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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세기 최고의 역사학자로 평가받는 아놀드 토인비는 역사를 '도전과 응전'으로 정의했다. 이는 인간의 역사뿐만 아니라 생명체를 갖고 있는 모든 동식물에게 적용되는 법칙이다. 특히 한 민족의 역사가 단절되지 않고 영속시킬 수 있는 힘의 원천은 외부 세력의 침략과 동화정책에 넘어가지 않고 민족과 영토의 독자성을 지켜낼 때 가능하다. 이런 측면에서 대한민국의 국기는 반만년 단일국가의 긍지를 담아내는 최고의 상징물이다. 더욱이 올해로 88주년이 되는 3. 1절, 이날만큼 태극기의 존재가 더 강조되는 날도 없다. 나라를 빼앗긴 국민이 나라를 되찾자고 하는 국권회복 운동에 태극기가 없었다면, 무엇으로 국민을 하나로 묶을 수 있었겠는가. 잃어버린 조국 이상으로 태극기에 대한 국민적 열망은 대단했다. 태극기는 곧 이날의 만세운동을 전국으로 확산시키는 도화선이 됐다. 변변한 유인물 하나 없었어도 태극기를 들고 나오는 이웃이 있다면, 하나로 뭉치게 만들었다. 이런 태극기를 우리는 그저 공공기관에서나 확인하고 있을 정도로 별반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태극기를 게양하도록 한 국경일에 아파트나 단독 주택지를 돌아보다 보면, 우리가 과연 '태극기'의 존재 이유나 제대로 알고 있는 국민인지 회의가 들지 않을 수 없다. 열 집 건너 한 집 꼴로 걸린 태극기는 보는 이의 가슴마저 휑하게 한다. 88년 전, 그때의 함성과 절규로 돌아갈 수 없더라도 최소 '의미'만이라도 되새겨보고자 제정한 국경일이다. 그렇다면 하루 논다는 사고에 앞서 국민으로서, 후대 사람으로서 당시 우리 선조들이 목숨처럼 지켜내려 했던 태극기 정도는 달아야 하지 않겠는가. 울산시 북구 염포동 성원상떼빌아파트 입주민들이 이런 요구에 정식으로 화답을 하고 나서 눈길을 끈다. 이들 주민들은 3.1절을 앞두고 모든 가구에서 태극기를 다는 것을 목표로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최근 주민 자치 모임에서 다가오는 3.1절에 1천800여 가구 전체가 태극기를 달기로 뜻을 모은 뒤 지난 22일부터 주민들을 상대로 '태극기 홍보'에 나섰다. 통ㆍ반장들은 개인 시간을 쪼개 주민들을 상대로 "태극기를 함께 달아 주민화합 의식을 도모하고 애국심을 함양하자"면서 홍보 활동을 펼치고, 아파트 관리사무소 또한 저렴한 값에 태극기를 공급하기 위해 주민들로부터 공동구매 신청을 받고 있는 중이다. 자녀들에게 애국심을 길러주고, 3.1절의 의미를 알려주기 위해 준비했다는 이번 운동이 다음에는 울산 전역으로 확대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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