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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물에 대한 정보 저장·미래를 예측

 

 미국 하버드 대학교 심리학과 코슬른 교수는 최근 인간의 사고에서 시각적 이미지가 하고 있는 역할을 연구하고 있다. "축구공과 테니스공 중에 어느 것이 더 큽니까?"라고 누군가가 질문하면, 우리는 물론 "축구공이 더 큽니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런데 어떤 심리과정을 거쳐 그런 대답을 내놓는 것일까? 코슬른 교수에 의하면, 우리는 축구공과 테니스공을 머릿속에서 떠올린다. 그리고 두 공의 크기를 비교한다. 이런 심리과정을 거쳐 축구공이 더 크다고 대답한다. 이렇듯 우리는 사물에 대한 정보를 시각적 이미지로 머릿속에 저장해 둔다. 그리고 필요한 정보를 꺼낼 때 해당 시각적 이미지를 머릿속에서 떠올린다.
 시각적 이미지는 정보를 저장하고 출력할 때뿐만 아니라 미래를 예측할 때도 활용된다. 예를 들어, 야구장에서 야구공이 날아갈 때 머릿속에서 그림을 그려 어디에 떨어질 것인지를 예측한다. 새집으로 이사해서 가구를 배치할 때도 머릿속에서 미리 그림을 그려 어떤 모습일지를 예측한다. 이런 경우에 미래를 예측하는데 언어가 이용된 것이 아니라 시각적 이미지가 이용된 것이다.

 

   잘 조작하면 새로운 정보 획득


 아인슈타인은 자신이 언어로 생각한 적은 드물며, 그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수학적 계산을 잘 했기 때문이 아니라 시각적 이미지를 잘 조작했기 때문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양쪽 벽에 구멍이 뚫려 있는 엘리베이터를 상상해 보자. 두 구멍은 같은 높이에 위치해 있다. 그리고 엘리베이터는 우주에서 엄청난 가속도로 움직이고 있다. 이 때 한 쪽 구멍을 통해 빛이 들어오면 그 빛은 다른 쪽 구멍을 통과하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엘리베이터가 엄청난 가속도로 움직이고 있고, 빛이 한 쪽 구멍에서 다른 쪽 구멍에 도달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다른 쪽 구멍을 통과하는 것이 아니라 그 구멍 밑의 벽에 부딪힐 것이다. 그리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있는 관찰자에게는 빛이 굽어보일 것이다. 이런 시각적 이미지를 떠올린 아인슈타인은 가속도와 중력이 같은 효과를 가지고 있다고, 즉 빛을 굽게 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왓슨도 자신이 시각적 이미지를 머릿속에서 조작하여 DNA의 이중나선구조를 발견할 수 있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왓슨은 아데닌 티민의 형태와 구아닌 시토신의 형태를 머릿속에서 떠올렸고, 두 시각적 이미지를 머릿속에서 회전시켜 형태가 동일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으며, 결국 DNA가 이중나선구조를 하고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우리는 오감을 통해서 세계에 대한 정보를 얻는다. 그런데 오감 중에서 시각을 통해 90% 이상의 정보를 획득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시각적 이미지가 인간의 사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일 것이다.

 

   우리 심리구조가 익숙해 발생하는 현상


 과학시간에 학생들이 시각적 이미지를 형성할 수 있도록 그림을 적절히 활용하면 새로운 개념이나 이론을 좀 더 쉽게 이해시킬 수 있을 것이다. 말로만 설명하면 학생들이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 시각적 이미지를 저장하고 떠올리고 조작하는데 우리의 심리구조가 익숙하다보니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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