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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 연안에 멸치 떼가 몰리는 성어기에 반갑지 않은 외지 기선권현망 어선들이 출몰, 어민들의 속을 끓이고 있다. 정치망 훼손과 같은 직접적인 피해가 없는 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강제로 몰아낼 수도 없어 어민들은 그저 알아서 물러나 주기만을 바라고 있는 처지다. 이런 차제에 어장훼손 사건이 발생하자 울산수산업협동조합 소속 어민들이 발끈하고 나서 재발방지를 요구하며 기선권현망어선 선주들에게 강력 항의하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5일 경남 통영 어선이 북구 신명동 앞바다에서 멸치잡이를 하던 중 기존에 설치된 정치망 어장을 훼손하고 달아났다 피해 어장주를 찾아 사과하면서 비롯됐다. 그동안은 정치망이 훼손되거나 어획고가 줄어들어도 뚜렷한 대책을 세울 수 없이 있다 양심적인 한 선주에 의해 결국 집단행동에 나설 명분을 얻은 셈이다. 먼저 어민들은 지난 2003년 11월 해양수산부의 중재로 기선권현망수산업조합과 울산수산업협동조합이 울산 연안에서의 조업 활동과 관련, 상호분쟁 예방을 위해 제정한 자율규약을 들고 나왔다. 이 규약에 따르면 기선권현망어선은 울산 어민들이 선점 조업하고 있는 구역 내에서는 조업을 하지 않고, 조업 중에 있는 연안 어선에 피해를 주지 않도록 거리유지는 물론 최대 저속 항해하도록 명시되어 있다.
 법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을 뿐 울산 어민들과 기선권현망 어민들은 벌써 오래전부터 이를 자율규약에 의거, 지켜왔다. 그런데 최근 경남 통영과 사천 등에서 40여 톤 규모의 기선권현망어선이 하루 평균 10여척 가량 북구와 동구 연안까지 올라와 조업을 하고 있어 이 같은 분쟁을 예고했다. 울산 연안 어민들은 이들의 조업에 대해 정치망면허구역 침범 재발방지와 기선권현망어선 조업 금지구역 설정을 강력히 요구하며, 집단 반발하고 있다. 사실 정치망은 일종의 어업면허 구역에서의 독점적 어로를 보장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더욱이 기선권현망어선은 쌍끌이 어선으로, 이들의 어로가 본격화 될 경우 치어까지도 씨를 말리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 정치망으로 들어올 고기마저 쌍끌이 어선 차지가 됨으로써 연안 조업은 막대한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 때문에 통영 등의 기선권현망어선은 울산 연안에서 즉시 철수하는 것만이 자율규약 정신을 지키는 길이다. 울산 연안에 몰려드는 가을 멸치는 육젓의 주원료로, 없어서는 안 될 귀한 존재다. 또 멸치육젓은 울산 인근에서만 유독 많이 먹는다는 지역적 특성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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