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울산시민을 상대로 퇴직 후 울산에 계속 살 것이냐, 아니면 고향을 찾아갈 것이냐를 묻는 정주의식(定住意識) 설문조사에서 확연한 변화가 읽혀지고 있다. 10년 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최근의 조사결과, 울산시민 전체의 90%가 울산을 지키겠다고 응답했다. 울산이 고향이 아닌 시민들마저 80%이상 울산에 계속 머물겠다는 답변을 하고 있다. 이는 그만큼 울산이 살기 좋아졌다는 측면도 있지만 자기를 낳아준 고향보다 삶을 뿌리박고 산 터전이 오히려 더 소중하다는 반증이다. 사실 직장을 찾아 울산에 오긴 했지만 20년, 30년을 지나고 보면 이곳이 곧 고향이 되고 만다. 자식을 낳아 기르고, 그 자식이 학교를 졸업해 성인으로 자란 이 땅이 자식에게 뿐만 아니라 부모에게도 고향 이상으로 애정이 가기 마련이다. 철모르던 시절의 추억만을 갖고 고향으로 돌아가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그곳 역시 옛날 옛적의 고향이 아니다. 동무들도 전국으로 흩어져 찾아보기 힘들고, 설혹 있다고 해야 수 십 년을 다른 세계에서 살아온 터라 물과 기름이다. 공통의 화제는 고사하고, 삶의 양태(樣態)도 세월만큼이나 엄청난 차이가 난다.
 이렇듯 우리 삶은 유행가 가사처럼 "타향도 정이 들면 고향이라"고 했다. 그런데도 토착민, 외지인이라는 이분법으로 정주의지를 꺾고 있다. 특히 선거철이 되면 이런 편 가르기는 더욱 기승을 부린다. 상대 후보가 아닌 일반 유권자도 외지인이 출마하면 "인물은 됐는데, 고향이 아니어서"라는 사족을 든다. 이 한마디가 외지인의 선출직 진출에 최대 장애물로 둔갑한다. 역대 울산지역 선거에서 당선된 국회의원은 물론이고, 단체장에 이르기까지 울산이 고향 아닌 사람으로서 당선된 경우는 한 두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이런 소지역주의는 구의원과 군의원선거 등 기초의원선거에서 더욱 극심하다.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울산을 떠났다 몇 십 년 이후에 돌아오더라도 태생이 이곳이면 울산 사람이고, 울산에서 30년 넘게 살아도 이곳에서 태어나지 않았다면 그는 영원한 외지인으로 분류되고 있다. 이런 불합리와 모순이 어디 있는가. 그렇다면 울산은 옛날의 집성촌으로 되돌아가, 지금의 번영을 모두 반납해야 맞다. 변화와 흐름을 거부하면서 이룰 것은 아무것도 없다. 더욱이 울산은 현재 세계적인 공업도시다. 덩치가 커졌으면 사고도 어른스럽게 할 때가 됐다. 코흘리개 아이들도 아니고 언제까지 이런 철없는 편 가르기를 계속할 지 심각하게 반문해 봐야 한다. 21세기 환태평양시대의 중심도시 건설은 110만 시민 모두를 울산사람으로 포용할 때 가능하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