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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에 원외재판부를 설치하는 문제가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이다. 문제는 원외재판부를 설치하려면 '고등법원 부의 지방법원 소재지에서의 사무처리에 관한 규칙'이라는 대법원 규칙을 개정해야 한다. 규칙 개정은 사법행정자문회의를 거쳐 대법관회의를 통과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12월 열리는 회의에서 법관 재임용을 결정하는데, 울산 원외재판부 안건은 다음 달 회의에서 함께 다룰 가능성이 있다. 

그런 점에서 다음 달 열리는 대법관 회의는 울산에 원외재판부 설치를 결정짓는 중요한 일정이다. 법원행정처장은 이 회의에서 나머지 대법관에게 원외재판부 설치 필요성 등에 대해 발언할 수 있다. 만약 올해 회의에서 울산 원외재판부 설치를 결정하면 실제 개원은 내년이 아닌 오는 2021년 3월에 가능하다. 법관, 직원, 국선전담 변호사, 사무공간 확보 등 후속 업무에 적잖은 절차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올해 대법관 회의는 매우 중요하다. 올해 12월 의결이 무산되면, 원외재판부 개원은 2021년 이후로 더 미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울산은 광역시 후발주자라는 이유 때문에 여러 가지로 불이익을 당해왔다. 그 가운데 법률서비스 문제는 오래된 민원이다. 울산이 광역시로 승격된 지 20년이 훌쩍 넘었지만 법률 서비스만큼은 시민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방검찰청과 지방법원 신청사가 들어선 후 시민들의 편의는 높아졌지만 보다 양질의 서비스는 막혀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울산에 고등법원이나 원외재판부가 설치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시민들이 민사 또는 형사 합의부 항소심 재판을 받으려면 부산에 가야 하는 상황이다.

고법 원외재판부 유치를 요구하는 울산 여론은 '인구 100만 명이 넘는 특·광역시 중 고법이나 고법 원외재판부가 없는 유일한 도시'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국가 경제를 견인한 산업수도 위상에 걸맞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에는 제주, 전북 전주, 충북 청주, 경남 창원, 강원 춘천, 인천 등 6개 도시에 고법 원외재판부가 설치돼 있다. 그런데 지난해 부산고법에서 처리된 울산 항소심 건수는 574건으로 제주(297건), 청주(558건), 춘천(542건) 원외재판부 처리 규모를 웃돈다. 특히 산업재해 관련 고법 항소심 건수만 보면 울산은 176건으로, 원외재판부가 설치된 다른 지역과 비교해 큰 차이를 보인다. 

울산시민들은 고법이 있는 부산시 연제구까지 이동 경비, 변호사 선임 때 정보 부족과 비용 증가, 다른 지역에서 재판을 받는다는 심리적 이질감과 부담, 상시적 법률상담 애로 등 상대적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 형사사건의 경우 구속된 피고인 가족이나 대리인이 피고인 면회나 접견을 위해 부산시 사상구에 있는 구치소를 찾아야 하며, 민사사건도 재판 속행이 길어지면 수차례 부산을 오가야 한다. 고법 원외재판부가 있는 다른 지역과 항소심 건수가 적지 않고, 낙후된 사법 환경 개선을 위해 울산에 원외재판부 설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당위성은 충분하다. 

올해 3월 수원고등법원과 서울고등법원 인천 원외재판부가 설치됐다. 이제  광역시 또는 인구 100만 명 이상 도시 중 유일하게 울산에만 고등법원 또는 고등법원 원외재판부가 없다. 울산시민들의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평등한 상황에서 불편함 없이 재판받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울산시민들은 오랜 기간 동안 침해받아왔다. 이제 그 민원을 풀어줄 때가 됐다. 

지역 시민단체는 이를 개선하고자 지난해 11월에 유치위원회를 발족시키고 올해 3월 대법원에 원외재판부 울산 유치건의서를 제출했다. 이어 지난 5월까지 범시민 서명운동을 전개해 시민 16만여 명이 서명했다. 울산시는 울산시 원외재판부 유치위원회와 지방변호사회와 함께 지난 8일 대법원을 방문해 '부산고등법원 원외재판부 울산 설치에 대한 청원서'를 제출했다. 

청원서에는 고등법원 원외재판부가 고등법원 소재지로부터 원거리에 거주하는 주민들에 대한 편의 증진과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지방법원 소재지에 설치 운영해 오고 있지만 울산은 특·광역시 중에서 유일하게 고등법원 또는 고등법원 원외재판부가 설치되지 않아 항소심을 부산의 고등법원까지 가서 재판을 받는 어려움을 감수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유치위는 기본적인 재판 청구권의 실질적인 보장, 재판의 공정성 확보, 지역적 형평성·균형 발전, 시민 불편 해소 등을 고려해 울산 시민의 숙원인 고등법원 원외재판부가 조속히 설치될 수 있도록 관련 규칙을 개정해 줄 것을 청원한다고 밝혔다. 

울산의 경우 원외재판부 설치를 위해 별도의 건물을 지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현재 울산지법 내에 원외재판부를 충분히 설치할 수 있는 상황이다. 명분과 이유는 충분하다. 행정적 절차와 적극적인 자세만 가지면 설치는 아무런 장애를 갖지 않는 상황이다. 사법 당국은 이제 울산시민들의 목소리에 제대로 귀 기울여야 한다. 응답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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