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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아침부터 언론 속보가 날아든다. 11월 25일 오전 6시 5분 제주도 마라도 서남쪽 63km 해상에서 통영 선적 근해 장어잡이 창진호(25톤, 승선원 14명)가 침수중이라는 신고가 접수되어 결국 선박은 침몰되고 13명은 구조했으나 아직까지 선원 1명은 실종된 상태다. 또 11월 24일 밤 전북 군산 무녀도 인근해상에서는 어장관리선이 전복되어 선원 5명중 3명은 구조하고 2명은 실종되었다.

아침부터 국가 중요행사인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앞두고 연이은 사고 소식이 뉴스의 메인화면을 장식하고 이낙연 총리께서 모든 자원을 동원해 신속하게 구조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는 뉴스가 자막을 통해 전해진다. 우리 경찰서 관내에서 발생한 사고는 아니지만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해상에서 발생한 사고 소식을 접할 때면 본능적으로 긴장하게 된다. 대부분의 사고가 악천후에서 발생한다. 이럴 땐 직감적으로 구조에 어려움이 많겠다는 느낌이 들게 마련이다.

특히 겨울철에는 수온이 낮고 계절풍의 영향으로 바다날씨가 다른 계절에 비해 좋지 못하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하게 되면 생존할 수 있는 가능성이 더 낮기 때문이다. 이번 사고도 선원들의 생과 사를 가른 것은 구명의 착용여부였다는 분석기사도 보인다. 선원들의 생명을 담보할 수 있는 최소한의 구명장구인 구명의를 입고 해상으로 탈출하게 되면 구조세력이 현장에 도착할 때 까지만 버티게 되면 생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그토록 많은 홍보를 하고 있음에도 구명의 착용이 쉽지 않은 것일까? 몸에 좋은 약이 입에 쓰듯이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구명의 착용이 귀찮고 성가시게 느껴져서인지도 모르겠다. 

최근 운전 중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공익광고 중에 귀에 꽂히는 것이 있었다. "안전은 망설이지 마세요. 안전을 눈치보지 마세요!"라는 카피였다. 이번 사고에서도 보듯이 작업에 방해되고 귀찮다고 구명의 착용을 망설이고 입지 않은 사람은 결국 소중한 생명을 잃게 되는 결과를 낳았다. 조금은 불편하고 조금은 귀찮다고 하더라도 안전에 관한 부분만큼은 불편을 감수할 필요가 있다. 불편이라는 것도 몸에 익어 습관이 되면 크게 불편하지 않게 된다.  

인간의 힘으로 극복하기 힘든 상황을 불가항력(Act of God)이라고 한다. 보통 천재지변과 같은 우리가 어찌하지 못하는 상황을 그렇게 부른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 놓인다고 하더라도 최소한의 안전장구를 착용하는 습관을 들인다면 불가항력적 상황에 놓인다고 하더라도 구조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요즘 화두는 안전이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자료에 의하면 2016년 사망자 280,827명 중 안전사고로 사망한 사람이 2만8,217명으로 전체의 10%를 차지한다. 2014년 기준으로 안전사고 사망자 3만2,114명, 사고로 인한 장애인 2만4,721명으로 피해액은 총 1조 4,350억원(사망사고 9,431억, 장애인 4,916억), 연간 사회·경제적 비용을 반영할 경우 17조 2,000억원에 달한다. 이러한 통계는 안전사고 예방이 사회·경제적 비용을 크게 절감하는 것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올해는 유난히도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도 많았다. 여름에 태풍이 많고 덥게 되면 겨울에도 춥고 바람이 많이 불게 된다. 이제 12월이다. 본격적으로 시베리아에서 불어오는 한랭성 북서계절풍의 영향으로 춥고 거친 바다가 예상된다. 겨울철 거친 바다 날씨는 불가항력적인 상황이라 우리 인간의 노력으로 어떻게 할 수 없다 하더라도 구명의 착용 등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작은 노력정도는 할 수 있을 것이다. 조업 중 조금 귀찮고 불편하더라도 구명의를 잘 착용하고, 출항 전 장비점검 등 안전수칙을 잘 준수 한다면 내가 모르는 사이 위험이 다가온다고 해도 구조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올 겨울에는 거친 바다에서 안전을 확보하는 길은 안전을 망설이지도 눈치 보지도 말고 귀찮고 성가시더라도 구명의라도 착용하는 작은 실천을 통해 안전을 생활화, 습관화 하는 것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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