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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속(俗)자가 들어가는 단어 가운데 좋은 것이 없다. 자신을 낮추어 말할 때 속인(俗人)이라 하는 것을 비롯해 속서(俗書)도 검증되지 않은 속세의 이야깃거리를 묶어 편집한 서책이다. 그런가 하면 인간 못된 사람을 가리켜 속물(俗物)이라 하는데, 이도 얕잡아 하는 말이다. 이렇듯 속자가 들어간다는 자체가 불량한 의미를 담고 있다. 이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속설(俗說)이라 할 수 있다. 불명확하지만 장구한 세월동안 관습적으로 '그러려니'하고 믿는 것이 속설이다. 속설에 따른 폐단이 만만찮지만 우리는 이것으로부터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봄철에 논두렁에 불을 내면, 병해충을 죽일 수 있다는 속설도 마찬가지다. 윗대 조상들이 그래왔으니까, 의당 까닭이 있을 것이라 믿고 따라 한다. 자연 이에 따른 위험요인들은 무시되거나 "조심하면 된다"는 식으로 덮어버린다. 봄철 산불의 최대 적이 바로 이 같은 '논밭두렁 태우기'라는 지적이 수 없이 제기돼도 뭉개기 일쑤였다. 울산시 농업기술센터는 이 때문에 봄철 논밭두렁 태우기가 병해충 방제에 효과가 없고 산불 위험만 높인다며 각 농가는 논밭두렁 태우기를 금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의당 있어야 할 이 당부를 지금껏 하지 않았던 행정당국도 또 다른 직무유기다.
 23일 농업기술센터에 따르면 최근 농촌진흥청 농업과학기술원이 봄철 농가의 논밭두렁 태우기와 병해충 발생과의 연관성을 연구한 결과 논과 밭둑에서 겨울을 나는 작은 벌레들은 거미나 응애 등 60여종으로 이 가운데 이로운 벌레가 약 89%이고 병해충은 11%에 불과해 논밭두렁 태우기가 오히려 천적을 죽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속설의 위험성을 실증적으로 밝혀낸 자료다. 밭두렁을 태우기만 하면 한 해 농사에 병해충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속설이자, 낭설이 된 셈이다. 더욱이 농사를 망칠 수도 있다는 경고다. 농사에 필요한 각종 병해충의 전염병이 창궐할 때 이들을 잡아먹는 천적이 없다면, 어떻게 감당하겠는가. 무차별적인 농약살포로도 한계가 있고, 이는 결국 인체에 위해한 농작물을 생산하는 꼴에 지나지 않는다. 농업기술센터는 또 논밭두렁 태우기가 흙의 떼알 구조 형성을 약화시키기 때문에 논밭두렁 태우기를 한 논과 밭의 경우 장마철에 둑이 무너질 가능성도 높다고 설명했다. 특히 논밭두렁 태우기가 전국적으로 산불발생 주원인의 20%를 차지해 그 피해로 입는 손실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논밭두렁 태우기를 금지하도록 홍보해 산불로 인한 손실을 줄이는데 노력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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