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요즘 옹기마을은 현장학습의 일환으로 옹기박물관과 옹기만들기 체험장인 아카데미관을 찾는 학생들로 북적인다. 주말이면 아이들과 함께하는 가족단위 관람객들도 많이 찾는다. 방문객들은 문화해설사분들이 들려주는 옹기에 대한 재미난 설명을 신기한 듯 듣고 박물관에 있는 다양한 종류의 옹기들을 보며 자신의 카메라에 담느라 분주하다.


이러한 광경을 넌지시 지켜보고 있노라면, 입꼬리가 저절로 치켜 올라간다. 옹기에 대한 관심은 당연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어른 세대들이 왜 우리 자라나는 세대에게 옹기에 대해 알려주려고 이렇게 시간을 내어서 왔을까?' 하는 물음표가 생길 때도 있다. 곰곰이 생각을 해보면 우리 세대는 옹기가 생활의 필수품이었고, 늘 옹기를 사용하면서 자라왔다. 하지만, 아파트 생활을 주로 하는 요즘 세대는 옹기가 일상생활에 필요도 없고 앞으로도 사용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옹기박물관을 찾아 우리 아이들에게 알려주려고 하는 이유는 뭘까? 바로, 옹기는 우리민족의 정체성 그 자체이기 때문이 아닐까? 이렇게 단정적으로 얘기하는 이유는 옹기문화는 전 세계를 통틀어서 그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한민족만의 독특한 음식문화로 발전시켜 왔기 때문이다.


사계절의 변화가 뚜렷한 우리나라에서 선조들은 음식을 저장하는 데 발효의 중요성을 일찍이 깨우치고 된장, 간장, 고추장, 김치, 젓갈 등 오랜 기간 보관하면서도 인체에 매우 유익한 발효식품을 만드는데 옹기를 사용해 왔다. 이 때문에 우리의 식문화는 옹기문화 그 자체라고 할 만큼 깊은 역사와 문화적 배경을 갖게 된 것이다. 이러한 문화적 배경 때문에 옹기가 우리의 민족성을 대표하는 정체성으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우리의 '옹기'는 서구문명권에 유사한 용도의 그릇이 없기 때문에 영어로 표현하면 그냥 'Onggi' 이다. 그래서,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문화를 소개할 때도 어김없이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한편, 현대 사회가 '옹기'의 유용함과 소중함을 알면서도 생활의 편리함 때문에 '플라스틱'을 과다 사용하면서 지구촌 곳곳이 병들어 가고 있다.


바다 속 생명체의 몸속에서 폐플라스틱 쓰레기들이 함께 쏟아져 나오는 것을 언론과 환경단체에서 경고하는 것을 우리는 깊이 있게 새겨볼 필요가 있다. 현대인들이 사용하기에 조금은 불편하지만 깨어지면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 바로 '흙으로 만든 그릇 옹기'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외고산 옹기마을은 우리민족 전통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곳임과 동시에 자연이 주는 선물 옹기의 소중함을 함께 일깨워 주는 살아있는 자연 교육장이기도 하다. 자연의 이치를 깨닫고 자연과 눈높이를 같이할 때 우리는 새로운 세상을 보게 된다. 외고산 옹기마을이 더 없이 아름답고 소중한 이유이다. 그 소중한 가치에 관심을 갖고 키워나갈 당위성이 여기에 있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