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역대 우리나라 대선 때마다 계속되던 이합집산(離合集散)이 이번에도 예외 없이 현실화되고 있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19일 한나라당을 탈당, 신당 창당을 포함한 새로운 정치 질서를 모색하겠다고 전격 선언했다. 손 전 지사가 탈당의 변에서 주장했듯이 탈당은 '죽음의 길'일 수도 있다. 그런데 그는 위험이 높은 줄 알면서 이 길을 선택했다. 정치평론가들이 이구동성으로 지적하듯이 정말 "배신에는 미래가 없다"는 논리대로 흘러갈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정치모델을 창조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을지 궁금증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경선에 참여했다, 떨어졌다고 탈당한 인사와는 확연히 다른 입장이다. 또 살길을 찾기 위해 떠나는 철새정치인 부류와도 같은 잣대로 평가하기 어렵다. 편안한 정치만을 원했다면 '민생탐방 100일'을 할 이유가 없었다. 경기지사를 지낸 프리미엄만으로도 그는 기성정치권에서 얼마든지 한 축을 담당할 수 있다. 나아가 현실정치를 비판 없이 받아들이고 시간을 기다린다면 의외의 대박을 기대해 볼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런 그가 이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고 형극(荊棘)과 같은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아마도 이대로는 안 된다는 자기반성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니었겠는가.
 이는 기자회견문 행간에서도 수 없이 확인할 수 있었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된 사극 '주몽'을 인용, 자신이 처한 심정의 일단을 비쳤다. 그는 "주몽이 대소, 영포와의 패자 경합을 포기하고 부여를 떠난 것은 부여가 낡은 가치에만 매달려 있었기 때문"이라며 "주몽은 새로운 가치로 운영되는 새로운 나라를 원했고 결국 고구려를 건국했다. 주몽이 부여를 떠난 이유가 지금 내가 한나라를 떠나는 이유"라고 밝혔다. 한나라당 내 빅2를 그는 부여의 두 형제로 비유했다. 손 전 지사는 이어 "새로운 창당을 포함해 모든 정치세력이 미래와 선진화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며 사실상 신당 창당의 의지를 분명히 했다. 특히 그는 "무능한 진보와 수구 보수가 판치는 낡은 정치구조 자체를 교체해야 한다. 미래, 평화, 통합의 시대를 경영할 창조적 주도세력을 만드는 데 나 자신을 던질 것"이라며 "대한민국 드림팀을 만드는 데 기꺼이 한 알의 밀알이 되겠다. '전진코리아'도 충분히 그런 정치세력의 일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에는 요즘 무슨 지적을 하더라도 '학습효과' 운운하며, 뭉개려하고 있다. 과연 이것이 전가의 보도처럼 이번 대선에도 맞아떨어질까. 손 전 지사의 정치실험이 흥미를 더 하고 있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