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황금돼지 띠라는 올 정월대보름은 봄비로 둥근 달을 볼 수 없어, 적잖은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특히 이날 달집살이 행사를 준비했던 단체들의 고생이 더욱 심했다. 이미 발표한 행사를 비가 온다 해서 취소할 수도 없었겠지만 올 정월대보름에 거는 시민들의 기대 또한 여느 해보다 높아 할 수밖에 없었다. 울산시와 한국문화원연합회 울산지회는 4일 태화강 둔치에서 '2007 울산 정월대보름 한마음 큰 잔치'를 우중에도 불구 성대하게 치렀다. 더욱이 이번 행사는 그동안 태화강을 사이에 두고 따로 열었던 중구와 남구의 정월대보름 행사가 처음으로 통합돼 개최됐다는데 많은 의미가 있었다. 부대행사로 열린 각종 볼거리에도 시민들의 환호가 이어져 비가 온다는 사실조차 망각하게 했다. 비는 왔지만 날씨가 따뜻하고 바람이 많지 않았다는 것이 이날의 행사를 무사히 치르게 하는데 한 몫을 했다. 시민들 역시 날이 좋았던 예년보다 오히려 더 많았다는 것이 행사 주최측의 설명이었다. 그만큼 정월대보름의 둥근달에 소망을 빌 일이 많아서가 아니겠는가. 경기불황으로 직장을 잡지 못한 청년실업자, 구조조정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직장인, 장사가 안 돼 울상인 영세상인 등 우리 모두의 절절한 소망을 보름달에 빌고 싶었으리라.
 때문에 우리는 달을 눈으로 보지는 못했어도 마음으로는 달을 보았고, 소망도 빌었다. 또 여신과 대지를 상징하는 달의 기운에 비춰 이날의 봄비는 오히려 대지를 풍요롭게 하는 여신의 축복으로 볼 수 있다. 그동안 겨울가뭄에 시달렸던 식물들에게는 더 없이 고마운 단비였다. 유지수 부족으로 누치의 폐사가 줄을 이었던 태화강에도 생명력이 되살아나게 했다. 정월 보름달을 보지는 못해도 마음 한편으로는 감사해야 할 봄비였다.
 이제 얼마 있으면 이곳저곳에서 꽃망울을 터뜨리고 초록의 물결을 몰고 올 봄이다. 우리가 대보름날, 오곡밥과 함께 묵은 나물과 복쌈을 먹는 것 역시 봄을 맞이하는 데 있어 경건함을 내포하고 있다. 새 생명의 잉태를 기다리기에 앞서 묵은 생명을 함부로 버리지 않고 갈무리를 하는 것 또한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지 않는 것으로 믿은 우리 선조들의 미덕이다. 대보름날 행사로 빼놓을 수 없는 줄다리기도 그 근원을 짚어보면 내기놀이라기 보다 다산과 풍년을 바라는 소망이 담겨 있다. 경상남도 영산의 줄다리기에서 암줄(서부, 여자편)과 수줄(동부, 남자편)의 고리를 거는 내기에서 암줄편인 여성편이 이겨야 대지에 풍년이 든다는 관념이 바로 그것이다. 정월대보름날의 단비는 이래서 아쉬움보다는 축복에 가까운 것으로 여겨진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