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작년 이맘때쯤 하늘나라에서 만난 서덕출 선생님과 복이는 그동안 어떻게 지냈을까요. 

다리를 쓰지 못하는 선생님을 위해 복이는 두 다리를 주었겠지요. 그러면 복이에게 남은 다리는 두 개. 초록 지구에서 단 한 마리, 혀 없는 개였던 복이는 하늘나라에서도 단 한 마리인 두 개의 다리로 걷는 개가 되겠네요. 서덕출 선생님은 혀 없는 복이에게 무엇을 주었을까요. 먼저 사랑하는 마음을 주었겠지요. 그다음에는 복이에게 가장 필요한 혀를 주셨을까요. 에이, 개는 다리가 네 개라서 두 개를 줘도 되지만 어떻게 하나뿐인 혀를 줄 수 있겠어요. 말랑한 인절미처럼 반을 뚝 잘라줄 수도 없고, 치아교정기처럼 뺏다 끼웠다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 빌려줄 수도 없고요. 아마도 불구의 몸 때문에 겪는 외로움과 불편을 복이도 겪는 것이 안쓰러워 복이에게 필요한 일들을 다 해주셨을 것 같습니다. 

먼저 침을 말아 삼킬 혀가 없어 항상 흥건한 턱을 말끔히 닦아주겠지요. 특히 이렇게 추운 겨울엔 턱이 젖어 시릴까 봐 당신 호주머니에 손수건 챙기는 걸 잊지 않을 거예요. 그것도 열 장, 스무 장, 서른 장…. 이젠 깨끗하게 닦은 입으로 밥 먹는 걸 흐뭇하게 지켜보시겠지요. 그러다 에이그, 쯧쯧쯧 혀를 찰 거예요. 복이는 밥을 안 흘리려고 한 입씩 퍽퍽 떠 하늘을 올려다보며 먹겠지만 거의 반을 흘리니까요. 복이는 선생님의 길동무이기도 하지만 밥 먹는 복이는 자식일 거예요. 마른 논에 물 드는 것과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게 어미 눈에 가장 보기 좋다고 했는데, 자식의 목으로 넘어가야 할 밥이 온 사방에 흩어져 있으면 복이의 엄마인 선생님은 얼마나 안타깝겠어요. 마음 같아선 대신 꼭꼭 씹어 복이 입에 넣어주고 싶지 않았을까요. 엄마의 그 따뜻한 두 손으로 흩어진 밥을 쓸어 모아서는, 복이가 아까운 밥 안 흘리도록 분명히 양손을 오므려 주실 거예요. 

선생님은 이제 배부른 복이를 위해 무엇을 해주실까요. 선생님은 무릎 위에 가만히 복이의 머리통을 끌어당겨 누일 거예요. 그러면 당신의 아픈 다리는 복이의 따뜻한 베개로 변하겠죠. 선생님은 곧 내릴 첫눈을 떠올리며 '눈꽃송이'를 불러줄 거예요. 
 
#눈꽃송이
 
송이송이 눈꽃송이 하얀 꽃송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하얀 꽃송이
지붕에도 마당에도 장독대에도 
골고루 나부끼니 아름다워라. 
 

복이는 선생님이 다정하게 불러주는 동요를 들으면서 하얀 눈꽃처럼 나부끼는 엄마 생각에 잠기지 않을까요. 복이가 흘린 혀를 엄마가 주워 달았는지 왕수다쟁이인 엄마, 눈치까지 없어 말보다 눈물이 더 많은 엄마, 하늘 아래 있는 복이의 진짜 엄마 말예요.

지난해 서덕출문학상 영예의 수상자로서 올해까지 이어진 행운은 어머어마합니다. 그림책 '움직이는 꽃밭'이 인형극으로 공연되어 좋은 평을 받았으며, 바쁘기만 한 현대인의 모습과 미래를 풍자한 그림책 '참바쁜 씨와 로봇'을 발간했습니다. 그리고 울산문협에서 주관하는 '울산문학상'을 수상하게 됐지요. 이 또한 하늘나라에서 서덕출 선생님과 복이가 보내준 편지라고 생각합니다. 이 편지는 언젠가 만날 그날까지 계속 받고 싶습니다. 저도 열심히 공부해 좋은 작품으로 해마다 답장을 쓰도록 약속하겠습니다. 서덕출 선생님과 우리 복이를 위해 저도 선생님의 동시 한 편 읽어보겠습니다.
 
#해가 해가 빠졌네
 
해가 해가 빠졌네
태화강에 빠졌네
문수산을 넘다가
발병 나서 빠졌네
 

한 번쯤은 태화강과 문수산이 그리워서 복이가 선생님을 태우고 하늘 아래 내려왔으면 좋겠습니다. 

13회 영광의 수상을 하게 된 이묘신 시인님, 크게 축하드립니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