문명의 중심이 어디냐? 동북아시아였습니다. 당나라와 신라였습니다. 여기가 7세기, 8세기, 9세기에는 세계 문명의 중심이었습니다. 7세기 무렵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이슬람 문명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중동의 이슬람, 동양의 당, 신라, 일본, 대충 이런 나라들이 선진국이었습니다. 당나라, 통일신라, 일본은 당시 세계사에서 '빅 3'였을 겁니다. 국력이나 문화적인 면에서 말이죠. 그것을 염두에 두시면 우리가 지금 생각하는 신라는 민족사에서는 유일한 선진국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가 자유통일을 한다면 역사상 두 번째의 선진국이 되는 길이 열립니다. 신라를 연구하면 선진국 모델을 찾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