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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많고 탈 많던 울산국제영화제가 원점에서 재검토된다는 소식이다. 울산시는 영화제를 개최하는 애초 계획부터 영화제 대신 요즘 대세로 부상한 '1인 미디어 축제'를 개최하는 방안 등을 폭넓게 살피기로 했다고 한다. 사실상 원점 재검토다. 

울산시에 따르면 시는 내년 울산국제영화제 관련 예산으로 7억 원을 편성해 울산시의회에 제출했다. 앞서 시는 내년 영화제 개최를 위한 예산으로 40억 원가량을 예상했다. 그러나 연구용역과 당초 예산안 편성 등을 거치면서 그 규모는 30억 원, 21억 원으로 점점 줄었다. 결국 내년 예산안에는 7억 원만 반영됐다. 이 정도 예산 규모라면 사실상 내년 영화제 개최는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 울산시도 해당 예산이 영화제 개최가 아닌 사단법인 설립과 방향 확정을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시는 영화제를 대신할 대안으로 1인 미디어 축제도 검토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영향력이 큰 유튜버 등을 초청하고, 1인 미디어 제작 영상을 공모해 시상하는 등의 내용으로 축제를 개최하는 방안이다. 

울산시 관계자는 "인접 부산에서 세계적인 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울산에서 이미 국제산악영화제가 자리를 잡은 상황이어서, 울산국제영화제 방향성에 대해 고민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면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울산의 문화적 위상을 높일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숙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여전히 국제영화제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추경 등을 통해 내년 개최를 밀어붙일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중요한 부분은 무엇보다 국제영화제의 성공 여부다. 당장 지난가을 국제영화제 용역 보고회에서 드러난 문제점이다. 용역을 맡은 부산국제영화제 지석영화연구소는 보고회를 통해 내년 9월 영화제를 개최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10월에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는데도 울산이 그 전달에 국제영화제를 열어야 한다는 자문을 한 것이 울산시가 용역을 의뢰한 곳의 안이다. 약 40개국에서 출품한 영화 150편(장편 90편·단편 60편)을 시작으로, 5년 이내에 부산국제영화제 규모인 300편 이상으로 늘리는 것이 목표라는 가당치도 않은 비전을 제시했다. 

울산에서 이미 열리고 있는 산악영화제의 경우 개최 3년 만에 상당한 인지도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울산에서 열리는 국내에서 유일한 국제산악영화제인 울주세계산악영화제의 최근 3년간 방문객 거주 지역이 울산이 아닌 수도권·경상권 지역이 늘고, 체류 기간도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영화제를 위한 체류 기간·재방문객이 늘고, 관람하는 영화 편수도 많아져 영화제에 대한 만족도와 충성도가 높아진 것으로 평가됐다. 이는 울주세계산악영화제 사무국이 동의대학교 산학협력단에 의뢰한 제4회 울주세계산악영화제 평가 보고서에서 나왔다.

보고서에 따르면 3년간 영화제 방문객 거주 지역은 울산 거주자가 감소하고, 수도권과 경상권 지역은 증가 추세다. 지역별 방문객 비율이 수도권의 경우 2017년 4%, 2018년 16%, 2019년 20%, 경상권은 18%, 19%, 26%로 점차 늘고 있다. 대신 울산시 거주자는 52%, 31%, 27%로 줄어들었다. 체류 기간도 체류 없는 1일(80%→50%→44%) 방문객은 줄었다. 그러나 1박 2일(14%→21%→30%)이나 2박 3일(4%→12%→19%) 체류하는 방문객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방문객 영화 관람 편수를 보면 1편은 2017년 63%에서 올해 36%, 2편은 24%에서 올해 22%로 줄었다. 그러나 3편은 6%에서 12%, 4편은 2%에서 8%, 5편은 2%에서 8% 등으로 점점 영화 관람하는 편수가 증가했다. 이를 두고 많은 작품을 관람하는 방문객이 늘어나는데, 영화 상영 프로그램 만족도와 충성도가 높아지고 있는 긍정 신호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같은 상황에서 울산시가 추진 중인 국제영화제는 오히려 산악영화제와 시너지 효과를 내기보다 중복 행사로 두 영화제 모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 상황이다.  이 문제와 관련해 이선호 울주산악영화제 이사장은 "울산시가 추진 중인 국제영화제와 울주세계산악영화제의 통합에 관한 이야기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지만, 아직까지 시와 공식적으로 관련 문제에 대해 논의한 적은 없다. 하지만 산악영화제가 반석에 오르지 않은 상태에서 통합이 되면 두 영화제 모두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결국 두 개의 영화제가 열리는 이상한 상황이 될 우려가 높았지만 다행히 울산시가 이를 거둬들였다. 아직 완전히 방향을 잡은 것은 아니지만 원점에서 검토하기로 한 것은 분명히 긍정적인 신호다. 잘못된 것을 그대로 밀어붙이는 행정은 아집에 불과하다. 그 대표적인 예가 울산시립도서관이다. 현재의 산악영화제를 울산 전체의 문화콘텐츠로 키워나가는 작업이 우선이다. 무엇이 울산의 문화예술을 위한 길인지 보다 먼 안목으로 들여다보면 답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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