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이 계열사·자회사의 기업공개(IPO) 등을 통한 자금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친환경 미래사업에 1조원을 투자하기 위해서, 현대글로벌서비스는 로봇, AI, 수소 등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친환경과 IT기반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행보로 분석된다.
24일 현대중공업그룹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친환경 및 미래 선박 개발, 건조기술 개발, 친환경 생산설비 구축 등에 향후 5년 간 최대 1조원을 투자한다.
현대중공업그룹은 미래 3대 먹거리 사업으로 바이오, 인공지능, 수소에너지를 준비하고 있다.
이번 1조원 투자는 미래사업 청사진을 위한 출발점으로 보인다. 투자 자금은 비상장사인 현대중공업이 IPO(기업공개)를 통해 연내 약 20% 규모의 신주를 발행,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중공업은 현재 그룹 내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이번 투자를 통해 수소, 암모니아 등 저탄소 시대를 대비한 친환경 선박 및 미래 첨단 스마트십, 자율운항선박 개발과 이중연료추진선의 고도화에 나선다. 또 연료전지 관련 기술을 보유한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M&A)이나 지분 매입을 포함한 기술 투자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현대중공업은 국내외 IPO주관사에 입찰제안요청서(REP)를 보내며 IPO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초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회장은 "위기를 극복하는데 멈추지 말고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신년사를 통해 밝힌 바 있다.
권 회장은 △현대건설기계는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로 세계 '톱5' 건설기계회사로 비상 △현대케미칼은 연간 135만톤 규모 폴리머 석유화학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을 준공, 석유화학 진출 △현대일렉트릭은 전력사업의 내실화와 함께 배전·솔루션 사업 확대 △현대글로벌서비스는 데이터 기반 사업구조로 역량을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현대중공업의 경우 조선 업황 회복세가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현대중공업이 성장 가능성이 큰 친환경 분야에 선제적으로 투자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현대중공업지주는 계열사인 현대글로벌서비스의 프리IPO(상장 전 투자유치)를 통해 총 8,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하게 됐다.
현대중공업지주는 미국 최대 사모펀드인 KKR사와 현대글로벌서비스 지분 38%(152만주)를 6,460억원에 매각하는 본 계약을 체결했고 이에 따라 현대글로벌서비스의 보유 현금 1,500억원을 배당받았다.
현대중공업은 ESG채권 중 하나인 녹색채권도 발행한다. 나이스신용평가사로부터 녹색채권 발행을 위한 등급 중 최우량 등급인 그린1 평가를 받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음 달 5일 1,500억원 규모 녹색채권을 발행할 계획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이 이처럼 적극적으로 자금 확보에 나서는 이유는 미래시장에 적기 투자하기 위함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조선·기계 등 전통적인 산업을 기반으로 성장해왔는데 산업환경 변화 속도에 제때 대응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스마트십·자율운항선박·친환경 설비·로봇·AI·수소 등의 사업 분야는 고도의 기술력이 뒷받침 돼야 하기 때문에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꾸준한 투자가 필요하다"며 "내년 현대중공업 창립 50주년을 맞아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투자 움직임은 가속화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미영기자 lalala4090@
- 기자명 김미영 기자
- 입력 2021.02.24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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