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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무원사화를 '철밥통'이라 부른 데는 정년(停年)까지 특별한 이유 없이 해고를 당하지 않는다는 신분적 안정감에 있다. 그러나 이는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공무원사회를 보다 세심히 들여다보면 일반 직장에서와는 또 다른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물의를 일으켜 사회적으로 비난의 대상이 되었던 공무원도 내부 징계만 끝나고 나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시 그 자리에서 일을 계속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파면과 직위해제 역시 어느 순간, 복직되면 그만이다. '철밥통'이라 불리게 된 진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반 회사원 같으면 벌써 쫓겨나야 할 일을 저지르고도 아무렇지 않은 듯 앉아있는 그 황당함과 조직이기주의를 일반 시민들은 분통을 터뜨리면서 지켜봐야 했다. 그래서 대화 가운데 공무원 누군가를 지칭하면 "그 친구 아직 공무원 하고 있느냐"는 소리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자신의 기억으로, 그 정도 일을 저질렀으면 당연히 해고되었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아 놀랍다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울산광역시가 여기에 매스를 들고 나왔다. 앞으로 더 이상 일반상식이 통하지 않는 공무원사회를 척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울산시는 19일 업무 능력이 떨어진 직원에 이어 금품수수 비리에 연루된 공무원까지 담당 업무에서 손을 떼게 하고 '시정지원단'으로 발령, 최소 1년 이상 현장 지원활동을 하면서 자성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시는 지금까지 민원인 등으로부터 금품이나 향응을 받아 파면이나 직위 해제된 배제징계자 외에 감봉이나 정직 등의 중징계자에 대해서는 징계만 하고 징계가 끝나면 담당 부서에서 그대로 근무하도록 조치했다. 그러나 이들 중징계자에 대해서도 징계 즉시 총무과 소속의 시정지원단으로 발령해 일선 업무에서 손을 떼게 하고 무능 공무원들처럼 환경미화나 보상지역 철거, 폐기물매립장 관리, 덩굴식물 식재 현장 등에서 허드렛일을 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최소 1년간 일하면서 자기반성을 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업무복귀가 더 늦어지거나 퇴출 대상자로 분류될 수 있다. 울산시는 이 제도를 시행할 경우 비리를 저지른 공무원은 스스로 버티기 어려운 분위기가 확산돼 직원들의 금품수수 등 비리가 근원적으로 사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 관계자의 지적처럼 업무능력이 떨어지는 공무원은 동정의 여지가 있지만  비리 공무원에게는 동정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이것이 부정부패 없는 공직사회를 만드는 첫 걸음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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