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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 사람에게도 이렇게 강렬한 에너지와 시민정신이 살아 있었을까 싶은 3·1절 88주년이었다. 오전 일찍 거행된 3·1절 기념행사를 필두로 울산 각지에서는 각종 행사로 태극기 물결을 이루었다. 여느 해와 달리 올해에는 태극기를 게양하는 가정도 크게 늘어, 88주년을 기념했다. 특히 3. 1운동 당시 가장 극렬하게 저항했던 울주군 언양과 남창에서는 그날의 함성과 시위를 원형대로 재현하는 행사가 열려 시민들로부터 많은 박수를 받았다. 또 중구에서는 '3·1절 태극기몹(Mob) 으랏차차 코리아!'라는 이색 행사가 열려 지나가는 시민들까지 대열에 합류, 신명나는 놀이를 즐기기도 했다. 이날 행사를 주관한 울산국학운동시민연합 등은 식전행사로 풍물한마당 공연을 하고 이어 유관순 열사의 모습을 재현한 퍼포먼스, 행사 취지문 낭독, 만세 외치기, 태극무 등 다양한 이벤트도 함께 펼쳤다. 만세 외치기 때는 시민들의 자발참여를 이끌어 내기 위해 행사장 주변 시민들에게 태극기를 나눠주고 대한민국 만세를 외치는 태극기 몹 행사도 진행했다. 마치 한일 월드컵 당시의 열광적인 분위기를 옮겨놓은 듯 했다는 것이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그런가 하면 한 집도 빠짐없이 태극기가 내걸린 북구 양정동 성원 상떼빌아파트도 이날의 의미를 되새기는 좋은 볼거리이자 귀감이 됐다. 이 아파트 주민들의 소식을 전해들은 이웃 주민들도 뒤질세라 경쟁적으로 태극기를 게양, 태극기 장관을 이루었다. 계기만 주어지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우리 국민성과 같이 이날의 3. 1절 행사는 각별한 날로 조명되기에 충분했다. 그렇다. 전쟁과 배고픔을 모르고 자란 10대와 20대들도 3. 1절 당시의 그 절절한 마음으로 돌아갔다. 조국을 빼앗긴 국민의 고통이 어떤 것인지, 그리고 주권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당위를 깨달았다. 박맹우 시장이 이날 기념사에서 지적했듯이 울산에서도 전국 어느 지역 못지않게 독립운동이 뜨거웠다. 박 시장은 "기미년에 들불처럼 강토를 휘감은 만세운동이 우리 울산에서 그토록 치열하고, 장렬하게 전개되었다는 사실에 우리는 무한한 긍지를 느낀다"고 했다. 독립의 길에서 순국한 고헌 박상진 의사, 일제의 옥고를 치르면서도 한글을 당당하게 지켜낸 최현배 선생에 이르기까지 울산을 대표하는 독립운동가는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도약을 해야 할 때다. 국민 1인당 소득이 1만 달러를 넘어 2만~ 3만 달러로 가기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도전도 만만찮다. 그러나 기미년 당시의 열의라면 무엇을 감당하지 못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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