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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면서 다양한 경험을 해본다는 것은 참으로 즐겁고 행복한 일이다. 게다가 그 기회가 흔치않은 특별함과 상징성까지 담아낸다면 울림은 배가 된다. 청명한 가을 햇살이 눈부시었던 지난 주말, 남구 삼산웨딩공원에서 열린 다문화가정 부부 2쌍의 전통혼례 축제도 그 중 하나다. 전통혼례를 통해 한국의 문화체험과 가족의 소중함을 되새겼고 더불어 다문화가정에 대한 인식 개선에도 큰 도움이 되었으니 그 즐거움이야 이루 말로 다 표현하기가 어렵다.


이번 전통혼례축제는 낯선 이국땅에서 형편이 여의치 못해 결혼식을 치르지 못하고 부부의 연으로 살아가는 다문화가정에 뒤늦게나마 결혼식의 기회를 제공한 소중한 자리였다. 소소한 마을축제 행사의 일환으로 지난 7월 남구청 일자리정책과에서 실시한 공모사업에 우리 삼산동 축제추진위원회가 선정돼 마련한 것이었다. 게다가 웨딩공원이라는 장소적 특성도 마을 주민들의 공동체 의식 함양에 부족함이 없어 더욱 뜻깊었다. 주민들과 이웃 상인들이 서로 소통하고 화합하는 원동력이 되었으니 일석삼조가 아니었나 싶다.


필자는 축제추진위원장으로서 전반적인 행사를 신경 써야 해 어깨가 무거웠다. 그렇지만 주민들을 비롯해 추진위원 및 공무원, 여러 단체들의 성원과 도움 덕택으로 성황리에 행사를 마무리 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특히 개인적으로도 감회가 매우 남달랐다. 이 날 필자의 부부는 결혼식을 치르는 2쌍의 다문화가정 중 한 쌍의 혼주 역할로 나서게 되었다. 실제 두 아이를 둔 부모로서 적잖이 부담은 됐지만 평생 잊지 못할 가슴 먹먹한 감동과 여운을 안겨 주었다.


결혼식은 그야말로 성스럽고 경사로운 인륜지대사(人倫之大事)가 아닌가. 각각 다른 환경에서 자란 남녀가 사랑으로 만나 험한 인생길을 함께 나아가겠노라고 약속하고 다짐하는 신성한 의식의 자리이다. 따라서 그 한가운데에 속했다는 것만으로도 뿌듯한 전율이 감돌았다. 더욱이 이들은 이런저런 연유로 결혼식을 미뤄왔던 다문화가정이다. 이들에게는 언감생심일 수도 있는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큰 행복으로 다가올 것인지 감히 짐작케 해 더 그랬다. 그도 그럴 것이 전통결혼식을 올리는 신랑 신부의 모습 또한 호기심과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듯했다.

무엇보다 평생 잊지못할 결혼식을 올려준데 대한 감사의 인사와 함께 앞으로 지역 사회에 보탬을 주는 삶을 살겠다는 다문화가정들의 다짐은 참석자들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한복과 색동으로 꾸며진 이색적인 무대나 푸짐하게 차려놓은 혼례상 음식도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또한 흥겨운 길놀이, 꽃가마 입장 등을 할 때마다 마을주민들은 웃음꽃과 축하의 박수로 응답했다. 결혼식을 마친 뒤 전통놀이와 잔치음식 등 풍성한 볼거리와 먹거리도 마을 주민들의 화합을 다지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최근 우리 사회 곳곳에서는 비대해진 허례의식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생활 전반에 걸쳐 요구되는 예법과 관습이 변화함으로써 세대간 갈등을 일으키는 사례도 많다. 현실과는 동떨어지고 합리성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아 일부에서는 작은 결혼식을 추구하는 움직임도 있다. 그런 와중에 전통혼례식을 직접 경험한 것은 결혼의 의미와 틀을 바꾸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다문화가정 문제도 마찬가지다. 다문화가정은 이제 우리 사회에서 더 이상 낯선 모습이 아니다. 달리 말하면 다문화가정의 문제는 이제 소외받지 않으면서 우리 지역 사회의 구성원으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는 우리 모두의 과제라는 얘기다. 남구 마을 공동체 지원사업인 소소한 마을 축제를 열어 다문화 가정 무료 결혼식을 개최한 것만으로도 큰 성과로 꼽힐 만하다.


지금은 모든 것이 결합하고 융합해 새로운 문명 장치를 일궈내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다. 더욱이 우리는 저출산의 부작용을 심하게 앓고 있는 사회다. 이런 때일수록 모든 구성원들의 협력과 지혜로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에너지를 끌어 모아야 한다. 도둑질도 손발이 맞아야 하고,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 아무리 잘난 사람이라도 혼자서는 이룰 수가 없다. 독불장군은 더 이상 살아남을 수 없다는 뜻이다. 물론 공짜점심도 없다. 내가 하기 싫은 일은 그 누군가가 떠맡기 마련이다. 모든 일에 선입견과 편견을 버리고 이해와 배려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이번 다문화가정의 전통혼례를 통해 새삼 깨달은 삶의 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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