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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울산혜인학교에서 지진·화재 대비 합동 훈련이 있었다. 지진같은 재난이 일어났을 때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중앙부처, 각 지방자치단체, 공공단체 등이 협조해 전국적으로 재난 대응 훈련을 실시한 것이다. 같은 시간 다른 지역에서도 지하철이나 관공서 중심으로 구체적인 재난 상황을 설정한 훈련이 있었다고 한다.


우리 학교에서는 지진으로 인한 화재 발생이라는 시나리오로 많은 분들이 협동해 무사히 훈련을 마쳤다. 훈련을 받기 위해 예정시각 보단 두 시간 전에 학교에 도착했는데 그 때부터 이미 많은 분들이 한창 준비 중이었다. 훈련에 참여하는 학부모들과 교장실에 모여 간단한 안내를 받았다. 학교장이 직접 방재 모자 착용 방법도 보여주시고 방재 모자 성능 실험도 손수 하셨다.


이어 싸이렌이 울리고 안내 방송에 따라 운동장으로 피신했다. 조용하지만 신속하게 대피하는 그 와중에 어른 아이 모두 같은 모자를 쓴 모습이 참 귀여웠다. 아이들도 교사들과 함께 운동장에 모두 모였다. '날카로운 싸이렌 소리와 평소와는 다른 분위기에 아이들이 심하게 동요하진 않을까' 또는 '예상치 못한 사고가 발생하진 않을까' 하는 긴장감 속에서 모두들 조심조심 움직였다.


바로 그때 였다. 아니나 다를까 초등학교 저학년인 듯한 어린 학생이 운동장 옆에서 큰 소리로 울고 있었다. 불안한 마음에 집으로 가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교사가 다독이고 안아주며 달래주었고 같은 반 학부모도 옆에 있어 주었다. 다리차가 움직이고, 화재 진압을 위해 여러 방향에서 물이 뿜어져 나왔다.


또 응급 환자를 이동시키는 등 실제 상황처럼 훈련이 진행되는 사이 울던 아이는 진정이 되어 대열에 합류했는지 학생들이 모인 쪽은 조용해졌다. 아이들이 돌발 행동을 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눈에 띄는 소란 없이 너무도 침착하게 훈련에 임하는 아이들이 대견했다. 가만히 앉아있는게 신기하다며 많은 학부모들이 감탄했다. 구급차 소리가 울리고 군 병력까지 투입되었을 땐 좀 무서웠는데 예민한 우리 아이들이 큰 동요 없이 선생님 지시에 잘 따라주었다.


아마도 주기적으로 대피 훈련을 경험했기 때문으로 보였다. 이런 대규모 재난 대응 훈련이 특수학교인 혜인에서 실시돼 특별히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훈련 종료 후 집으로 가는 길에 관계자 분들께 고개 숙여 인사를 드렸다. 아침 일찍부터 고생하시고 늦은 점심을 도시락으로 해결하시는 분들이 많았다.


이 중에는 아이들과 대피 훈련에 참가해준 노옥희 교육감도 있었다. 아침 일찍 큰 훈련 준비하고 실제 상황처럼 진행하시느라 고생하신 많은 관계자분들, 자원봉사자 분들, 어머님들, 우리 아이들과 교사들의 고생을 눈으로 직접 보는 것도 큰 교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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