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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뜨거운 물체는 왜 뜨거운 것일까? 차가운 물체는 왜 차가운 것일까? 뜨거운 물체와 차가운 물체가 접촉하면 왜 중간온도로 변하는 것일까? 왜 뜨거운 물체는 더 뜨거워지지 않는 것이고, 차가운 물체는 더 차가워지지 않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간단치 않다. 과학사에서 물리학자들이 열에 대해 어떤 생각을 했었는지 살펴보자.
 19세기까지만 하더라도 물리학자들은 열이 칼로리유체(caloric fluid)라고 생각했다. 칼로리유체는 우리 눈에 보이지도 않고 파괴되거나 생성될 수도 없는 물질이다. 뜨거운 물체는 많은 칼로리유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뜨겁고, 차가운 물체는 적은 칼로리유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차갑다. 뜨거운 물체와 차가운 물체가 맞닿으면 뜨거운 물체에 있던 칼로리유체가 차가운 물체로 흐르기 때문에 두 물체는 중간온도로 변한다. 열에 대한 위 이론을 칼로리이론(caloric theory)이라고 하는데 대표 주창자는 블랙(Black)이라는 물리학자였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칼로리'라는 단어는 칼로리이론에서 유래되었다. 칼로리이론은 19세기까지 물리학계에서 정설로 여겨지다가 새로이 등장한 운동이론(kinetic theory)에 의해 대체되었다.

 

   칼로리이론→운동이론 대체 반응 설명


 운동이론에 의하면, 뜨거운 물체는 구성분자들이 빨리 움직이기 때문에 뜨겁고, 차가운 물체는 구성분자들이 천천히 움직이기 때문에 차갑다. 뜨거운 물체와 차가운 물체가 맞닿으면 빨리 움직이는 분자들과 천천히 움직이는 분자들이 서로 부딪혀 결국 중간속도로 움직이게 되기 때문에 중간온도로 변한다.
 칼로리이론과 운동이론은 열과 관련된 동일한 현상을 설명했다. 두 이론 모두 뜨거운 물체는 왜 뜨거운지, 차가운 물체는 왜 차가운지, 뜨거운 물체와 차가운 물체가 접촉하면 왜 중간온도로 변하는지를 설명했다. 그런데 두 이론이 모두 옳을 수는 없다. 하나가 옳으면 나머지 하나는 그르다.


 물리학계가 운동이론을 채택하고 칼로리이론을 폐기한 이유는 무엇인가? 럼포드(Rumford)라는 물리학자는 다음과 같은 실험을 생각해냈다. 차가운 두 쇳조각을 문질렀다고 해보자. 칼로리이론이 옳다면 차가운 쇳조각이 뜨거워지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없던 칼로리유체가 생성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운동이론이 옳다면 차가운 두 쇳조각은 뜨거워질 것이다. 왜냐하면 마찰에 의해 구성분자들이 빨리 움직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두 쇳조각을 문지르자 뜨거워졌다. 이 실험을 계기로 물리학자들은 칼로리이론을 버리고 운동이론을 믿게 되었다.
 위와 같이 경쟁하는 두 과학이론 중에서 어떤 과학이론이 옳고 어떤 과학이론이 그른지를 판가름하게 해주는 실험을 결정적 실험(crucial experiment)이라고 한다. 결정적 실험을 생각해내기 위해서는 창조적 사고가 필요하다. 과학의 실상을 보면, 결정적 실험을 생각해 내지도 못한 경우도 있고, 생각해 냈다고 해도 기술적인 문제로 실제로 실행에 옮기지 못한 경우도 있다.

 

   결정적 실험 통한 이론 옳고그름 판단


 결정적 실험을 할 수 없는 경우에 어떤 태도를 취하는 것이 합리적인가? 두 과학이론 중에서 어떤 이론이 옳은지에 대한 판단을 보류해야 하는가? 단순한 이론을 진리라고 믿어야하는가? 계산하기 편리한 이론을 택해야하는가? 다수결로 결정해야하는가? 저명한 과학자가 믿는 이론을 믿어야하는가? 다른 과학이론들과 잘 맞아떨어지는 이론을 택해야하는가?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는 과학철학을 공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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