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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정치사, 특히 울산의 선거 흐름을 보면 어느 한 순간에도 '양보와 타협'이 없었다. 선배가 나올 줄 알면서 공천추천장을 디밀고 들어오는 후배, 민심을 얻고 있는 후배에게 양보를 할 법도 하다던 선배가 느닷없이 공천신청을 해 맞대결을 벌이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 때문에 지지자들이 인정상 어느 쪽을 밀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 하는 사이에 전혀 엉뚱한 인물이 어부지리를 얻기도 하는 등 울산지역 정치사는 요동과 탈질서의 연속이었다. 이런 예측불허의 흐름은 앞으로도 크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내가 나가는데 감히 누가"하는 식의 발상은 절대 금물이다. 그것도 임기 초반에는 이런 주문(呪文)이 일정부분 통용될지 모르지만 임기후반, 선거 직전에는 완전 도로아미타불이다. 어제까지 자신에게 공천장을 받아 큰 절을 했던 후배가 어느 날 중앙당 공천심사위원회에 이름을 나란히 올려놓는가 하면, 상대후보 진영에 합류해 저격수 역할을 한다. "아니 저 친구가 저럴 수 있나"며 배신감에 치를 떨어봐야 이미 때 늦은 후회일 뿐이다. 울산 정치판의 가장 해묵은 논쟁은 '선배와 후배 사이의 룰'과 정치질서다.
 후배의 도움을 받은 선배는 때가 되면 후배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조정자로서 교통정리를 해 준다. 또 후배는 성심을 다 해 선배를 모시고 선배가 자리를 양보해 줄 때를 기다려 선거에 뛰어든다. 이것이 장유유서(長幼有序)에 기초한 정치문화다. 그러나 울산의 정치사는 매번 이런 기대를 허락하지 않았다. 선배가 키워주기를 기다리거나, 후배가 알아서 양보하기를 바라기나 마찬가지로 어리석은 짓이라는 결론이다. 그래서 회자되는 말이 "선배는 후배를 깔고, 후배는 선배를 밟지 않고는 배지를 달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먹고 먹히는' 정글의 법칙이 설 연휴를 기점으로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수행을 명분으로 설맞이 귀향활동에 함께 나섰던 인사 가운데도 어떤 복심을 갖고 있는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지역구 위원장을 섬기는 척 하면서 여차 하면 딴 생각을 할 위인들이 부지기수다. 자신이 주도한 '줄 세우기'에 들어와 있는 인사도 결코 안심해서 안 된다. 한나라당 텃밭일수록 이런 불확실성은 더욱 높다. 게다가 올 대선에서 어느 예비주자가 최종 후보로 결정되느냐에 따라 상전벽해의 빅뱅이 있을 것이란 전제하에 지역 정치권 인사들의 손익계산과 눈치작전은 어느 때보다 분주하다. 이 모든 것은 울산의 정치선배들이 만들어 놓은 업보이면서, 자업자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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