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울산발전연구원에서 의미 있는 보고서가 나왔다. 김상우 박사의 지역서점 자생력 제고방안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다. 김 박사는 이슈리포트를 통해 울산지역 서점 활성화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점의 대형화 및 온라인화로 2005년 이후 울산지역에 영업 중인 서점 절반가량이 문을 닫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 박사는 이슈리포트에서 2005년 139개소에 달하던 울산지역 서점이 2018년 말 현재 82개소로 2005년 대비 41%나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점 수는 줄어들었지만 대형 프렌차이즈 서점들이 잇따라 입점하면서 서점 당 면적은 2005년 대비 증감률이 109.7%로 다른 시·도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프렌차이즈 서점이 입점하고 서점들이 크고 넓게 자리 잡았지만 울산인구 1인당 연간 평균 독서 권수는 2009년에 9.4권이던 것이 2017년 7.8권으로 줄어들었다. 독서인구 1인당 평균 독서 권수는 2009년 14.4권에서 2017년 15.9권으로 소폭 상승한 것은 그나마 위안이다.

울산시민 400명을 대상으로 서점이용 현황을 조사한 결과 지난 1년간 울산시민의 도서구입비는 △5만 원 미만이 38.4%로 가장 많았고, △5만~10만 원 미만이 33.0% △10만~15만 원 미만이 15.2% 순으로 나타났다. 조사에서는 지역서점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휴식공간과 시설물 개선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41.1%로 가장 많았고 △도서보충(21.8%) △할인율·적립금 혜택(17.4%) △다양한 이벤트 개최(10.3%) 순으로 나타났다. 

김 박사는 '지역 서점의 자생력 제고방안'으로 △지역서점 운영자들에 대한 서점운영교육 △독서동아리 운영 및 네트워크 지원 △지역서점 공간 리모델링 △울산지역서점 축제 개최 등을 제안했다. 김 박사는 또 "시민이 서점에서 신간을 구매해 읽은 후 반납하면 도서관이 직접 시민에게 구입비용을 지원하는 울산식 희망도서 바로 대출 서비스가 전개될 필요가 있다"면서 "울산식 희망도서 바로 대출서비스는 지역서점의 신간 소식 및 도서관의 구매예정 도서 정보를 연동하기 위한 도서정보 클라우드 구축이 전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지적이 울산의 독서문화를 조금이나마 끌어올리려는 실천적 대안으로 제시됐지만 여전히 우리의 독서문화는 부끄러운 성적표를 보이고 있다. 울산지역 학생 1인당 장서 구입 비용이 전국에서 가장 낮고 사서 배치율도 최저 수준이다. 딱하다 못해 자괴감까지 든다. 책이 미래이고 도서정책은 그 도시의 내일을 알려주는 바로미터다. 각종 모바일 정보통신 기기와 영상이 각광받는 시대라지만 여전히 책에 대한 효용성은 우뚝하다. 물론 활자 기반 매체의 위상은 예전만 못하고 그 지위도 나날이 위축되는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영상이 주는 인상과 기억이 압도적이라 해도 결국 인간과 인간이 이로부터 느끼는 감정을 나누기 위해선 글자로 표현되는 언어를 통할 수밖에 없다.

흔히 '책 속에 길이 있다'는 이야기를 한다. 울산시가 몇 해 전부터 독서문화에 힘을 쏟고 각 자치단체가 북페스티벌을 여는 이유는 바로 미래의 울산을 위한 투자다. 오늘의 미국을 존재하게 한 가장 큰 바탕은 공공도서관이라는 말이 있다. 공공도서관은 그 도시의 모든 시민들에게 언제나 개방돼 있다.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곳곳에 들어선 공공도서관에서는 많은 시민들이 자료열람부터 오디오북과 학습용 DVD, 고전에서부터 최신 베스트셀러까지 다양한 정보를 마음껏 이용한다. 특히 놀라운 것은 작은 시골 도시 수준의 공공도서관이지만 자체 운영하는 프로그램의 다양성도 혀를 내두르게 했다. 

울산을 두고 최근 위기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위기의 시대에 늘 화두가 되는 것은 미래를 위한 투자다. 과거 극심한 위기를 겪은 미국은 미래에 대해 부정적이지 않았다. 적어도 그들에게 미래는 '도전'이고 극복할 수 있는 '현실'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런 미국을 만든 것은 다름 아닌 미국 전역에 존재하는 공공 도서관이다. 문제는 위기가 아니라 위기에 대한 진단이다. 그리고 그 진단을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내는 문제해결 능력이 필요하다. 그 답이 독서라는 점에서 울산의 독서문화 제고는 반드시 필요하다. 책을 읽자는 캠페인이나 공공도서관 확충은 외치는 것보다 중요한 부분은 바로 독서를 어떻게 주민들의 생활과 밀착시키느냐에 있다. 이는 바로 도서관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뉴욕이라는 대도시에 87개의 공공도서관이 있는 나라가 미국이다. 부러워할 일이 아니라 울산도 서둘러야 한다. 산업수도 울산을 문화도시로 바꾸고 위기의 시대를 기회의 시대로 전환하는 힘은 다름 아닌 시민의 역량이다. 그 역량은 바로 책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곱씹어볼 시점이다. 비록 부끄러운 장소에 시립도서관을 지은 잘못을 저질렀지만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더 많은 도서관관 더 시민들에게 다가가는 독서문화를 만들어가는 정책이 펼쳐지길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