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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작은 새는
메아리를 본 적이 있는데
아주 작고 귀엽게 생겼더래요
갈색머리를 하고
땡땡이 반바지를 입고 있더래요

메아리는 작은 바위에 혼자 앉아
나뭇잎을 톡톡 따며
흥얼흥얼 노래를 부르다가

산에서 내려오는 사람들
뒤꽁무니를 졸래졸래
따라 내려가더래요

외톨이 나라의 수문장인 임수현 시인의 동시랍니다. 메아리의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네요. 갈색머리를 하고 땡땡이 반바지를 입고 있대요. 시인의 눈에 띈 걸 보면 메아리도 외톨이였나 봅니다. 메아리는 작은 바위에 혼자 앉아 나뭇잎을 톡톡 따며 흥얼흥얼 노래를 부르다가 산에서 내려오는 사람들 뒤꽁무니를 졸래졸래 따라 내려가더래요. 작은 새가 봤대요. 혼자 놀고 있는 메아리를 본 건 작은 새였을까요? 외톨이 나라의 문지기였을까요? 외톨이가 되는 나라로 들어가려면 통행권이 있어야 한대요. 뭉게뭉게 귀 잘린 구름 토끼라든가, 욕조를 타고 가는 고양이, 나무에 걸려 울고 있는 셔틀콕 같은 걸 보여주면 된대요. 누구나 갖고 있을 거라고 친절하게 알려주기까지 해요. 주머니를 뒤집어 탈탈 털어보면 꼭 있을 거랍니다. 골목을 돌아 가장 캄캄하고 어두운 곳이 외톨이 나라인데요, 그 나라의 문지기 임수현 시인과 따뜻한 레몬차가 기다리고 있다니 얼른 가보고 싶어집니다.

상상사전1 - 샤워기

쏴쏴/ 쏟아지는 물줄기/ 샤워를 했어// 욕실 유리가 뿌옇게 흐려져/ 나는 손가락으로 바오바브나무도 컴컴한 동굴도 그렸지/ 등딱지가 단단한 거북을 그렸더니// 쏟아지는 빗줄기를 뚫고/ 바닷속 동굴로 나를 데리고 갔어// 동굴 저편에는/ 맨발로 작살을 들고 있는/ 아빠가 보여// 그물에 걸려 파닥거리는 물고기/ 빗살무늬 햇빛을 손끝으로 골라내는 할머니도 있네// 아빠! 할머니! 아무리 불러도/ 나는 보이는데 나를 못 보는 거울처럼// 뜨거운 입김 가득한/ 유리 동굴 앞에서/ 나 혼자 서 있었어//

겁이 너무 많은 시인은 샤워를 하면서도 상상의 나라로 간대요. 주머니 속에 넣어둔 호기심을 데려와서 말을 걸어본대요. 그러면 바오바브나무가 자라나고 동굴이 나타나고 거북도 놀러오는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나는 거지요. 동굴이 되어버린 욕실에서 파닥거리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시인은 마법사가 분명합니다. 유리 동굴 속에서도 혼자 서있는 외톨이 시인, 혼자여서 보이는 것들이 많을 겁니다. 그래서 숨어 울고 있는 민들레도 보였겠지요.

 

아동문학가 장그래
아동문학가 장그래

모서리 아이

선생님께 혼나고 투덜투덜 모퉁이를 돌다가/ 상자 모서리에 무릎을 부딪혔다// 씩 씩/ 화가 나서 상자 안을 들여다봤다// 상자 모서리 안쪽/ 가장 오목하고/ 가장 어두운 곳// 내 또래 아이만 한/ 민들레 하나/ 숨어/ 울고 있었다//  아동문학가 장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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