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비당거(螳臂當車) - 이제 하룻강아지가 아니랍니다
당비당거(螳臂當車) - 이제 하룻강아지가 아니랍니다
  • 울산신문
  • 승인 2019.11.21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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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영의 사자독해]

김진영 이사겸 편집국장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는지 모르겠지만 완전히 동네북 신세다. 간헐적으로 쏘아대던 김정은의 미사일은 이제 더 이상 새롭지도 않고, 아베의 구역질 나는 입냄새는 세정제를 찾지 않는다. 탄핵사태에 몰린 트럼프는 툭하면 한국정부에 버럭 소리를 지르고 애견을 보내 주한미군 주둔 대가를 짖어댄다. 임기 반환점을 돈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은 빛 좋은 개살구가 됐다. 시작은 화려했지만 과정은 일방적이고 결과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갈수록 김정은의 태도는 더욱 뻣뻣해지고 있다. 당당함을 넘어 무슨 영문인지 턱까지 앞으로 추켜세웠다. 뒷배는 당연히 핵이다. 백두산에서 백마로 휘달리며 중대결심 운운한 뒤 연일 분신들이 연말까지 시한부 대화를 못 박았던 효과다. 백악관의 응답은 예상보다 주눅이 들었다.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이 "한미 연합 훈련 축소"로 고개를 떨구자 김영철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그는 미 국방장관의 발언을 "대화의 동력을 살리려는 미국 측의 긍정적인 노력의 일환으로 평가한다"고 윗자리에서 쓰다듬었다. 김영철의 오만한 미소는 에스퍼 미 국방장관의 문장에서 굴복을 읽었기 때문이다. 미 국방장관 에스퍼는 한국으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우리는 외교적 필요성에 따라 훈련을 더 많거나 더 적게 조정할 것"이라며 한미 연합훈련 축소 가능성을 내비쳤다. 북한이 한미 연합공중훈련을 비난한 지 반나절 만에 나온 응답이었다. 

대한민국 정부는 우왕좌왕이다. 통일부 장관이라는 자는 정체성이 의심스럽다. 그는 미국으로 떠나기에 앞서 몇 가지 신호를 보냈다. 북한과 미국이 내년 도쿄 올림픽 기간에 미사일 실험과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유예하는 '올림픽 휴전'(Olympics armistice)을 하자는 의제를 던졌다. 그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북미가 올해가 끝나기 전 협상 테이블로 돌아갈 것으로 믿는다며 " 기회를 잃는다면 상황과 환경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걱정하는 문장을 몇 차례 반복했다. 생뚱맞은 '올림픽 휴전'이라는 표현은 김연철답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이번 발언에 앞서 그의 정체성을 의심할만한 행동을 보여줬다. 선상 살해 혐의를 받는 북한 어민 2명을 북송한 데 대해 거짓말을 했다는 의혹이다. 김 장관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 주민 2명이 귀순 의사를 표현했나"라는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의 질문에 "신문을 받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상반된 진술이 있었지만 '죽더라도 돌아가겠다'는 진술을 분명히 했다"며 "이들의 행적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 귀순 의사가 없다는 것으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고 답했다. 

이 발언은 얼마 가지 않아 사실관계가 불투명해졌다. 통일부 당국자가 기자들에게 설명한 바에 따르면 '죽더라도 돌아가겠다'는 진술은 이들이 지난달 북한 동해상에서 선상 살해를 저지른 직후 도피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북한 김책항으로 돌아가면서 자기들끼리 한 말이다. 남쪽으로 도피한 후 합동 신문조사 때는 북한으로 돌아가겠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통일부 당국자의 설명은 김 장관의 국회 발언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즉각 문제가 국제사회로 확대됐다. 서울 외교가에서는 "한국 정부의 인권 유린"이란 지적이 나오는 등 국제사회의 우려가 고조되는 분위기다. 태영호 전 주영 북한 공사는 "강연 주제가 북핵이었는데 외교관들의 질문은 북한 선원 추방 문제에 집중됐다"며 외교문제로 번질 가능성을 제기했다. 태 전 공사가 전한 이야기는 심각하다. 주한 외교관들은 "이번 사건은 한국 정부가 북한 주민을 대상으로 가한 첫 인권 유린"이라고 지적했다. 태 전 공사는 "외교관들은 어떻게 한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놀라워했다"고도 했다. 귀순 의사를 밝힌 북 선원들을 추방한 것은 국제법 위반으로 한국이 스스로 사법주권을 포기한 것이라는 해석이 우세한 상황이다. 

사건을 재구성해 보자. 리버티코리아포스트 함경북도 소식통이 김책항에 있는 지인을 통해 인지한 사건전말이다. 물론 이 소식도 일방적일 수 있다. 하지만 정부의 발표 역시 일방적일 수 있다는 점에서 양측의 재구성은 객관화를 위한 기초가 될 수 있다. 우리 정부의 조사결과 발표는 해당 어선이 지난 8월 15일 19명의 승선인원으로 김책항을 출항, 동해에서 장기간 어업 했다고 알려졌다. 이 과정에 승선자 중 3명이 선장을 포함한 16명의 어민들을 흉기로 살해했다는 것이 골자다. 이후 어획물을 팔아 도피자금을 마련할 목적으로 김책항에 밀입항했고 동료 1명은 어선에서 내렸다가 체포되고 위험부담을 느낀 2명이 남쪽으로 방향을 돌렸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북한 김책항 현지에서 전해지고 있는 사건내용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전언이다. 리버티코리아포스트는 통신원에게 한국정부의 발표내용을 알렸고 어선의 소속 및 승선규정, 입출항 기록부, 살인사건 발생 시기와 동기 등 3가지 정도의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를 의뢰했다. 이번에 한국에 입항했던 어선은 범선이고 고정 승선인원은 선장 포함 6명으로 등록되어 있다. 또한 오징어잡이 기간만큼은 추가승선을 신청할 수 있는데, 전마선은 2명까지, 범선은 어선 크기에 따라 최대 3~6명까지 추가로 승선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다. 규정대로라면 이번 어선에 19명의 승선은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의문은 또 있다. 소식통이 전해온 해당 어선의 입출항기록은 8월 15일 출항, 18일 입항으로 되어 있다고 한다. 그 이후인 8월 말, 9월에도 입출항 기록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더 충격적인 것은 해당 어선의 마지막 출항기록이 없다는 것이다. 이는 탈북을 목적으로 해안경비대 검열초소에 출항신고를 하지 않고 출항했다는 추측이 가능한 대목이다. 배에서 3명이 16명을 살해한 사건에 대해서는 전혀 들어보지 못했다는 현지의 반응도 나왔다고 한다. 잠자는 선원들을 한 명이 들어가 한 사람씩 유인해 끌어내고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두 명이 둔기로 살해했다는 내용은 무슨 살인 소설처럼 들린다고 한다. 결국 이러한 정황으로 볼 때 북으로 보낸 이들의 보다 객관적인 조사와 조사과정의 투명성 확보는 반드시 필요한 절차였다. 무엇보다 북송한 이들의 '귀순 의사' 여부는 북송의 정당성을 따지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의 정체성은 이미 여러 차례 지적된 사안이다. 그래서 그이 발언이나 행동이 아무리 튀는 상황이라고 해도 그 충격파는 상대적으로 적을 수 있다. 김 장관은 과거 개인 페이스북을 통해서 정치를 비평하면서 거칠고 저열한 표현을 남발했다. 모두들 기억하겠지만 지난 2015년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 전 군복을 입고 전방 부대에 간 것을 놓고 '군복 쇼'라고 하거나,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박근혜 대통령이 씹다 버린 껌'이라고 한 게 대표적이다. 북한과 관련한 의식의 흐름도 기묘하다. 김 장관은 30년 넘게 연구소와 정부, 대학에 몸담으며 북한 문제를 다뤄온 연구자다. 북한학으로 박사학위를 땄고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거쳐 2010년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를 지냈다. 그의 대표적인 북한관은 천안함에 대한 생각으로 잘 드러난다. 그는 북한학으로 밥 먹고 살던 시절 천안함 폭침을 우발적인 사건이라고 하거나 금강산 관광 중단 사태의 남측 관광객 피살을 통과의례로 표현하는 등 막말을 서슴지 않았다. 여기에다 유엔사의 존폐여부도 거침없이 쏟아냈다. 그는 "종전 선언을 하면 유엔사 임무는 소멸하게 된다"며 사실상 유엔사 해체를 주장하는 급진론으로 관종이 됐다. 이 때문에 그가 통일부 장관으로 거론될 때 외교가에선 "한·미 정책 공조가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지기도 했다. 

당장 한미일의 공조는 균열이 시작됐다. 미국은 군 수뇌부가 서울에 총집결해 문재인 정부를 압박하고 있고 아베는 미국의 뒷배에 기댄 채 배만 주무른다. 시간이 지날수록 간이 부풀어 오른 김정은은 이제 아예 대놓고 통미봉남의 버전 2를 꺼내 들었다. 이대로 가면 고립무원이다. 국제적 왕따를 넘어 한미일 북중러 6자 사이에서도 외톨이가 될 모양새다. 해법은 확실한 방향 설정이다. 지금의 어정쩡한 스탠스가 조선조 광해의 중립외교와 판박이라며 우쭐댈 일이 아니다. 그냥 우왕좌왕일 뿐이다. 인정하고 확실한 방향을 정해야 새로 시작할 수 있다. 제대로 방향을 잡아야 내년 총선에서 지겨운 색깔론이나 북풍 이야기도 사라질 수 있다. 문제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