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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도 가을은 어김없이 왔다. 흔히들 가을은 천고마비의 계절이며 결실의 계절이라 한다. 올망쫄망한 산은 오색찬란하게 빛을 뽐내는 계절이고 들판은 누렇게 옷을 갈아입고 우리의 눈맛을 시원하고 풍요롭게 한다. 들길과 산길에 부끄러운 듯 고개를 내밀고 있는 이름 모를 형형색색의 꽃들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가. 늘 그렇듯이 꽃들의 이름은 모르지만 기꺼이 우리를 반겨준다. 넉넉함이 한이 없다. 그래도 무엇보다 햇곡식과 햇과일이 우리의 입맛을 돋우는 계절이라 더욱 좋다. 모두가 생동감 넘치는 생명의 역동이기에 우리의 몸과 마음을 출렁이게 한다. 그리고 가을은 여름에 지친 우리의 몸을 가장 좋은 상태로 돌려놓으며 추운 겨울을 대비하게 한다. 몸과 마음이 움추려지는 겨울을 이겨내기 위해서라도 눈맛과 입맛을 넘어 오감으로 마음껏 가을을 즐기는 것은 현명한 일이며 꼭 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가을은 자연과 인간의 공동체감과 우리의 풍요로운 삶이 즐거움으로 넘치는 거대한 향연의 계절과 같이 여겨진다. 비록 가을이 짧지만 이렇듯 우리의 삶에 너무나 중요한 계절이다.

 

   삶 성찰하는 풍요로운 영양분


 많은 철학자들이나 미학자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작품이라는 것이 발견하는 것인지 발명하는 것인지 아직도 규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끝내 불가능하며 또 무의미한 일인지도 모를 일이다. 발견이라면 가을의 아름다움을 쫓아 모방하는 개념과 같은 것이고 발명이라면 조물주가 만물을 만들어 내듯이 인간도 또한 보지도 듣지도 못한 것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 된다. 오늘날 예술작품을 창작품이라 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모두가 근본적으로 모방에서 기인하는 것이기에 발명과 발견의 중간쯤으로 여겨 모두를 포함시키는 연구자들도 있다. 더욱이 재미있는 것은 아직 예술이 무엇인지를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고대의 플라톤으로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무수한 논쟁과 연구가 있었지만 아직도 명쾌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다양하고 많은 논리들이 제시되었지만 다만 그것이 인간의 정신세계를 이루고 있는 철학과 종교와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는 헤겔의 논리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왜 이러한 현상이 일어났을까 곰곰이 생각하면 의외로 답은 쉽다. 예술이라는 것은 범위를 알 수 없는 인간의 모든 정신을 농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 노자가 도덕경에서 도에 대한 개념규정의 어려움을 언급하는 문구처럼 예술도 몇 가지의 개념으로는 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어쩌면 인간이 태어날 때 갖춘 몸 자체가 예술이며 좁게는 주어진 몸으로 각자가 만들어가는 예술작품이 곧 우리의 인생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예술작품은 인간의 삶을 깊이 통찰하고 관조하는 예술가들의 작품을 의미하기에 그들이 창작 해 낸 작품 속에는 삶의 다양한 내용을 명료하게 함축하고 있다. 따라서 예술은 인간의 삶을 폭넓고 깊이 있게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아름답고 유익한 계절을 맞이하여 많은 사람들이 잠시라도 예술작품을 감상하기를 바라고 싶다. 꼭 이름 난 작품이 아니라도 문화예술회관을 찾으면 무료로 충분히 예술작품을 접할 수 있으며 잠시 틈을 내어 조그마한 시집이라도 한 권 사서 읽기를 바라고 싶다. 이도저도 아니면 책장 깊숙이 꽂혀있는 화집이나 시집을 꺼내어 지나간 시간을 회상하며 감상을 해도 좋을 것이다. 가을이 우리의 몸과 마음을 행복하게 만든다면 예술은 우리의 영혼을 깊고 넓게 만들어주는 가을과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잠시라도 접해 보자


 일상적인 우리의 생활문화는 매우 엄격하고 질서정연한 구조 속에서 끝없는 반복성을 요구한다. 출퇴근의 끝없는 반복이며 생활의 반복이다. 더욱이 올해의 어려운 경제는 우리의 몸과 정신을 더욱 팍팍하게 만들어왔다. 필자는 넉넉하고 아름다운 가을을 맞이하여 예술작품의 감상을 통하여 지친 우리의 몸과 마음에 잠시라도 원기를 주고 휴식을 갖게 하면 어떨까 한다. 잠시 가족도, 친구도, 또 회사일과 모든 업무도 잊고 호젓하게 오로지 홀로 예술작품을 접하다 보면 예술작품은 천천히 우리의 몸과 정신으로 스며들어와 삶의 영양분이 될 것이다. 가을을 맞이하여 고단한 현실을 이겨내기 위해 몸과 마음을 풍요롭게 하는 예술작품을 잠시라도 접하는 시간을 가지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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