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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黃 피의자 신분…토론 대상 아니다
광역단체장 첩보대상 미해당 불구
靑, 경찰에 9차례나 수사보고 청취
39번 영장 신청 불구 증거 못 찾아
치안감 승진·대전 발령 정권 하혜

●황운하
金 배려 선거 앞두고 최소한 수사
청와대 직간접 연락 전혀 없었다
검찰 무리 불기소 처분 납득 불가
승진 부당히 안되다가 막판 구제
정치는 하더라도 내 힘으로 할 것


 

이른바 '청와대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을 두고 검찰 수사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해당 의혹의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김기현 전 울산시장과 당시 울산경찰 수장이었던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이 한 라디오 방송에 동시에 출연해 치열한 설전을 벌였다.

김 전 시장은 "청와대의 하명수사는 의혹이 아닌, 확실한 증거를 통해 드러난 사실"이라며 그 근거를 일일이 열거했다. 반면 황 청장은 "과도한 피해자 코스프레"라며 김 전 시장을 비판했다.
두 사람은 인터뷰 내내 신경전을 벌였고, 때론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 한 라디오 방송 동시 전화 인터뷰
김 전 시장과 황 청장은 1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동시에 전화 인터뷰를 갖고 청와대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과 경찰 수사에 대해  토론을 펼쳤다.
김 전 시장은 인터뷰 시작과 동시에 "황 청장과 토론할 일은 아니다"라면서 "그 사람(황 청장)은 지금 피의자 신분으로 알고 있는데, 토론할 게 아니라 제 입장과 제가 가지고 있는 여러 논리적 근거를 말씀드리는 것"이라며 황 청장의 기선부터 제압했다.
그러면서 '청와대 하명수사가 틀림 없다고 믿느냐'는 질문에 "믿는 게 아니고 확실한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김 전 시장은 "황 청장이 김기현 한 사람을 잡으려 39번에 걸쳐 영장을 신청했다"며 "그런데도 죄를 지었다고 인정할만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울산경찰청장 계급 정년 6개월을 남긴 상태에서 치안감으로 승진했다"며 "이 정권으로부터 하혜를 받은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울산경찰청장으로 오신 뒤 본인이 원하는 고향 대전경찰청으로 갔고 민주당 공천을 받아 출마한다고 하지 않았느냐"며 "'뒤에 흑막이 있는 거래가 있는 것 아니냐'는 소문들이 파다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시장은 "하명 수사를 2018년에 한 게 아니고 2017년부터 시작했다"며 "청와대가 첩보를 수집해서 그걸 정리하고 가필까지 해서 리스트를 만들어서 하달했다"고 첫번째 근거를 제시했다.

# 서로 비판 신경전 언성 높이기도
그는 "광역단체장 선출직은 청와대의 첩보 수집 대상이 아닌데도 나섰다는 점에서 명확하게 의도가 드러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당시 첩보가 달랑 1건만 봉투에 넣어서 전달됐다는 점, 청와대가 경찰로부터 9번에 걸쳐 수사 보고를 받았다는 점 등을 하명수사의 근거로 댔다.
이어 김 전 시장은 당시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 관계자가 울산에서 '고래고기 사건' 담당자가 아닌 김 전 시장 사건을 담당한 울산경찰청 수사과장을 만나고 갔다는 점과 청와대가 사건 담당자 배제 경위를 물어보는 등 지속적으로 경위를 챙겼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황 청장은 정치 참여 결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도 거짓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저는 정치하고 싶은 마음이 지금도 없다"며 "김 전 시장이 말씀하시는 것을 보고 국민의 정치에 대한 혐오감과 불신을 키울까 해 더 정치하기 싫다"고 말했다. 아울러 "저는 누구한테 공천을 위해 줄을 서는 구태정치를 싫어하는 사람"이라며 "만약에 정치를 하더라도 정정당당하게 제 힘으로 할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울산청장으로 승진한 것은 계급정년에 임박할 때까지 부당하게 승진이 안되다가 정상적으로 막판에 구제가 된 것"이라면서 "김 전 시장 수사를 통해 청와대에 잘 보이려고 했다면 저는 지금 경찰청장을 하고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김 전 시장을 "토착 비리 당사자"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선거를 앞두고 경찰이 최소한으로 수사하는 등 여러 배려를 했다"고 강조했다.

# 양측 모두 국정조사·특검 환영 입장
그는 "김 전 시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얼마든지 소환 조사할 수 있었음에도 참고인 소환조차 안 했다"며 "선거 후에 소환 조사 일정을 잡았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전 시장을 "개인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서 있지도 않은 하명수사니, 선거개입이니 하면서 나라를 시끄럽게 하는 무책임한 정치인"이라고 꼬집었다.
김 전 시장이 하명수사 의혹의 근거로 제시한 5가지를 놓고 황 청장은 "청와대에서 벌어진 일은 전혀 모른다"며 "청와대와 단 한 차례도 직간접적인 연락이 없었다"고 반박했다. 또 "울산경찰청 책임자가 전혀 모르는 하명수사가 가능한가"라며 "청와대에서 경찰청으로 이첩된 첩보가 다시 울산청으로 넘어오는데 한 달 넘게 걸렸는데, 하명수사라면 그게 가능하냐"고 되물었다. 황 청장은 당시 경찰이 김 전 시장 고발장을 써줬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문제될 게 없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김 전 시장의 기소 여부 등을 놓고도 충돌했다. 황 청장은 김 전 시장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일부 기소돼 있다고 한 반면, 김 전 시장은 허위 사실이라고 맞섰다.
김 전 시장은 경찰이 자신을 '탈탈' 털었어도 기소하지 못했다고 하자 황 청장은 "탈탈 털 만큼 수사하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황 청장은 "경찰이 어렵게 수사해서 확보한 유죄 증거들을 검찰이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무시하고 '무리한' 불기소 처분을 했다"고도 주장했다.
이에 김 전 시장과 황 청장 모두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과 관련해 국정조사나 특검 모두 환영한다고 밝혔다.

끝으로 김 전 시장은 이 사건은 정치 테러이자 헌정 농단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백원우나 조국보다 더 큰 몸통이 뒤에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황 청장은 "김 전 시장이 선거 패배 후 억울한 심경이 드는 건 이해하지만 책임을 경찰 수사로 돌리는 건 과도한 피해자 코스프레"라며 "거짓과 선동으로 더 이상 나라를 혼란스럽게 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충고했다.  서울=조원호 기자 uscw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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