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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 연휴가 끝나자마자 본 신문의 대표뉴스는 노 대통령의 '대한민국 진보 달라져야합니다' 라는 지난 17일 청와대 브리핑에 올린 글이 주요뉴스로 차지하고 있었다.
 내용은 차치하고라도 대통령 참 한가하다는 생각이 앞선다. 수많은 국정을 소화시키기도 어려울 텐데 어느 학자의 비판에 시간과 공간을 할애한다는 것은 대통령 자신의 의무보다는 일종의 오기로 비쳐진다. 더욱이 해외순방에서 막 돌아온 대통령은 다른 업무보고와 결정해야할 사안들이 산처럼 쌓여있을 터인데 장문으로 반론을 제기한다는 것은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이해가되지 않는다.
 문제의 글은 지난해 9월인가 쯤에 고려대학교 어느 교수가 신문과 인터뷰를 할 때 '참여정부는 무능력과 비 개혁 때문에 실패했다. 노 대통령은 개혁의 리더가 아니며 사실상 국민에게 탄핵을 받았다. 민주세력은 노 대통령과 결별해야 되며 노 대통령은 남은 임기동안 일상적인 관리 수준의 일만 해야 한다'라고 강하게 비판한 것이 결국 진보진영의 참여정부 비판수위가 도를 넘어섰다고 판단한 끝에 거기에 대한 정면반론이라는 게 정치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참여정부의 무능으로 다음정권이 한나라당으로 넘어간다는 이야기가 정설로 굳혀져가는 상황이라서 더 보고만 있을 수 없기 때문에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는 게 청와대 참모들의 전언이다.
 노 대통령은 참여정부가 진보진영의 비주류라서 실패하고 있다는 주장에 "참으로 놀라운 발견입니다"라면서 글 쓴 일개 학자 한 사람을 조롱하고 있는 것을 볼 때 대통령의 처신이 매우 가볍다는 생각이 들며 아무리 비판의 강도가 세다고 하지만 직접 글을 써야만 할 정도로 절박했던가? 하는 반문이 일어난다. 이러한 유형의 논쟁은 대통령이 직접 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대응 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일반 상식인데 자잘한 것 까지 일일이 입 댄다는 것은 오히려 명확성을 기하며 자신을 이해시키기보다는 한풀이하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따지고 보면 오늘날 개인 노무현 이라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탄생시킬 수 있도록 도와준 최대의 진보우군진영에서 보면 이라크 파병의 문제와 한미자유무역협정 같은 사안이 불만이라는 점이고, 따라서 그렇게 함으로써 지금의 국민들 지지밖에 얻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며, 동시에 진정한 진보주의가 아니기 때문에 정권창출도 미지수라는 이야기이다.
 결국 노 대통령은 보수와 진보 양쪽의 협공을 당하는 입장이 현실이기도 하다. 이 세상의 이치는 상대적이다. 아무리 훌륭한 학자나 과학자라도 상대적 가치를 모두 취할 수는 없을 것이다. 특히 이론이 아니라 행동하는 정치인으로서는 그렇게 된다면 당장 '양다리' 또는 '사꾸라' 소리와 동시에 정치적 생명은 사라지고 마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그래서 태어난 게 이도저도 아니면서 다 포용한다고 좌고우면 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양쪽을 아우르는 중도(中道)라는 편리한 대안이 일찍이 존재하였다.
 공자가 천하주유 할 때 제나라에 들른 적이 있었다.  제나라 경공(景公)이 공자를 약간 우습게보면서 올바른 정치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라고 우문(愚問)을 던지자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한다."는 현답(賢答)의 요체가 정명사상(正名思想)이다. 직역을 하면 '이름을 바로잡는 것'인데 좀 더 알기 쉽게 말하자면 '이름값 하라'는 것이다. 이러한 공자의 정명론을 더욱 발전시켜 맹자는 혁명을 전개한다. "임금이 임금답지 못할 때는 혁명을 통해 내 쫓을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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