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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을 나는 까치를 생각해보자. 우리는 까치를 보고 새라고 판단하지 돌멩이라고 판단하지 않는다. 어떤 인지과정을 거쳐 까치를 새라고 분류하는가? 위 질문에 대한 최근 심리학자들의 이론을 설명해 보겠다. 심리학자들의 이론으로부터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새로운 개념을 효과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 교수법이 도출될 수 있다.

 

   '전형' 통해 사물 인식하는 심리학


 우리는 머릿속에 전형적인 새를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독수리를 머릿속에 가지고 있다. 그러다가 어떤 사물이 새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라고 하면 머릿속에 들어 있는 독수리를 떠올린다. 그리고 그 사물이 독수리와 얼마나 유사한지를 따져본다. 그 사물이 독수리와 '충분히' 유사하면 새라고 판단하고, 충분히 유사하지 않으면 새가 아니라고 판단한다. 예를 들어, 까치는 머릿속의 독수리와 충분히 유사하기 때문에 새라고 판단하고, 돌멩이는 머릿속의 독수리와 충분히 유사하지 않기 때문에 새가 아니라고 판단한다. 독수리와 같이 판단의 기준이 되는 정신적 사물을 심리학자들은 전형(Exemplar)이라고 부른다.

 

   반대사례에 쉽게 무너지는 '정의'


 우리는 새뿐만 아니라 다른 사물을 인식하고 판단할 때도 전형을 이용한다. 예를 들어, 우리의 머릿속에 사과가 들어 있는데, 머릿속의 사과는 전형적인 과일의 역할을 한다. 어떤 사물이 과일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라는 요구가 들어오면, 머릿속에서 사과를 떠올려 그 사물이 사과와 얼마나 유사한지를 따져본다. 배는 사과와 충분히 유사하기 때문에 과일이라고 판단하지만, 오이는 사과와 충분히 유사하지 않기 때문에 과일이 아니라고 판단한다. 우리의 머릿속에는 많은 전형들이 있다.
 전형을 사용하여 사물을 인식한다는 심리학자들의 위 이론은 어떤 개념을 정의하는 것이 왜 힘든 일인지를 쉽게 설명한다. 예를 들어, '새'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날개가 있고 두 발이 있는 나는 짐승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 정의는 박쥐라는 반대사례에 의해 쉽게 무너진다. '과일'은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나무에서 열리는 성장의 결과물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 정의는 수박이라는 반대사례에 의해 허망하게 무너진다. 위와 같이 어떤 정의가 반대사례에 의해 쉽게 무너지는 것은 우리가 애초에 엄격한 정의를 통해서 사물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전형을 사용하여 사물을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쨌단 말인가?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어떤 개념을 설명할 때 예를 제시해야만 한다. 예를 제시해야만 그 개념이 의미하는 바를 학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예제 제시 후 개념 정의하도록 교육


 그리고 개념을 정의하고 난 후에 예를 제시하는 것보다, 예를 제시하고 난 후에 정의를 제시하는 것이 더 많은 교육적 효과를 낸다. (예를 제시한 후 학생들 스스로 개념을 정의해 보도록 하는 것은 더 바람직하다.) 왜냐하면 우리는 평소에 어떤 개념을 정의를 통해 배우는 것이 아니라 사례를 통해 배우기 때문이다.
 예술을 정의하기가 왜 어려운가? 예술과 외설을 나누는 기준이 왜 불분명한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도 전형에 대한 심리학자들의 위 이론으로부터 쉽게 도출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대답이 도출될 수 있는지는 독자들에게 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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