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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월 정부가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 4대 사회보험을 전격 통합키로 한 것은 보험 개혁을 위한 강력한 의지로 국민들에게 비췄었다. 이는 4대 보험이 사회 안전망의 마지노선 역할을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운영상 비효율성에 대해선 국민들로부터 개선의 목소리가 높았기 때문이다.
 4대 보험의 역사를 보면 산재보험은 1964년, 건강보험은 1977년, 국민연금은 1988년, 고용보험은 1995년에 각각 도입됐다. 이처럼 4대 보험이 단계적으로 실시됐지만 제도 간 상호연계 없이 각자의 길을 걸어 왔다. 이에 따라 보험행정의 효율성 제고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온 것이 사실이다. 실제 건강보험 공단 직원만도 1만명이 넘고 연금공단도 5천명 가까운 대형기관에 속한다. 이들 공단의 기능이 통합되면 조직, 인력의 구조조정을 통해 유사, 중복업무가 단선화 되고, 부과, 징수체계 일원화를 통한 행정비용 절감, 영세사업자, 일용직의 보험가입 촉진, 각 보험 간 정보공유 확대, 행정의 편의성, 효율성 증대 등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보험 행정업무의 경쟁력을 강화시키고 그동안 축적된 국민들의 불신도 다소 해소될 것이라는 것이 정부의 기대이다. 그러나 최종통합 시점은 아직 예측할 수 없고 각 공단 노조의 반발과 통합과정의 난이도 등이 변수가 되며, 특히 이들 공단의 노조 결집력 등을 감안할 때 상당한 충돌과 대립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그러나 매머드급 통합조직의 탄생이 기정사실화 된다하더라도 이 조직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 효율적으로 운영될지는 미지수다. 각 공단 인력의 분파주의 등 통합과정과 그 후에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또 있다. 근래, 보건복지부가 국민들의 부담을 확대하는 연금개혁안을 국회에 상정하고 국민들에게 손해를 감수하라고 종용하는 동안 정작 연금을 관리하는 국민연금관리공단은 전반적인 연금공단의 운영이 엉망진창으로 파행을 거듭하고 있었음이 이번 국감에 드러났다. 연금공단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제출한 국감자료 '국민연금 수급자 관리체계 개선방안'에 따르면 연금지급 업무를 담당하는 전국 89개 지사의 연금급여 팀 직원 31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확신 없이 업무를 본 경험이 있다'는 응답이 82.2%에 달해, 2003년 같은 조사 때의 57.3%보다 크게 증가한 수치이다.
 평생 동안 쏟아 부은 연금을 받기 위해, 혹은 사고를 당해 장애연금을 신청하려던 민원인에게 확실하지 않은 답변을 해왔다 라는 말이 된다. 또 대상자 중 47.4%는 '법령과 지침에 위반한 업무를 처리한 경험이 있다'고 답해 연금지급 업무가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식으로 잘못 처리된 업무는 대부분 처리 시효를 넘겨 수급권자의 손실은 돌려받지 못했을 뿐더러 공단 차원의 실태조사나 사후관리조차도 전혀 이뤄지지 않아 손실 현황 파악도 어려운 실정이다. 국감에 공개된 '연금공단 징계자 처리 현황'을 보면 직원들의 도덕적해이 또한 심각한 수준으로 2005년 2월부터 올 9월까지 성희롱, 음주운전, 폭행 등으로 49명이 징계처분을 받았다. 이러니 국제 반부패 비정부기구인 국제투명성기구(TI) 한국본부가 밝힌 우리나라의 부패인식지수(CPI)가 5.1점(10점 만점)으로 42위에 머무른 것은 당연한 것이다. 이는 OECD 국가 평균인 7.18점에 훨씬 못 미치고 OECD에 가입한 30개 국가 가운데 23위로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서도 투명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CPI는 각국 공무원들과 정치인들의 부패 정도에 대한 인식을 점수로 환산한 것으로, 올해는 세계경제포럼(WEF) 세계은행(IBRD) 등 9개 기관이 다국적 기업인과 애널리스트 등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를 토대로 산출했다. 지난 해(40위) 보다 두 단계나 더 추락한 부패지수를 보고 있자니 공자(孔子)의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 보다 무섭다.(苛政猛於虎)"란 말씀이 자꾸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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