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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노조 지부장 선거에서 6년 만에 중도 실리 노선의 후보가 당선됐다. 눈에 띄는 대목은 이번에 당선한 이상수 당선자의 선언이다.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현대차의 귀족노조 이미지 탈피를 선언했다. 그러면서 그는 무분별한 파업을 지양하고 합리적 노동운동을 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이런 행보를 통해 이 당선자는 강성 노선의 후보를 눌렀다. 현대차에서 실리 성향의 노조위원장이 당선된 것은 지난 2013년 이후 6년 만이다.

이 당선자는 취임 일성으로 변화를 이야기했다. 그는 "시대가 변화한다면 회사는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 노조도 이에 순응하고 노사가 함께 먼 미래를 봐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모두가 위험하다"는 말로  현대차 노조의 생존방식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4차 산업혁명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사실상 내연차 시대의 종말이 예고됐다는 위기감을 잘 반영한 목소리다. 

4차 산업혁명시대의 변화에 따라 자동차산업도 기존 내연기관 중심에서 전기차·수소차 등 친환경차로 빠르게 전환하는 추세다. 실제로 현대차 역시 세계 전기차 3대 메이커를 목표로 오는 2025년까지 자율주행차 개발을 위해 20조 원을 투자하는 등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노사관계가 기존의 대립 일색이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결국 공멸을 맞게 된다는 의미다. 

이 당선자는 현대차 울산공장 노조사무실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이 문제를 직접 거론했다. 그는 "내연기관이 사라지면 조립 공정이 줄어들어 현재의 고용안정을 이어나가기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라며 "그렇다고 자동차 산업환경 변화에 거부감을 가져서는 안 된다. 다행히 내년부터 매년 2,000명가량 정년퇴직자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어 "저야 5~6년 후 퇴직하겠지만 정년이 20~30년 남은 조합원들의 고용은 아무도 책임질 수 없다"며 "먼 미래를 본다면 노사가 머리를 맞댄 채 변화를 추구해야만 현대차의 가치가 상승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고용안정을 포기하면서까지 노조가 회사 편에 서야 한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라며 "현재 고용에 문제가 없는 선에서, 변화에 맞춰 조합원들이 자율적으로 작업하는 방법 등을 노사가 대등한 관계에서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노조의 역할은 고용안정이 1순위"라며 "인위적인 정리해고나 인원감축으로 새 발전을 꾀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고용안정에 모든 것을 걸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상수 당선자는 실리·합리 성향으로, 강성 성향 후보 3명과 4파전이던 1차 투표에서 1위, 지난 3일 결선 맞대결에서 강성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실리 후보로 당선된 의미에 대해 이 당선인은 "조합원들의 의식이 성숙해졌기 때문"이라며 "조합원들이 '뻥' 파업이나 '묻지 마' 투쟁에 이제 속지 않고 식상해 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이 당선인은 무분별한 파업을 지양하고, '귀족노조'로 비판받는 현대차 노조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할 수 있는 노조활동을 해 나가겠다는 입장에 서 있다. 

문제는 이 당선자의 실리노선 출범으로 현대차 노조가 '귀족노조'의 이미지를 탈피할 수 있을지 여부다. 그동안 현대차 노조는 임금인상 중심의 노조활동을 벌여오면서 귀족노조라는 이미지를 스스로 만들었는데, 새 지부장 당선자는 무분별한 파업을 지양하고 사회적 공감대를 얻는 노조활동을 하겠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그의 향후 행보에 대해서는 여러 전망이 나올 수 있지만 무엇보다 이번 투표 결과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번 선거는 개표 결과, 이상수 당선자가 2만1,838표(49.91%)를 얻어 2만1,433표(48.98%)를 받은 강성 성향 문용문 후보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이날 투표에는 전체 조합원 5만552명 중 4만3,755명(투표율 86.6%)이 참여했으며, 두 후보 간 격차는 405표(0.93% 포인트)에 불과했다. 

현대차 노조는 그동안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이 시작되면 수시로 파업해 왔다. 이를 통해 임금인상 성과를 거둬왔지만, 일반 근로자에 비해 월등히 좋은 근로조건 속에서도 더 큰 이익을 계속 바라는 '귀족노조' 이미지를 스스로 얻고 말았다. 이에 강성 성향의 하부영 현 지부장도 최근 현 노조활동이 임금인상에 지나치게 치중된 점을 되돌아보고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이 당선자는 파업을 지양하는 대신, 단체교섭 노사 공동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교섭 시작 후 2개월 내 타결을 원칙으로 내세웠다. 문제는 강성후보와 불과 400여 표 차로 당선됐다는 점과 스스로 밝힌 고용안정 공약과 변화의 화두가 상충한다는 점이 앞으로 이 당선자의 행보에 적잖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문제는 이 모든 점을 차치하고 우선해야 할 점은 당장 울산에 닥친 위기와 자동차산업의 변화바람을 어떻게 노조가 안고 갈 것인가에 있다. 

노조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새로운 이상수 집행부의 현명한 선택이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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