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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100만 도시 울산의 대표도서관으로 세워진 '울산시립도서관'의 관장 자리에 정년을 코앞에 둔 고위공직자들이 줄줄이 인사발령을 받으면서 개관 2년도 채 안 돼 도서관장이 네 차례나 바뀌는 사태가 빚어졌다. 이 탓에 시립도서관장 자리가 베이비부머 공직자의 대량 퇴직에 따른 인사정책의 난맥상을 해소하는 방편으로 활용되면서, 직무단절과 전문성 훼손이 반복되고 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10일 울산시와 시립도서관 등에 따르면 지난해 남구에 들어선 시립도서관은 벌써 4명의 관장이 거쳐 갔고, 내년 1월 제5대 신임관장 부임을 앞두고 있다.

실제 초대관장으로 부임한 신정성 관장은 6개월간의 임기를 수행한 뒤 같은 해 7월 사회경제적과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어 제2대 관장으로 발령받은 이동엽 관장은 6개월간 보직을 이행한 뒤 같은 해 12월 퇴직을 앞두고 공로연수를 떠났다. 

올 1월 제3대 관장으로 바통을 이어받은 정덕모 관장도 같은 사유로 7월 공로연수 길에 올랐다. 8월부터 제4대 관장직을 맡은 이금숙 관장 역시 연말인 올 12월 퇴직한다. 

역대 관장 가운데 초대를 제외한 3명의 관장이 모두 퇴직 예정자다. 이 때문에 시가 울산도서관을 고위공직자들의 은퇴대기석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쓴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역 교육계의 한 인사는 "지역 공무원사회에서 상위직급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대거 퇴직하고 있는 가운데 시가 인사 적체를 해소하기 위한 임시방편으로 도서관장직에 이들을 발령하는 방식을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도서관에 대한 인식의 후진성을 꼬집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지역의 또 다른 인사는 "대표도서관은 지역 도서관의 허브기관이면서 지역주민을 위한 문화공동체의 장으로 설립됐다"며 "잦은 기관장 교체는 업무의 연속성을 방해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울산의 문화적 위상을 끌어내리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고 불평했다. 그는 "시는 100만 시민들의 염원을 담아 어렵게 설립한 대표도서관이 제기능을 발휘할 수 없는 상황을 스스로 만들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고 덧붙였다. 

시는 은퇴 예정자들의 인사발령과 이로 인한 잦은 관장교체에 대해 전혀 의도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베이비부머 세대 퇴직이 몰려 인사에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염두에 두고 인사를 진행한 것은 아니다"라며 "내년 1월 1일 자로 진행될 제5대 관장 인사부터는 신중을 기해 이런 오해를 사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전국 지역대표도서관 중 최대 규모인 '울산도서관'은 지난해 4월 남구 여천동 옛 여천위생처리장부지 일원 연면적 1만5,176㎡·부지 3만2,680㎡에 사업비 651억 원을 들여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들어섰다. 지역의 18개 공공도서관과 160여 개의 작은 도서관 간 네트워크의 컨트롤타워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하주화기자 us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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