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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노조가 대의원 선거구 획정 문제를 놓고 내부 갈등에 휩싸였다.

집행부와 노조선거관리위원회가 사측의 선거 개입을 막겠다는 취지로 여러 소규모 부서를 한 선거구로 묶는 방식을 제안했는데, 운영위원회는 이 방식이 선거구를 부서 단위로 하는 노조규정에 위반된다고 반대하면서 대립양상을 보이고 있다.

수차례 논의에도 양 측이 입장차이를 좁히지 못했고, 이로 인해 올해 마무리해야 할 대의원 선거가 무기한 연기된 상황이다.

현대중공업 노조 운영위원 13명은 11일 소식지를 내고 "박근태 노조지부장과 선거관리위원회가 운영위원회에 규정을 위반하라고 압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운영위원회는 노조 대의원 중 일부로 구성돼 각종 규칙 제·개정, 기타 중요 사항을 심의 또는 결정하는 기구다.

운영위는 노조선관위가 제출한 '대의원 선거구 조정안'을 문제로 삼고 있다.

이 안은 기존에 각 부서별로 선출하던 대의원을 여러 부서를 통합해 선출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것이다. 기존대로라면 '조합원 100명당 1명, 100명 미만 시 50명당 1명의 대의원을 선출한다'는 규정에 따라 조합원 289명인 해양생산1부는 3명, 조합원 124명인 해양생산2부는 1명, 조합원 12명인 나스르 해상공사부는 조합원 56명인 나스르 현장부와 합쳐 1명의 대의원을 각각 뽑게 된다.

하지만 선관위 안을 적용하면 이들 4개 부서가 통합돼 조합원 481명이 부서에 상관없이 대의원 5명을 뽑게 된다.

운영위원들은 이 안이 '대의원 선거구는 부서 단위를 원칙으로 한다'는 노조 규정을 위반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선관위가 이 안을 지난달 29일 운영위에 제안하자 다수 운영위원이 반발했고, 4차례의 정회를 거듭하며 논의했지만 입장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끝내 심의 자체가 중단됐다.

운영위원들은 "규정에 맞도록 개정안을 바꾸라고 하자, 선관위는 '선거를 안 해도 좋다'며 심의를 거부했고, 박근태 지부장은 일반적으로 운영위 폐회를 선언하는 막장 드라마를 연출했다"고 비판했다.

노조 내부 대립으로 선거구 심의가 중단되면서 올해 안에 끝내야 하는 노조 대의원 선거가 무기한 연기된 상황이다.

대의원이 선출되지 않으면 내년 사업예산 사용 심의에 문제를 겪는 등 노조운영에 차질이 발생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행부와 선관위가 규정을 무시하면서까지 선거구 통합을 고집하는 것을 두고, 일각에선 집행부에 우호적인 대의원들이 다수 선출되도록 하는 의도라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집행부에 비우호적인 조합원이 소규모 부서에 집중돼 있을 경우 그 선거구에서 비우호 대의원이 선출될 가능성이 높지만, 선거구를 한데 묶으면 상대적으로 수가 적은 비우호 조합원들의 표가 묻히고 우호 대의원이 선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노조 집행부와 선관위는 "소규모 부서 조합원들은 투표 성향이 분석돼 사측 탄압에 노출될 수 있다"며 "사측 개입을 막기 위해선 선거구제를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조홍래기자 usjhr@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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