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 선조들은 배우는 일을 평생의 과제로 삼았다. 양반이 아니라 일반 상민들마저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나이와 장소를 불문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배우는 일을 사회에 나가 직장을 얻는 수단 정도로 취급되었다. 때문에 배움에는 때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특히 학교공부는 일정 나이가 지나고 직장을 잡으면 체념을 당연한 것으로 알았다. 이런 풍토에서 칠순이 다 된 할머니가 울산대학교에 새내기로 입학해 주목을 받고 있다. 2일 울산대학교 교정에서 열린 2007학년도 신입생 입학식에서 산경대 행정학과(야간)에 입학한 이남규(69) 할머니는 손자뻘 되는 새내기들의 축하와 격려를 한 몸에 받으며 꿈에 그리던 캠퍼스 생활의 첫 발을 내디뎠다. 대학 새내기인 이 할머니는 "젊은 시절 못했던 공부가 너무 하고 싶어 대학에 들어왔다"며 "대학 캠퍼스에 서니 기분이 '짱'이다"고 말했다. 배움의 기회가 없어 하지 못했던 공부를 할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 더 없이 감사해하는 할머니였다. 어린 시절 선생님이 되는 것이 꿈이었지만 초등학교 때 한국전쟁이 발발하고 경제여건도 여의치 않아 꿈을 접어야만 했다는 이 할머니는 초등학교 졸업 후 40여 년이 지난 2001년에서야 늦깎이 공부를 시작했다고 한다.
 "아들 셋을 키워 장가를 보내고 나니 못했던 내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01년에 고입자격 검정고시 공부를 시작해 9개월여 만에 합격을 한 뒤 방송통신고교에 입학해 3년간 공부를 했습니다"며 대학입학식에 서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했다. 이 할머니는 더욱이 방송통신고 졸업 때 과목별 우수상을 주는 이 학교에서 3과목 우수상을 받는 등 성적이 뛰어났고 울산대 산경대 행정학과 입학 성적도 상위권인 모범생이다. "낮에는 슈퍼마켓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에 야간대학에 갈 수 밖에 없었고 울산에는 교대가 없어 선생님이 되는 공부도 포기해야 했다"는 이 할머니는 "그러나 공부가 하고 싶고 사회를 위해 더 나은 봉사를 하기 위해 행정학과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나이 60이 넘어 공부를 시작하자니 무척 힘들고 망설였다"는 저간의 어려움도 고백했다. 졸업을 하고 나면 칠순이 후딱 지날 나이에 행정학을 공부했다 해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마는, 그래도 배운다는 것은 더 없이 의미 있다는 것을 이 할머니가 웅변하고 있다. 손자뻘 되는 학생들에게 할머니는 인생의 가치와 배움의 중요성을 가르치는 산 스승이 될 것이다. 만학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할머니가 더 많이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