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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교실혁명'으로 불리는 '고교학점제'의 전면 도입에 앞서 지역 일부 학교에서는 제대로 된 기반 마련을 위한 선제적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지금껏 없던 새로운 교수학습법이 요구되는 고교학점제가 실제로 도입됐을 때 학교 현장이 시행착오를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22일 울산시교육청에 따르면 북구 매곡고·화봉고, 동구 화암고·남목고 등 일반고 4곳과 울주군 울산상고 등 직업계고 1곳 등 고교 5곳이 '고교학점제 연구학교'로 지정·운영되고 있다. 
이들 학교는 학생 개개인의 진로와 여기에 필요한 선택 수업을 어떻게 '매칭'시킬 지에 방점을 찍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상담 스킬과 효율적인 수업법을 개발하고 있다.

매곡고는 '진로 진학 가이드북'을 제작했다.
가이드북은 다양한 전공과 선택 과목에 대해 심도 있게 설명해주는 일종의 안내서다.
학생들은 가이드북을 토대로 1학기 동안 담임 교사에게 개별 상담 받는 절차를 거친다.
또 어떤 선택과목이 자신의 적성과 진로에 맞는지를 판단하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 안목을 높이게 된다.
학교와 교사는 개별 학생들에게 제공할 과목을 '교과별 협의회'와 '교육과정 협의회' 등 회의를 거쳐 신중하게 선택하게 된다.
이 학교는 '교과연구 동아리'를 만들어 각 교과의 특성에 맞는 교수학습법도 연구하고 있다.

화봉고는 1·2학년에게 '화봉 4-STEP 진로 네비게이션'을 제공하고 있다.
학생들은 네비게이션을 통해 진로 관련 검사를 받고 캠프 등을 체험하며 스스로 진로를 설계하고 있다.
또 다양한 교과목을 체험할 수 있는 부스를 강당과 운동장에 설치해 운영하고, 이 곳에서 '2019 화봉 수업공감DAY!, 교과체험 DAY!' 등  프로그램도 가동해  수업에 대한 학생들의 이해와 관심을 증진시키고 있다.
이 학교 김시현(18) 학생은 "내가 가장 잘 아는, 나에게 가장 잘 맞는 수업을 선택해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며 "특히 같은 관심사를 가진 친구들과 만나고 서로의 대화에 공감하는 과정이 즐겁다"고 말했다.

화암고는 '학업 설계 학생 지원단'을 구축했다.
재학생이 원할 경우 지원단 활동을 하고 있는 다른 학생들에게 진로나 과목 선택을 위한 상담을 받고 의견도 개진하게 된다.
이 학교 이상윤(18) 학생은 "아직 진로를 정하지 못한 후배들에게 내가 아는 정보를 나눠주고 경험을 들려줬다. 이같은 학생 자치활동은 진고 고민에 대한 해결책을 찾으며 서로가 동반성장해 가는 바탕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남목고는 1학년 1학기를 '진로 집중 학기'로 설정해 심도 있게 진로를 탐색하는 시간을 따로 배정했다.
진로 집중 학기 중에는 심리검사 및 해석, 대학 전공 탐색 체험, 꿈 기록장 '꿈대로' 제작 등 다양한 진로 탐색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특히 전공 탐색 체험 과정은 대학 교수와 대학생을 초청해 학생들이 대학교 단계에서의 전공을 먼저 체험해 볼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화암고와 남목고는 시교육청이 지정한 '고교학점제 시범지구'(화암-남목 시범지구) 학교 이기도 하다.

이들 2곳의 시범지구 학교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교양과목이 아닌 진로선택과목을 대상으로 공동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울산상고는 '학과 간 공동 교육과정'을 개설했다.
종전까지는 자신의 전공 과목만 수강할 수밖에 없었던 학생들이 이번 과정이 개설된 후부터는 다른 학과의 선택 전공도 병행 수강할 수 있게 됐다.

이 학교는 또 '컴퓨터 프로그래밍' '3d프린터용 제품제작 수업' 등 4차 산업과 관련된 과목들을 고교학점제로 개설해 시대의 변화에도 발맞추고 있다.

이 학교 교사는 "학생들이 자신이 원하는 수업을 선택할 수 있게 해서 그런지 수업에 더욱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며 "학생들의 수업 자율권 보장이 이같은 긍정 효과를 가져오는 것 같다"고 전했다.  하주화기자 usjh@·이희정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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