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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수주 증가로 업황 개선이 기대됐던 울산의 조선업 경기가 다시 얼어붙고 있다. 세계 1위 조선사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지역 조선사들의 수주가 급감한 탓인데, 올 3분기까지 업체별 수주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많게는 30% 이상 줄었다.

20일 현대중공업그룹에 따르면, 올해 9월 말까지 현대 조선3사의 수주금액은 84억8,1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119억2,200만 달러를 수주한 전년 동기에 비해 28.9% 감소한 규모다. 올해 총 196억1,700만 달러를 수주목표로 정한 현대 조선3사의 연간계획과 비교하면 달성률은 43.2%에 불과한 수준이다.

그룹 계열사별 수주액에도 3사 모두 심각한 부진에 시달리는 상황이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올 9월말 현재 수주금액은 44억1,600만 달러로 전년 동기의 65억7,800만 달러에 비해 32.9%나 줄었다. 올해 연간목표로 정한 117억3,700만 달러를 감안하면 3분기까지의 연간 달성률은 37.6%에 그친 셈이다.

현대미포조선의 9월말 누계 수주액은 15억7,9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18억1,800만 달러에 비해 13.5% 감소했다. 때문에 올해 총 35억3,000만 달러를 목표를 세운 연간계획 대비 달성률은 44.7%에 그쳤다.

현대삼호중공업은 9월 말까지 24억8,600만 달러를 수주했는데, 전년 같은 기간의 35억1,800만 달러와 비교하면 29.3% 감소한 금액이다. 이는 연간목표 43억5,000만 달러와 비교해 달성률은 57.1% 수준이다.

현대중공업의 사업부문별 수주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엔진기계와 해양 부문에서 선방했으나 조선과 플랜트는 부진을 이어갔다. 9월 말까지의 조선 수주액은 31억5,5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54억1,900만 달러에 비해 무려 41.8%나 감소했다. 플랜트는 1억500만 달러로 수주 부진은 전년 동기(1억900만 달러)와 마찬가지였다.

반면, 해양 부문은 3,500만 달러를 수주해 전년 동기 1,900만 달러에 비해 84.2% 증가했고, 엔진기계 수주액은 11억2,1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10억3,100만 달러보다는 8.7% 늘었다. 하지만 이는 전년 동기에 비해 실적이 다소 나아졌을 뿐, 해양사업 부문의 경우 연간 수주목표액 19억500만 달러와 비교하면 9월 말까지의 실적은 1.8%에 불과해 해양 부문 경기 회복이 쉽지 않음을 뒷받침했다.

이처럼 조선·해양 부문의 극심한 수주 감소로 현대중공업의 수주 잔량, 즉 '일감'은 사상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조선·해양 수주 잔량은 8월말 94척에서 9월말 현재 99척으로 늘었지만, 일감 부족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연말까지 신규 수주가 호전되지 않을 땐 올해 수주 잔량은 사상 최악을 기록한 지난 2016년을 답습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현대중공업의 최근 10년간 수주 잔량은 2008년 295척에서 2010년 207척, 2012년 115척, 2014년 145척, 2016년 103척, 지난해 113척이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조선업 위기는 현재 진행형"이라며 "조선업의 어려움이 여전한 상황에서 잠시만 방심하면 존폐의 갈림길에 서 있는 국내 몇몇 조선사들처럼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계했다. 이어 관계자는 "막연히 '우리는 규모가 더 크니까 괜찮을 것이다'라는 안일한 생각은 냉엄한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아무런 근거 없는 자신감일 뿐"이라고 말했다.  최성환기자 c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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