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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농사 짓는 사람 두 명 이상만 모이면 도매시장 이야기다.
대부분 유치 경쟁에 대한 이야기인데 신문과 방송, 여기에 '카더라' 정보까지 차고 넘친다. 공감 가는 부분도 있지만, 정작 성공적인 도매시장 이전을 위한 고민은 빠진 것 같아 아쉬운 마음에 펜을 들었다.
울산에서 부추 1톤을 생산했다고 치자.
어디서 팔까? 당연히 울산 농수산물도매시장이겠지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아니다. 농민은 한 번에 물량을 넘기면서 조금이라도 돈을 더 주는 곳으로 선택한다.

울산과 대구 도매시장만 한정해서 보면 울산은 대략 500kg(부추), 대구는 1톤을 소화한다. 그렇다면 일단 대구가 유력하다.
대구 도매시장 청과 분야 도매법인은 울산보다 2배 정도 많다.
다른 분야도 사정은 비슷한데 법인이 많다보니 위탁수수료가 울산에 비해 낮다. 최종적으로는 물량을 한 번에 넘기고 값도 더 받을 수 있는 대구를 선택할 것이다. 
위탁수수료는 가격과도 직결된다. 그래서 대부분 농산물 값이 울산보다 저렴하다. 가격이 좋다보니 와달라고 하지 않아도 저절로 사람이 모인다.
울산 생산 농작물이 대구에서 거래된다는 건 울산 도매시장 규모가 작아지고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 지역 농민들이 다른 지역을 가지 않고 울산에서 거래하는 시장을 만드는 게 최우선이고 기본 중에 기본이다.

실제 대구 도매시장 한 해 매출은 9,700억 원, 울산은 1,500에서 2,000억 원 정도다. 같은 광역시고 우리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데 차이가 어마어마하다.
대구 도매시장에는 칠곡,구미,영천,경주,의성,군위 등 인근 지역 농민들이 모여든다.
접근성이 좋다보니 대구 인근 지역 물량이 저절로 흡수되고, 물량이 많다보니 도매법인도 많고, 가격은 자동적으로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 시장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다.
우리도 충분히 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울산 인구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110만 내수시장만 봤다간 낭패보기 십상이다. 500만 시장을 만들어야한다.
그런 점에서 울주는 경주, 밀양, 양산, 부산 등 경남과 경북 지역과 30분 이내 거리에 있어 울산 최대 접근성을 자랑한다. 경쟁력 있는 도매시장 기반을 만드는 데 제 격이다. 
지금보다 부지가 넓어져도 타 지역 접근성이 떨어지면 아무런 이득이 없다. 대구처럼 선순환 구조를 만들려면 일단 물량이 많아야 한다.
그러려면 집토끼도 잡고 다른집 토끼도 잡아야 한다.
울산 경제를 걱정하는 전망이 하루가 멀다하고 나오고 있다.
시장은 지역풀뿌리경제를 보여주는 거울이다. 울산을 넘어 부산, 경남, 경북을 아우르는 도매시장으로 만들어야하는 이유가 더욱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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