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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에 가기 위해 동시를 쓰는 시인이 있습니다. 그 별은 멀리 있기도 하고 가까이 있기도 하답니다. 어른들이 가기엔 조금 어려울 것 같다고 합니다. 어린이들은 쉽게 갈 수 있는 그 별, 반딧불이를 따라간 사람도 있고 씨앗들을 따라 밭으로 가서 그 별에 다다른 이도 있다고 합니다. 성명진 시인도 가고 싶지만 아직은 가지 못한, 그 별에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이번 보름달

쭈그렁 달 속으로 아이들이 뻥 축구공을 차 넣고는 까르륵거리며 뛰어 들어갔다 달이 빵빵해졌다

어머니가 장바구니를 들고 들어가고 고양이를 따라 염소랑 강아지 별 셋도 들어가자 달이 더 부풀었다
"야, 그만 들어와!" 누가 외쳤지만 퇴근한 아버지를 이어 호박과 수세미들도 넝쿨을 뻗어 기어이 들어갔다
"터지겠다, 어른들은 나가라!" 크게 울리는 소리에 늙은 호박 하나가 밀려 나왔다 아버지 어머니도 나왔다

시인은 별에만 갈 수 없는 게 아니었나 봅니다. 달 속으로 들어가고 싶어도 밀려 나와야 하는 늙은 호박 하나, 그리고 아버지,  어머니. 이번 보름달이 참 야속합니다. 동심이란 그런 걸까요? 성명진 시인은 말합니다. 찡그린 눈으로는, 사나운 표정으로는, 미워하는 마음으로는, 너무 많은 것을 가지고는 어림없다고 말합니다. 별과 달이란 그런 곳일까요.

# 눈발 속

눈이 온다

아무 소리 안 나는데
성현이는 눈발 속에서
숨소리가 난다고 한다

할머니랑 둘이 사는 성현이
잠든 할머니의 가느다란 숨소리가
이렇다고
그러면 할머니를 흔들어 깨운다고

저쪽 하얗게 웅크린
성현이네 집이 조그맣다
눈발 속에서 가느다란 할머니의 숨소리를 들을 줄 아는 성명진 시인, 성현이와 함께 걸어가는 시인의 어깨에도 눈송이가 하나둘 내려앉고 있네요. 별나라에서 온 편지일지도 모르겠어요. 이제 조금만 더 공부하면 별나라로 갈 수 있을까요.

# 공부

집 안
구석진 데서 발견한
씨 몇 알

아빠와 나는
무슨 씨인지
내내 궁리하다가

봄이 오면
흙에 심어 보기로 결정했다

이 문제는
봄에게
흙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아동문학가 장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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